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지쳤나요. 그림 그리기도 전에 무척 힘든 과정들이 있지요. 작가들은 이런 과정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입니다. 작가들은 고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노동의 아픔도 같이 겪고 있지요. 이 정도는 사실 시작에 불과해요. 주변에 혹시 작가가 있으면 한번 물어보세요. 작품은 노동이예요. 작품도 체력이 좋아야 해요...... 웬, 헛소리!!
밑그림 그립시다. 돌 그릴 때 과정을 잠깐 언급했는데, 기억나나요. 여기서는 밑그림부터 시작해서 완성까지의 과정을 설명할께요.
|
1) 구상하기 |
2) 밑그림 그리기 |
3) 먹선뜨기 |
4) 종이 붙이기 |
|
|
|
|
|
|
|
|
|
1) 작품을 하기 위해서 가장 첫 번째로 하는 일은 '立意', 즉 '무엇을 그리는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지요. 이것을 구상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여러분의 작품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산수화를 배우는 시간이니까 가까운 야외나 주변의 풍경을 한 번 살펴보면은 좋겠지요. 아직 초보자인 여러분의 눈에는 이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그림이 되고, 무엇이 그림이 되지 않는가"의 문제지요. 학생들이 그림 그린다고 사진 찍어 오는 것을 보면, 대체적으로 그림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림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라면 대단한 실력이니까요. 실제 작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런 문제에서 떳떳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학생들이 산수화한다면서 찍어 오는 사진을 보면 대개 기와집이 있고 나무가 있고 넓다란 길이 있는 장면들입니다. 이런 장면을 익숙한 화가가 그린다면 다 그림이 될 수 있겠지요. 초보자들은 초중고 시절에 배운 구도법을 나름대로 열심히 적용해 보지만 그런 것은 사실 도움이 별로 되지 않아요. 너무 단순하거든요. 재미가 없어요. 어쩌면 이런 단순한데서 그림은 시작될 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예를 들어 볼까요. 석고상 그릴 때 제일 처음 그리는 것이 아그리파지요. 이것 참 단순합니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이것도 어렵지요. 그러나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점점 복잡한 석고들을 그리게 되지요. 이 정도되면 아그리파 그리는 것이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단순한 것이 더 어려워지는 법이지요. 또 사군자 그릴 때 처음 시작하는 것이 대개 난초입니다. 처음 그릴 때는 제일 쉽지요. 난초로 시작해서 대나무, 국화, 매화 등으로 옮겨갑니다. 실력이 늘수록 단순한 것에서 구성진 것을 그리게 되지요. 이제는 난초 그리는 것이 더 어려워집니다. 난초같이 단순한 것, 그릴 것이 별로 없는 것들은 실력을 숨길 곳이 없어지거든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산수화를 공부하는 입장에 있는 여러분은 사실 단순한 것에서 더 어려움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너무 단순한 구도는 피해보세요. 조금 어렵다 생각될 정도의 구도를 선택하여 꾸준히 그리면 더 좋은 결과가 더 쉽게 올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미술대전이나 이런데서 상받은 작품들 보세요. 엄청나게 거대한 구도도 아니고 특별한 풍경도 아니지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초보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단순하면서도 볼 것이 있고 흐름이 있는 그림. 그런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파이팅! 이제, 가만히 눈을 감고 구상된 작품의 완성도를 상상하며 작품에 빠져 볼까요.
2) 밑그림을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리세요. 여기서는 명암보다는 선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몇 번을 강조하지만 이 밑그림은 산수화의 작품의 질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작품은 이 밑그림을 그린 수준대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도 원로작가중에 밑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이 밑그림 없이 그림을 못그려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밑그림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지요. 어떤 작가는 밑그림만 모아서 전시회를 하기도 합니다. 최소한 구상미술에서 밑그림 없이 그리면 자기가 의도하는대로 나오기 어렵겠지요. 최대한 정확히 사실대로 그리세요. 여기서 잠깐, 사진에 목숨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버릇 죽어서도 가지고 갑니다. 이런 사람들 사진기 없으면 어떻게 그림 그렸을까요. 사진은 그야말로 참고로 이용해야 됩니다. 그래도 남이 찍은 사진 가져와서 그리겠다는 사람보다는 낫겠지요. 남이 찍은 사진 그대로 그리는 분들! 각성하세요. 아니, 징역가요. 저작권침해로요. 사진을 찍어도 자기의 눈으로 찍어야 합니다. 자기의 눈으로 찍은 사진은 그 사람의 구도가 나오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대개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사진도 잘 찍지요. 왜그럴까요? 그야 구도를 잘 잡으니까 그렇죠. 카메라 앵글도 켄트지 크기와 똑같잖아요. 그 속에서 보는 구도는 실제 대상을 보고 구도를 잡는 것과 똑같은 거랍니다. 카메라는 참고용. 참고용! 그러면 어떻게 그리냐고요. 으휴! 몰라서 물어요. 직접 스케치를 하라고요. 나무도 그리고 돌도 그리고 집도 그리고...... 직접 화구를 들고 나가서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아니면 스케치를 해와서 옮겨도 되고요. 스케치도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스케치가 곧 작품이 되는 거라고요.
3) 밑그림이 마음에 드나요? 그렇다면 먹선을 뜨세요. 먹선은 삼묵으로 폼나게 할 필요없이 그냥 잘 보이게 제일 진한 먹선으로 그리면 됩니다. 왜 힘들게 또 먹선 뜨느냐고요? 히유! 힘드네요. 일일이 다 설명해 줄라니까. 그래도 시작한 거니까 최대한의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아주 자상하게 아주 상세하게 설명드리죠. 사실, 이런 과정 없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리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그것은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요. 먹선을 뜨는 것은 군기잡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골탕먹이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먹선을 뜨는 것은 순전히 좋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지요. 밑그림 위에 흰 작품지를 덮으면 밑그림이 잘 안보이겠지요. 그래서 잘보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먹선을 떠야 그림이 마음에 안들면 몇 장이라도 더 그릴 수가 있지요. 먹선 안떠도 잘 보이는 사람! 으이그, 뜨지 말고 그냥 그려요.
4) 종이 붙이는 순서네요. 이제 여러분은 진짜 작품을 하는 겁니다. 이럴 때 맨날 연습할 때 쓰는 이백원짜리 종이 쓸래요. 좀 투자 좀 해요. 좋은 종이 써도 얼마 안해요. 대개 많이 쓰는 작품지는 한지, 옥당지, 오당지, 중국지, 순지, 장지 등입니다. 종이 종류도 하도 많아서 일일이 다 설명하기도 벅차네요. 시간나면 지업사에 한 번 가보세요. 확실히 알 수 있답니다. 크기도 다양하게 나와 있으니까 필요에 따라 쓰면 됩니다. 대개 화선지 전지는 서양화 호수로 말하면 40호정도 됩니다. 40호 하니까 감이 잘 안잡히지요. 1호가 엽서크기정도랍니다. 엽서크기 종이에서 100호를 넘는 종이도 나옵니다. 화판이 크면 화판에 맞는 큰 종이를 사용하면 편리하겠지요. 화판은 큰데 종이가 작으면 어떻게 하냐구요. 이런 질문할 줄 알았어요. 그야, 이어 붙여쓰면 되지요. 에구! 또 나오는 질문도 뻔해요. 어떻게 이어 붙여쓰냐고요? 그래요. 설명해 줄께요. 작품지 붙이는 것은 위의 밑그림종이 붙이기에서 간략하게 설명했는데요. 여기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하면 됩니다. 화판에 맞게 종이를 재단하고 화판의 가에 풀칠을 합니다. 화판의 위에 종이를 얹고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십자로 밀어나가면서 종이를 붙여 주면 됩니다. 가장자리는 확실하게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딱! 붙여줘야 합니다. 확실히 붙지 않으면 나중에 붙지 않은 쪽으로 종이가 울어 버린답니다. 종이 붙였으면 물을 살짝 뿌려주세요. 그리고나서 어떻게 하라고 했지요. 네, 그늘에서 말리면 됩니다.
5) 팽팽해진 흰 화선지를 보면 두려움에 떠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하얀 종이 위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망설여지게 마련이지요. 여러분이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겁내지 마세요. 잘못되면 종이 다시 붙여 그리면 되니까요. 완벽한 밑그림이 밑에서 빵빵하게 받혀 주잖아요. 자! 다시 한 번 완성도를 상상해 보고 과감하게 일 점을 찍으세요. 그리고 상상된 완성작품을 향해 그리세요. 당신은 최소한 지금은 작가입니다.
6) 완성된 그림이 마음에 드나요? 처음에 상상한 대로 그림이 완성되었나요. 자, 이제 정리를 해보지요. 어떻게 정리? 네 배접을 해보는 겁니다. 배접방법은 다음에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지만 지금 간략하게 말하자면 종이 위에 종이를 한 장 더 붙이는 것이지요. 얇은 종이에 한겹을 더 붙이니까 어떻게 되겠어요. 네 그림이 좀더 살게 됩니다. 이렇게 배접을 한 뒤에 그림을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화에서 말하는 '우려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지요.
7) 이제 완성입니다. 여러분 뿌듯하지요. 여러분이 만든 이 작품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것을 소유하게 되었어요. 나도 자랑스러워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여러분이 말입니다. 수고했구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