Lost 116.8X80cm oil on canvas 2009
Adios 130X194cm oil on canvas 2009
Solitude 116.8X91cm oil on canvas 2010
First Love oil on canvas 2010
Haze 72X100cm oil on canvas 2007
Memory of Love 130.3X162.2cm oil on canvas 2008
Bloodshot 162.2X130cm oil on canvas 2008
Frozen Tears 130X130cm oil on canvas 2009
Space of Memory
문득 투명한 유리에 손을 대보았을 때 묻어나는 선명한 지문, 시간 또한 이 지문과 같아서 기억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이라는 유리에 수많은 지문을 남긴다. 그리고 순간순간의 시간을 흡수하는 듯 남아있는 시간의 지문은 예외일 것만 같은 인체에도 고스란히 그 흔적을 남긴다. 단순히 매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잠이 몰려오고 배가 고파지는 것에서도 자신의 몸이 시간을 새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별 특별할 것도 없이 언제나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임에도 그 시간들이 의미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 시간이 기억이나 추억과 밀착되어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의 짙은 밀도와 꿈 같이 투명한 향기가 함께 빚어내는 기억과 추억은 언제나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의미가 된다.
그리고 문득 과거에 생긴 상처가 현재의 아픔인양 느껴질 때 우리는 잊고 있었던 기억의 감촉을 새로이 느낀다. 이렇듯 기억이란 까마득하게 멀면서도 확실하게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부분이라 인체의 표면에 그 저장소를 마련하여 웅크리고 있다가 문득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권경엽의 옅은 핑크 빛으로 만개한 그림 속 여인 또한 인체가 담고 있는 기억의 재현에 충실하고 있다. 청초한 눈동자와 속이 비칠 듯한 투명한 피부는 기억의 저장 공간으로서의 인체에 대한 필요와 낭만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하얀 붕대를 통해 기억의 공간을 인체의 표면으로 흡수시키고, 또 외부로부터 보호한다.
겹쳐지고 흐려진 기억의 모서리를 다시금 가다듬어 인체에 스미는 작가 권경엽,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애틋함과 아련함”이라는 핑크빛 꼬리를 그어 내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기억과 추억이 가져다 주는 농밀한 감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 김민아 (갤러리잔다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