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짝 두껍고 염치없이
내가 바로 애국자라 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다
국민학교 시절 제식훈련을 받았노라 중학교에 들어 학도호국단 되어
우리의 맹세를 힘주어 외치며
분열 사열 씩씩하고 늠름하게
삼십육 방향 앞으로 돌고 돌며 호국의 깃발을 휘날렸노라
고등학교 삼년 꽃피는 세월을
왕연의 용사 교련교사 배상사
너무나 지당한 , 지엄한 군율 속에 목총을 쥐고 허공을 향하여
난자히 찔러총을 해댔노라
그러고도 신성한 국토방위를 위해 임진강 울고 가는 휴전선에서
한목숨 걸어 충성을 맹세하고
눈 내리는 삼년 이 강산을 지켰노라
제대를 하고 잊을새라 한 보름 묵묵히 보충교육을 받았노라
그해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어
어제의 용사로써 다시 뭉쳤노라 예비군복 떨쳐입고 출동하는 날
내 아들은 예비군 노래를 불렀다
제복을 벗고 곧바로 민방위 대원이 되어
대원의 신조를 삼삼히 복창하며
내 마을 내 직장을 내가 지켰노라
오십고개 넘는 오늘 신새벽
민방위 비상소집령이 하달되었다 몸단속하고 완장을 차고
비탈진 언덕을 허위허위 달렸다 바람결에 흰머리칼이 휘날렸다
이날 이때까지
한푼의 세금 숨긴 일 없고
부동산투기 단 한 평 한 적 없고 방위성금에서 금강산대응댐 성금까지
성금이란 성금 에누리없이 바쳤다
내가 애국자라 했다
깔깔깔 아이들이 웃었다
왜 그들이 울지 않고 웃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작가소개)이재금시인.1941-1997. 경남 밀양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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