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석은 고려말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그의 문집인 『운곡시사』를 통해 일생동안 1,144수의 작품을 남겼다. 본 연구자는 그의 작품 중에 차(茶)가 언급된 시가 다수(多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의 음다생활(飮茶生活)에 대해 정리된 연구가 미비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다인(茶人)으로서의 그의 삶에 대해서도 다른 방면에 비해 지극히 부분적으로만 연구되고 평가되었으며, 차에 관한 그의 시를 모두 모아 정리해 놓은 문헌도 아직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선행연구에 주목하면서 원천석의 작품 가운데 다시(茶詩)의 범주에 들어갈 작품들을 추출하고 저작시기별, 주제별로 분류한 다음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 그의 음다생활을 고찰해 보는데 연구의 목적을 두었다.
연구의 주 텍스트는 민족문화추진회에서 발간한 『한국문집총간』(韓國文集叢刊) 권6의 『운곡시사』를 기본으로 하여, 이 중에서 茶가 언급된 시를 15수 정도로 파악한 다음 이를 통한 분석방법을 취하였다. 또한 다시 창작의 모티브가 되는 시들과 그의 음다생활을 살펴보는데 있어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시들도 연구대상에 포함시켰다.
본 연구의 결과인 ‘『운곡시사』의 다시를 통해서 본 운곡의 음다생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천석에게 차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의미를 가졌었다고 할 수 있다. 도연명을 동경하여 전원의 소박한 생활을 천명(天命)으로 자각하였던 그는 전원에서의 한적한 정취를 무욕(無慾)의 자세로 소박하게 만끽하며 일상적으로 차를 마시고 또 시를 썼다. 즉 자연 속에서 성정(性情)을 기르며 자연을 하나의 수양 도구로 삼았던 원천석에게 있어 차는 일상에 가까이 둔 벗이 되어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차는 그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구실을 하는 정화(淨化)의 의미를 가졌었다. 그는 은둔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와 역사에 대해 항상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냉철한 이성으로 훗날 사(史)라 일컬어질 시들을 직필하였다. 그러나 때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깨어있는 지식인으로서 느끼는 울분의 감정, 그리고 역사적 책임의식과 저항의식사이에서 오는 괴리감과 갈등 속에서 괴로워했던 운곡은 차를 마시며 울적하고 답답한 심사를 정화시키곤 했다. 즉 그의 곁에는 시상(詩想)이 떠오를 때 마다 차가 함께 했으며, 차를 마시는 생활은 그의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 정화시켜주어 올곧은 시선으로 세태를 직시한 글을 적을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셋째, 修行의 음료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오랫동안 글공부를 했으나 어지러운 시대에 자신의 의지를 지키기 위해 관직에 나아가는 대신 은거를 택했고, 36세에 부인을 잃었으나 자식들을 위해 남은 생을 외로이 홀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 그의 삶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헤쳐 나가기 힘든 정신적 고행길이었을 것이다. 이런 그에게 차는 흔들리지 않고 선승(禪僧)과도 같은 수행자로서의 길로 정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수행의 음료로서의 역할을 했음을 다시 속에서 발견 할 수 있었다.
넷째, 원천석에게 있어 차는 교유(交遊)의 의미를 가졌었다. 원천석은 시심(詩心)과 이념(理念)이 통하는 차 벗, 특히 승려인 도경선사·굉 선사와 가까이 교유하며 차를 마시고 시를 주고받았다. 또한 그는 지인(知人)으로부터 햇차를 선물 받은 기쁨을 읊기도 하는 등 차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벗의 위로를 받으며 기쁨을 얻었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원천석의 茶詩를 분석해 茶人의 관점에서 그를 조명한 첫 연구논문이며, 이는 여말선초(麗末鮮初) 지식인들의 음다생활에 대한 연구 확대와 茶史 및 茶人의 정리를 위한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