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 (15부작)
- 장르: 드라마, 위맨스, 로맨스, 성장
- 연출: 조영민
- 극본: 송혜진
1. 주제
동경과 질투, 사랑과 원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인간의 내면. 그 감정들을 마주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다.
2. 주제를 잘 들어내는 시퀀스
15화 中
(조력사망 전날 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상연: 오늘은 정말 잠들기 싫어.
은중: 나도. 자지 말자.
상연: 진짜 절대 안 자고, 내일은 해 뜨는 거 볼 거야. 내 마지막 태양에 인사해야지.
은중: 알람 다섯 개 맞춰 놓자.
상연: 아니, 열 개?
은중: ⋯ 다 네 덕분이더라.
상연: 뭐가?
은중: 나 어릴 때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학교 그만두고 영화과 간 것도, 회사 때려치우고 드라마 쓰게 된 것도⋯. 다 네 덕분이야.
상연: 대박. 류은중, 내가 만들었네.
은중: 그니까. 어이가 없다.
상연: 나도 그래. 삐뚤어진 것도 너 때문이고, 부자가 된 것도 네 거 훔쳐서고, 결혼한 것도 네 저주 때문이고⋯. 진짜야. 너 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어.
은중: 너 같은 사람도 너밖에 없어.
상연: 왜 그랬을까? 나한테 친구는 너 하나뿐인데 왜 잃어버렸을까? 너를⋯.
은중: 결국 찾았잖아.
상연: 정말?
은중: 그럼.
상연: 너도 내가 보고 싶을까?
은중: 당연히 보고 싶겠지.
상연: 네가 날 받아주는구나. 끝내, 네가⋯. 엄마가 엄청 좋아할 것 같아. 너랑, 이렇게.
은중: 응.
상연: 안아주겠지?
은중: 그럼.
3. 선정 이유
《은중과 상연》은 그들의 10대부터 40대까지의 삶을 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따뜻하고 섬세하며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은중과,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겉으로는 빛나 보이지만 내면은 공허와 불안으로 가득 찬 상연. 이 작품은 단순히 두 여성의 우정을 넘어 서로를 선망하고 사랑해서, 미워하고 원망하는 복잡한 인간관계의 연대기를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여러 사건을 겪으며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끝내 상연의 조력사망 동행 제안에 은중이 응하며 서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를 이해하며, 결국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서로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은중과 상연은 ‘조력사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쌓아 올린 두 인물의 서사가 제게는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작품의 주제를 조력사망 자체가 아닌 ’성장과 수용‘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하였습니다. (실제로 송혜진 작가 역시 작품의 기획 의도를 “자기 자신을 수용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극 중 상연과 은중의 갈등 상황에서, 은중은 상연에게 “누가 너를 받아주겠니”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이후 상연의 30대를 지배하게 됩니다. 상연은 누군가는 자신을 받아주고 있다는 것을 은중에게 증명하기 위해 허울뿐인 결혼을 하고, 그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 끝에는 이혼과 암이라는 결과만이 남게 됩니다.
이후 삶의 마지막 순간, 상연은 은중에게 “네가 날 받아주는구나⋯. 끝내, 네가.“라고 말합니다. 이는 평생 은중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아온 상연이 경쟁과 열등감에서 벗어나, 비로소 두 사람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은 누군가가 잘못을 빌고 누군가가 용서하는 단순한 ‘화해’가 아닌, 자신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장면이 드라마의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여 선정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