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손예진 주연 KBS 7월초 첫 방영
그날은 비가 내렸다. 5월인데도 성급한 무더위가 한 이틀 이어진 다음이었다. 오후의 하늘은 잿빛이었고 거리는 촉촉했다. 비가 잠시 쉬는
사이, 서울 여의도에서 윤석호 PD를 만났다. TV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를 연출한 스타 PD의 첫 인상은 푸르름이었다.
베레모부터 셔츠, 캐주얼 양복에 청바지까지 온통 푸른색으로 차려
입었기 때문이다. 안경 렌즈까지 푸른 빛이 감돌았다. 그에게서 여름을 느꼈다. 사실 그는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동화'와 '연가'를
만든 PD와 어울리는 공간을 찾아 여의도 공원으로 향하면서 그는 특유의 조용한 말투로 다음 작품의 제목이 '여름향기'라고 밝혔다.
어떤 내용일까.
"가슴 뛰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려고 해요. 운명적인 사랑, 가장 아름다운 사랑, 정말 자기 인생을 모두 바치는 지극한 사랑 이야기 말이죠.
우리 일생에서 사랑은 정말 중요한 일 아닌가요."
이 말을 하며 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을 쳐다봤다.
"'여름향기'의 컨셉트는 가슴입니다. 가슴은 이 세대에서 가장 절실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사랑을 선택한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려고 합니다. 주인공들은 가슴이 뛰는 걸 믿고 익숙한 사랑보다 운명적인 사랑을 택하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만."
이런 사랑을 그릴 남녀로 송승헌과 손예진을 캐스팅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는 비가 많이 와요. 화면이 촉촉히 젖을 겁니다. 난 물기
어린 느낌이 좋아요. 초반의 배경은 장마철이죠. 폭우로 산에서 길을
잃고 산장에서 하룻밤을 지낸 남녀가 세월이 지난 뒤에 다시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내용입니다."
그는 요즘 보성의 조형미 넘치는 차밭, 무주의 짙푸른 숲, 담양의 서늘한 대밭, 고창의 고즈넉한 산사와 변산반도의 싱그러운 햇살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고 했다.
"앞의 두 작품은 강원도에서 찍었지만 '여름향기'는 전라도에서 찍으려고 합니다. 앞서 만든 작품과 조금 다른 느낌을 줄 필요도 있고, 국토를 고루 소개하면서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엮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남도의 여름 녹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이번에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소 제공을 제안해왔다고 한다. 이번
작품도 전작들처럼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들 수 있을까.
폭넓은 연령층이 그의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일부에선 '사랑타령'으로만 흐른다는 지적도 한다.
"드라마는 사실 판타지(환상)인데 시청자에게 큰 대리만족을 준다고
봐요. 정말 인생을 바쳐 사랑을 해봤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현실에선 사랑을 갈구하다 지치고, 이상이 아닐까 싶어 끝내 타협하거나
포기하는 게 다반사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사랑에 대한 희망을 되살린다면 삶에 대한, 사람에 대한 희망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남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이 사람의 사는 방법이 궁금했다.
"촬영에 들어가면 마칠 때까지 3개월 정도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요.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정도죠. 매주 70분짜리 두
편을 만들려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이달 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인데
벌써 소화불량과 피부 트러블을 겪고 있습니다."
글=채인택, 사진=오종택 기자 <ciimccp@joongang.co.kr>
*** 윤PD와 '여름향기'
◆ 자신=1985년 KBS에 입사해 드라마를 만들다 '가을동화'가 성공한
2001년 외주제작사인 팬 엔터테인먼트로 옮겼다. '여름향기'에 이어
봄을 다룬 드라마를 만들어 사계절 연작을 완성하는 게 꿈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영상하는 사람의 마지막
목표죠."
◆ '여름향기'=5월 하순 첫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며 KBS에서 7월 7일
첫 방송을 한다. 주 2회씩 20회 방영해 9월 중에 끝날 계획이다. 제작비는 편당 1억원.
◆ 여주인공 손예진=화려하지 않지만 순수한 자연미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여성이다. 특히 착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촉촉한 느낌이 좋다.
◆ 남주인공 송승헌=강렬한 느낌을 주는 숯검정같은 눈썹은 그의 장점이자 제한점이다.이번 작품에선 그 눈썹이 변한다. 그는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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