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 JTBC <눈이 부시게>
● 주제 : 그럼에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
●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시퀀스 : 12화 엔딩 시퀀스
● 인물 소개
혜자 (78세, 여자):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 그녀도 한 때는 아나운서를 꿈꾼 말괄량이 소녀였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허망하게 잃고, 다리를 다친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자연스레 꿈은 멀어졌다.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
대상 (60대, 남자): 혜자의 아들.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걷지 못한다.
준하 (30대, 남자): 혜자의 남편.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건으로 혜자와 어린 아들만 남겨둔 채 죽었다.
S# 요양병원 마당
혜자가 휠체어에 앉아있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혜자 곁으로 대상이 다가간다.
혜자: 안녕하세요.
대상: 네. (혜자 옆에 앉고) 오늘 날씨가 좋네요.
혜자: (해를 쳐다보며) 그러게요. 날이 아주 눈이 부셔요.
대상: (혜자와 같은 곳을 응시한다)
혜자: 언제 이사 오셨어요?
대상: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저요? 언제 이사왔더라? 어머님은 언제 오셨어요?
혜자: 저요? 저는... (혼란한 듯 눈을 굴리며) 그러게 언제 이사 왔더라?
대상: 생각 안 나면은 굳이 기억 안 하셔도 되어요. 그냥 행복했던 시간만 기억하세요.
혜자: (웃으며) 행복했던 시간...
대상: (아련하게 혜자를 쳐다보며) 어머님은 살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하셨어요?
혜자: 음... 대단한 날은 아니고 (씩 웃으며) 나는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어요. (점점 벅차오르는 목소리로) 온 동네가 다 밥 짓는 냄새가 나면 나도 솥에 밥을 안쳐놓고 그때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던 우리 아들...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가요.
노을지는 하늘로 디졸브 되며
혜자: (나레이션) 그럼 그때 저 멀리서부터 노을이 져요.
S# 젊은 혜자가 살던 집 앞 골목길 (회상씬)
젊은 혜자가 어린 아들 대상의 손을 잡고 걸어 나온다.
젊은 혜자: 아빠가 어디만큼 왔게~? 나가볼까?
준하: (계단 걸어 올라오고)
젊은 혜자: 대상아 저기 누구야?
어린 대상: (준하를 향해 반갑게 달려나간다)
준하: (어린 대상을 안고 혜자 옆에 나란히 붙어 서서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 예쁘다.
젊은 혜자: 그러게. 매일 봐도 예쁘다. 나는 노을이 더 예쁘더라. 햇빛보다
준하: 나도
서로 마주 보는 혜자와 준하. 행복한 표정의 젊은 혜자에서 지금의 혜자로 디졸브 되며
혜자: (나레이션) 그때가 나는 제일 행복했어요. 그때가.
대상: (나레이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십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쩌면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간 속에 살고 계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혜자 눈을 지긋이 뜬다. 그러자 눈 앞에 준하가 보인다.
놀란 혜자.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벅찬 표정을 지으며 준하를 향해 달려 나가며 디졸브 아웃.
S# 노을 지는 바닷가
혜자에서 젊은 혜자의 모습으로 자연스레 디졸브 인. 젊은 혜자 준하를 향해 달려 나간다.
젊은 혜자 준하를 보더니 눈물을 흘리고, 준하의 품에 뛰어들어 안긴다.
준하: 이제 여기서 나랑 같이 있자. 어디가지 말고
젊은 혜자: (눈물이 고인 채 준하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표정에서
혜자: (나레이션)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낮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