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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를 꽂겠어요>/김명철

작성자죽림|작성시간26.06.20|조회수10 목록 댓글 0

닻을 내린 항구 , 썰물의 개펄에 앉아 있어요 소라게들이 내 몸속으로 줄지어 들어와 잘 , 살아요

따지고 보면 통쾌한 백전백팬데요 몸을 잃어 정신을 오므리지 못하는 까막조개 , 첫아이를 기어이 놓친 여자가 한겨울 새벽까지 없는 뼈들을 골라 무명 배냇저고리에 쌌다
풀었다 한다거나 당신이 그런 식으로 떠난 것이거나 해변가 풀숲에서 눈 뜬 채 얼어죽어 옆으로 돌아간 턱뼈 위로 눈발을 고스란히 받고 있던 새끼 독사라거나 그 독사가 내 목을 감고 길게 매달리는 일 그런 것들이 , 그래요 뭐 대수겠어요 등 뒤에 백기를 승리의 깃발처럼 높이 꽂겠어요 간혹 , 내 깃대를 향해 펄럭이는 눈먼 갈매기들에게 손톱 발톱이나 빛나는 이빨들을 뽑아 던져줄거예요 조각나는 햇살의 난반사 , 자극적이겠지요 싸우지 않고도 질 수 있는 법이거든요
우리 그냥 아름다운 승리의 패잔병으로 살아요 한 판 근사하게요

당신 , 아직도 밖에서 울고 있나요 ? 어둠 위로 개펄 수면이 잔잔해지고 이젠 누울 시간이에요 내 빈 몸속으로 물이 차올라요 하 , 그런데 저 배 , 물때가 아닌 줄 알면서 저무는 수평선으로 왜 자꾸 길을 트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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