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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길동무 (정모)

15코스 노을·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

작성자수명산|작성시간26.06.22|조회수83 목록 댓글 0

서울둘레길 15코스(노을·하늘공원 코스)'복원된 자연길'을 테마로 하는 힐링 도보길입니다. 과거 생활폐기물로 오염되었던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자연 생태계로 복원해낸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의 아름다운 자연길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코스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과 마포구 상암동을 잇는 가양대교 남단에서 시작됩니다. 길이 1,700m의 가양대교는 부드럽고 단순한 조형미와 파노라마식 야간 조명으로 유명하며, 한강의 탁 트인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입니다. 예로부터 고구려에서는 '아리수', 백제에서는 '욱리하'라 불리며 큰 강을 뜻했던 한강은 금강산의 북한강과 태백산의 남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 이곳 서울을 관통해 흐릅니다.

 

가양대교 북단,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에 내려서면 본격적인 생태 탐방이 이어집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나루터이자 물류 집산지였던 마포구의 역사적 정취를 품은 이곳에는 전통국궁장, 월드컵 캠핑장, 잔디광장, 그리고 자연생태 습지 등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양대교 북단 난지한강공원에 내려서면서 마포구로 접어듭니다. 마포구는 서울의 서부 한강 변에 위치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나루터가 있었던 곳입니다. 예전에 경기의 농산물과 황해의 수산물 집산지로서도 유명하였으나 쇠퇴와 함께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였습니다.

 

매번 무심코 지나쳤던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의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숨겨진 사진 명소가 펼쳐집니다. 이곳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는 난지한강공원의 생태습지원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시민들이 다양한 생태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도심 속 생태 교육 공간입니다. 방문객들은 과거 버려진 땅이었던 난지도가 오늘날 살아 숨 쉬는 야생 생물 보호구역으로 거듭나는 감동적인 과정을 이곳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센터와 인접한 난지생태습지원(56,633)은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난지 한강공원 야생생물 보호구역'입니다. 현재 이곳은 기후변화 지표종인 맹꽁이를 비롯해 무당개구리, 청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의 소중한 집단 서식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야생화원과 싱그러운 허브원 등이 함께 조성되어 있어, 도보 여행자들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깊은 휴식을 선물합니다.

 

 

이제 노을공원으로 향하는 난지나들목을 통과합니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난 계단길을 따라 올라서면, 새로 단장한 노을공원 메타세쿼이아길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연결됩니다.

 

지난 522일 새롭게 문을 연 이 길은 기존 하늘공원의 메타세쿼이아길(1.3km)과 하나로 이어지며 총 2.3km 규모의 웅장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완성했습니다.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서 이토록 길고 울창한 초록빛 숲길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의 상징과도 같은 '시인의 거리'에 들어섭니다. 1999년에 조성된 이 길은 시원하게 뻗은 산책로와 하늘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어우러져 오랜 시간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명소입니다. 울창한 나무 사잇길을 따라 마포문화원과 마포문인협회가 선정한 50여 편의 아름다운 시들이 전시되어 있어 둘레꾼들의 발걸음을 다정하게 붙잡아 줍니다.

 

그런데 이번에 마주한 길은 지난번 방문 때와 사뭇 달랐습니다. 느닷없이 '맨발길'로 지정되어 신발을 벗고 이용하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은 서울둘레길이 개통된 이래 10만 명이 넘는 완주자들은 물론,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트레킹화나 운동화를 신고 편안하게 걸어온 유서 깊은 도보길입니다. 소수의 맨발 걷기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겠으나, 대다수의 일반 도보 여행자들에게 무작정 신발을 벗고 가라고 요구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이 정책에 공감하고 신발을 벗겠습니까? 대다수를 배려하지 못한 아쉬운 행정이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일부 맨발 보행자의 편의만을 우선시해 신발 착용을 제한하는 듯한 일방적인 운영은 다수 이용자의 보행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길가에 늘어서 있는 모감주나무가 참 아름답습니다. 모감주나무는 한여름의 시작을 알리듯 나뭇가지 끝마다 노란 꽃폭죽을 터뜨리는 매력적인 나무입니다. 자잘한 노란 꽃잎들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황금빛 비가 내리는 것 같아 서양에서는 '황금비나무(Golden rain tree)'라고도 부릅니다. 꽃이 지고 나면 세모꼴 꽈리 모양의 초록색 열매가 맺히는데, 그 주머니 속에서 영그는 단단하고 까만 씨앗은 예로부터 절에서 스님들이 쓰는 귀한 염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어 '염주나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빛나는 추억'이라는 아름다운 꽃말처럼, 초록빛 둘레길 위에서 마주한 황금빛 모감주나무는 걷는 이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선명한 여름날의 기억을 선물합니다.

 

 

이제 난지테마숲길로 들어섭니다. 예전에는 '희망의 숲길'이라 불렸던 이곳은, 메타세쿼이아길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이 자연 산책로를 걷다 보면 하늘공원으로 곧장 오를 수 있는 하늘계단이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억새축제 시기는 계단을 빼곡히 채운 도보 여행자들의 활기찬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문화비축기지로 들어섭니다. 시민들의 소중한 복합문화공간인 문화비축기지가 쓰레기 무단 투기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말(620~21) 대형 음악 축제인 'RAPBEAT 2026(랩비트)'가 개최된 이후, 야외 광장과 인근 잔디광장에 관람객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컵, 돗자리, 음식물 쓰레기 등이 무분별하게 방치되면서 큰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몸살로 아쉬움을 남긴 문화비축기지를 지나, 매봉산 들머리에 자리 잡고 있는 담소정에 닿습니다. '웃고 즐기며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는 그 이름처럼, 언제 만나도 반가운 쉼터입니다.

 

 

이어 2002년 월드컵의 뜨거운 함성이 여전히 그리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통과하여 드디어 불광천 산책길에 접어듭니다. 불광천은 북한산(삼각산) 비봉에서 발원해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를 거쳐 홍제천으로 흘러드는 총 길이 8.79의 하천입니다. 예로부터 까치네, 연서내, 연신내 등 정겨운 이름으로 불렸던 이곳은, 본래 난지도로 유입되는 한강의 제1지류였으나 하천 정비 사업을 거치며 홍제천과 합류하는 제2지류가 되었습니다.

 

 

다만,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아쉬운 악취는 옥의 티로 다가옵니다. 이 불광천이 흐르는 은평구는 산수가 수려하고 토지가 비옥해 예로부터 천혜의 생활 터전이자 군사 요충지였습니다. '은평'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한성부 북부의 성외 지역이었던 '연은방''상평방'에서 한 글자씩 따온 유서 깊은 지명입니다.

 

 

고개를 들면 북한산의 웅장한 능선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새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을 닮아 이름 붙여진 '시루메', 즉 증산동 표지석이 반갑게 마중을 나옵니다. 이곳 증산역 갈림길에서 서울둘레길 15코스의 보람찬 여정을 마무리하며, 다음 길을 향한 설레는 발걸음을 예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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