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베루스는 내가 상상한 것 이외로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며 나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고있었다. 그런 그에게 성질을 낼 수는 없는 터라 방글방글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여전히 세베루스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이였다. 세베루스가 나에게 막 하여도 나는 굳건히 이곳에서 기다리며 흔들리지않을 자신이 있는데 세베루스는 무엇이 그렇게도 불안한지 두려움에 떨고있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의 충실한 부하로써 내가 그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세베루스의 하나뿐인 사랑이였던 릴리가 그렇게 무참히 그 사람에게서 죽임을 당한 후 세베루스에게 고스란히 내려온 릴리가 해야할 일. 나는 세베루스가 말하지않아도 그가 해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난 도무지 패트로누스가 나오지를 않아. 어째서인지 자네는 알겠나? "
" 악한 사람에게서도 패트로누스가 나오 듯 선한 사람에게서도 패트로누가 나오지않을 수도 있다. "
" 악인이 패트로누스를 불러냈다는 말은 한 번도 듣지못했는데? 그래서 패트로누스는 슬리데린이 가장 못 불러내..."
슬리데린 사감인 그의 앞에서 슬리데린을 욕보이는 행동을 하고싶지는 않아 입을 닫았으나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내 말은 딱히 신경쓰지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감은 눈을 뜨고서 품 안에서 지팡이를 꺼내었다.
" 익스펙토 패트로늄(Expecto Patronum) "
그의 지팡이가 한 번 휘감아지고 흰색의 테두리를 가진 형태가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그가 패트로누스를 불러낼 수 있다는 사실보다 그 형태를 가진 물체에 더 놀랐다.
" 저건... "
" 기분나쁘게도. "
강아지보다는 크고 개보다는 작은 그 경계에 걸쳐진 듯한 성장 중인 개가 장미 정원의 장미들의 냄새를 맡았다. 그래봤자 냄새가 나지도 않을텐데 코가 빠져라 킁킁대는 개가 잊혀지지않았다. 마치 세베루스의 머리처럼 추욱 쳐진 귀가 리트리버 종류인 듯 했다. 어울리지도 않는 패트로누스가 흠칫 놀란 나는 세베루스를 바라보았다.
" 무엇이 마음에 들지않는거야? "
" 빌어먹을 블랙과 같은 패트로누스라는 것이. "
패드풋의 패트로누스는 아주 큰 대형견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완전히 다른 개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도 빌어먹을 블랙-을 연신 중얼거리며 기분나빠하는 세베루스가 귀여워보였다. 나의 친구를 욕하는 것이 기분 좋을 리가 없었음에도 그의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 그런데 시리우스의 패트로누스는 또 어떻게 안 건가? "
" 몇몇의 경우 패트로누스는 애니마구스와 같지. 그리고 내가 그 추접스러운 개를 잊었을 거라 생각하나? "
세베루스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진저리를 쳤다. 아마 나를 따라와 세베루스가 죽음에 이르렀을 그 때였을 것이리라 굳게 믿었다. 그 일을 세베루스에게 정식으로 사과한 적이 없었는데. 세베루스는 그 일 후로 나를 개, 아니 늑대보다 못한 인간이라 정해버리고 나를 멀리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전에도 마루더즈라는 이름 하에 나를 가까이에 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 언제부터 패트로누스를 불러낼 수 있었던거지? "
" 보통 때보다 질문이 많군. "
" 정말 오랜만에 자네와 사이가 좋으니까. "
" 그런가 "
세베루스는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숨을 고른 뒤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숨을 몰아내쉰 뒤 세베루스는 입을 열었다.
" 학생 때부터. 패트로누스 수업을 들은 그 날보다 훨씬 전부터 난 패트로누스를 불러낼 수 있었다. "
" 그 때도 이 개였나? "
나의 질문에 또다시 그는 말문이 막혔다. 내 질문이 세베루스에게는 꽤나 치명적인 질문이였는지 그는 잠시 나를 쳐다보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사슴. 암사슴이였어. "
사슴이라하면 나의 주변에는 제임스와 릴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임스는 수사슴으로 세베루스가 이어 말한 암사슴과는 다르다. 그리고 나는 릴리가 세베루스의 첫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냈다. 그리고 아무리 악한 상황에도 싱글벙글 올라가던 입꼬리는 축 쳐져 올라올 줄을 모르고 세베루스의 표정과 비슷해졌다.
" 갑자기 바뀐 건 왜일까? "
애써 이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 한 가지의 질문을 더 던졌으나 그는 이제 더이상 말하고 싶어하지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우리는 나무벤치에 앉아 말이 없었다. 그러다 세베루스가 없는 것으로 착각할만큼 아무 소리가 들리지않을 때 나는 세베루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예민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찬 공기로 가득찬 이 곳에서 그는 졸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고있었달까. 꽤나 깊게 잠이 든 것인지 그의 눈꺼풀은 들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머리를 살며시 나의 어깨로 기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미동도 없었다. 얼마나 어제 잠을 못이룬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피곤에 절여져 있었다. 곤히 자는 그를 깨우고 싶지않아 계속 그 벤치에서 내 어깨에 기대어 자고있는 세베루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 누가 그러듯 조금씩 조금씩 그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세베루스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흑과 백이 아닌 색. 그 곳을 향해 그에게로 다가서는 1분 1초가 긴장감이 잔뜩 배겨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입술로 다가가는 시간 내내 슬로우 비디오로 재생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세베루스의 얼굴과 1cm도 거리가 멀어지지않은 지금 나는 서서히 나의 입술을 세베루스의 입술에 포개었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보기보다 좋았다. 깨우고 싶지않았는데 눈을 슬며시 뜨는 그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평소와 같은 크기로 돌아왔다.
몇 분이 흐르고 나서야 서로의 입술이 떼어졌고 떼어질 때 은실마냥 길게 이어진 액체는 세베루스와 내가 멀어지자 끊어졌다. 세베루스의 표정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같았다. 무언가 다르리라 생각했던 내가 바보인걸까? 나는 살며시 그에게 물었다.
" 이런 느낌 이상하지않나, 세베루스? "
" 딱히. "
" 전에 해본 적 있나보군? "
" 글쎄 "
애매모호한 답변만을 남긴 채 고개를 홱 돌리는 세베루스에 의문이 커져갔다. 키스를? 누구와? 왜? 어째서? 언제? 등 이상한 질문만이 머릿속에서 마구마구 떠올랐다. 나와 릴리말고 세베루스와 가까웠던 이가 있던가? 물론 그가 데스이터들에게 그런 몹쓸 짓을 당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데스이터들은 세베루스의 몸을 원할 뿐 애정의 표시로 키스를 원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도대체 누구와 이런 느낌을 공유한 것일까
" 세베루스. 나 진지해. 전에 누구와 키스를 했어? "
" 멍청하기 그지없는 질문이군 "
" 하다못해 키스를 한 장소라도 가르쳐주면 더이상 묻지않겠네 "
" ...본인은 기억못하겠지만 "
워후. 그 세베루스가 몰래 키스를 했다는 말인가? 세베루스의 첫 키스 상대 후보는 릴리로 범위가 좁혀져갔다. 나는 미심쩍은 눈초리를 거두지못하고 여전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고정해둔 세베루스를 쳐다보았다.
" 어둠의 마법 방어술 침실에서... "
" 침실이라니!!! "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른 나를 향해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 세베루스에게 레질리먼시를 사용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애통하게도 난 레질리먼시에 통달한 사람이 아니였을뿐더러 마법계에서 알아주는 오클리먼스인 그를 상대하기엔 말도 안되는 일이였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려 제멋대로 뛰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 퀴렐교수인가? 퀴렐교수와 자네는 사이가 좋지않다고 들었는데? "
" 아니야. 어둠의 마왕이 뒷통수에 있는데 내가 그와 키스를 하다니... 상상하기도 싫군 "
" 그렇다면... 그래! 록허트구만!! 질데로이 록허트! 내가 그 인간을 그냥... "
" 아니다. "
" 그럼 훨씬 전에 있던 교수들인가? "
" ... "
" 말 좀 해보게! "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미칠 듯한 답답함에 내 가슴을 쳐가며 답답함을 표시하니 세베루스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 현직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다. "
" 누구야! 지금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가!! 누구냐ㄱ... "
무엇이든 내뱉었던 내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지금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치는건?
" 나잖아... "
" 자네 침대에서 내가 자고 있던 그 날 자네를 눕히다가 자네가 나를 끌어안는 바람에. "
세베루스는 여태까지도 다른 곳을 보고있었다. 그리고 머릿결 사이로 보이는 귀는 새빨개져 토마토 스파게티를 방불케했다. 나는 그 날을 전혀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내가 그와 키스를 했다는 말인가. 나의 첫 키스를 그렇게 날려버리다니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세베루스가 거짓말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기억하지못하는 나의 첫 키스라니.
" 말도 안돼... "
" 그걸 당한 나는 어땠겠나? "
잔뜩 아니꼬워하는 세베루스도 지금만큼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