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리트 파이터 2에 대해 모르는 게이머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
내가 스파2를 봤던 때가 아마 국딩 4학년 때 였던가, 스파1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던 촌동네에서 스파2를 봤을 때의 충격이 어느 정도였을지, 요즘 게이머들은 잘 짐작하지 못할 것 같다. 그야, 왠지 늙은이 같은 표현을 쓰게 되는데, 우선 옛날 국딩들은 행동 반경이 극단적으로 짧았으니까. 동네 올악실에 들어오지 않는 게임들은 대부분 모르고 지나가게 되며, 게임 경험의 부익부 빈익빈이 엄청나게 심각했다. 신작이 잘 들어오지 않는 올악실은 언제나 뒤쳐지기 마련. 하지만, 그런 한계를 뛰어넘고, 스파2는 후줄구래한 우리 동네에도 몇 대 씩이나 들어왔던 거다.
그것 만으로도 스파2에 올악실 주인들이 어느 정도의 기대를 걸고 있었는지 능히 알 수 있으리라. 그리고 스파2는 그 기대에 훌륭하게 부응했다. 나도 당시에는 올악실에서 살았다. 엄청나게 쏟아 부었다. 집에서 가지고 놀던 패미컴 게임들, 전혀 눈에 안들어왔다. 우리 학교에서 백미터만 내달리면 지하 올악실이 하나 있었는데, 위치가 위치인 만큼 가끔씩 선생님들이 올악실 입구를 지키고 계셨다. 그런 재수없는 날은 좀 걸러도 괜찮으련만, 어린 마음에 단 하루를 참지 못했다. 선생님들이 한 눈 파실 때를 틈타 지하 올악실에 잠입하는 스릴은 메탈기어 2 자유의 아이들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실패했고, 존내 맞았으며, 심각한 경우 부모님을 소환당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더욱 살떨리는 일이었다. 이거 하다가 부모님한테도 존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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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파2란 그런 게임이었다. 압도적으로 혁신적인, 전무후무한 레볼루션.
덕분에 게임 잡지에도 매달 스파2 공략이 실렸다. 게임 뉴스. 엄청난 잡지였다. 우리가 오류겐이라고 부르던 것이 사실은 승룡권이고, 아도겐이라고 명명했던 것이 파동권, 아따따뚜겐은 용권선풍각이라며 진실을 말해줬다.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젠장, 구라도 장난 아니었다. 류는 승룡권인데, 켄은 왕룡권이랜다. 특히 켄이 삼단치기를 구사하면 에너지 게이지를 100% 소모시킬 수 있다(류의 삼단치기는 70%)고 당당하게 이빨을 깠다. 뽀록날까봐 단서도 달아놨다. 타이밍과 숙련도(대체 그게 뭔데?)에 따라 충격량이 천차만별로 변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 말 믿고 삽질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린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반달차기는 가일의 분신이랜다.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달차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고, 그것을 서서도 구사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가일의 일인자가 될 수 있다며 싱하형한테 존내 맞을 생구라를 구사했다. 왜 공략이라면서 소설을 썼는지 모르겠다.
스파2의 하늘을 찌르는 인기는 중국의 천화만화에 스트리트 파이터 2 만화가 실리면서 확대되기도 한다. 천화만화? 하긴, 아무 것도 모르던 국딩들이 뭘 알겠냐. 그거 십팔금 잡지였다. 아니, 그것 보다는 수위가 좀 낮을지도 모르겠지만, 뭐가 어쨌든 국딩이 볼 잡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봤다. 서점에서 안팔자 지하철 간이 판매대 돌아다니면서 샀다. 어느 역엔 반드시 들어온다는 걸 알고 샀다. 사실 그러면 안되는 거라는 걸 전혀 몰랐다. 내용도 존내 이상했는데, 이상하다는 걸 잘 몰랐다. (..) 켄이 막 사이코 후랏샤 배울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게 봤다. 그 만화 끝이 어떻게 났는지 난 지금도 모른다. 진짜 궁금하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열받는다궁금하다. 누가 대답 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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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학교에 가서 스파2를 화제삼는 일이 일상이 되었을 때. 국딩들의 조치 않은 버릇이 도졌다. 망상벽에 과장벽이 융합된 거짓 루머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옆 반 누구네 집에 가면 컴퓨터로 스파2를 할 수 있댄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컴퓨터가 존내 파워풀한 가전기기인 것은 알았지만 설마 그 정도일 줄이야.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데, 그 누구는 남 시켜주기 싫어서 혼자만 숨어서 한단다. 이런 천인공로할 십장생이 또 있을까. 이제는 분노가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하는데 자기는 그 누구랑 친해서 오늘 디스크에 복사하러 간댄다. 디스크 네 장이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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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웃기지도 않은 구라다.
2D 디스크 네장에 어떻게 스파2가 들어가냐. 그런데 당시에는 다들 그 거짓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디스크 줄테니까 몰래 하나 더 복사 떠달라며 바짓가랑이 붙잡는 놈들이 줄을 섰던 것이다. 무엇을 숨기랴. 나도 그 중 하나였다. orz 나에겐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디스크도, 그 놈이 요구하는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비상금도. 그리고 나는 컴퓨터에서 돌아간다는 스파2의 세부 사항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달심이 불을 뿜지 않고 장풍을 쏜다는 게 사실이냐. ..요즘 초딩들하곤 달라서 옛날 국딩들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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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흘러나오는 루머는 좀 더 심상치 않았다. 빨간 녀석이 하얀 녀석에 비해 다른 부분이 거의 없음에도, 빨간 녀석이 더 많이 선택된다는 피해망상에 빠진 하얀 녀석의 팬들이 있었다. 그렇다. 아무 것도 모르던 국딩들이 보기에도 류가 켄보다 좀 더 정통적인 격투가이며, 일본 사람이라 주인공이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켄은 강발로 잡으면 -후워!- 두바퀴 굴러 구석에다 메다 꽂는데 류는 안그런다는 것을 시작으로 켄의 왕룡권이 류의 승룡권보다 훨씬 강하다는 게임 뉴스의 거짓 기사에 힘입어 좀 더 인기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주인공이 밀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그 루머, 존내 짱쎈 슈퍼 류의 등장은 아마 거기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오프닝에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하얀 녀석이 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역시 주인공답다.
슈퍼 류를 고르는 방법은 대략 이렇다. 일단 류가 아닌 정말 쓸모없는 녀석이지 뭐야 캐릭터를 골라 류가 등장하는 풍림화산 스테이지까지 진행한다. 그 다음에 사소한 건 신경쓰지마 방법으로 류에게 일부러 깨진다. 그리고 무슨 그런 방법이 다있어 방식으로 이어서 한 뒤 진짜 이거면 되겠어 용법으로 류를 고르면 이거 믿을 수 없군 대전 화면이 뜨면서 류 vs 류라고 하는 스파2로써는 있을 수 없는 꿈의 대전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이제 거의 다됐어 방법으로 컴퓨터 류를 이기면, 아니 이럴수가.
류가 천룡호흡법을 시전하여 웃통을 벗고 슈퍼 류가 된다고 한다.
젠장, 이 슈퍼 류는 너무 강하다. 상대가 누구든 약발 세 번이면 무조건 뺑뺑이다. 게다가 파워 자체가 보통의 두 배나 된단다. 나는 정말이야? 하고 되묻는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지, 나 빼고는 다 알고 있다. 전부 육안으로 슈퍼 류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나만 몰른다. 젠장? 이럴 수 있어? 나도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야? 응? 나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 다음 날 나도 슈퍼 류를 목격한 역사적인 국딩이 되어있다. 우하하하하하하하, 하아.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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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루머가 하나 더 있다.
자기 허리만한 허벅지 둘레를 자랑하는 춘리에 가슴과 콧구녁이 벌렁벌렁하던 국딩들은 그녀를 위해 특별한 화제를 준비했다. 글쎄 엔딩에서 춘리가 옷을 벗는댄다. 그러니까 원래는 안나오는 중간 엔딩 컷이 하나 더 있다는 거다. 당시 올악실에는 당구 잘치면 상대 여자가 누드를 보여주는 쌈빡한 게임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게다가 방법도 슈퍼 류보다 훨씬 심플해서, 끝판왕으로 나오는 공산당(베가)을 퍼펙으로 이기고, 퍼펙으로 진 뒤, 다시 퍼펙으로 이기면 된다고 한다. 아이구,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어, 라고 하면서 나도 도전했다. 첫번째 판은 쉽게 퍼펙으로 이기고, 퍼펙으로 일부러 진 뒤, 가슴을 두근거리며 마지막 판에 돌입했는데, 아 이 놈의 공산당이 놀라운 용력을 발휘해 -사이코 후랏샤- 퍼펙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내가 포기할 수는 없잖아. 나는 일부러 지고 다시 도전했다. 근데 정말 잡념이 들어오니 게임 정말 안풀렸다. 한 오백원 꼴아 박은 것 같다. 난 국딩이었으니까, 난 진짜 큰 돈 들인거다. 그리고 나는 성공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앗싸, 이제, 나는, 응?
안나오잖아.
엔딩 똑같잖아.
쉬팍, 난 친구 놈한테 따졌다. 야, 그거 구라야! 안 나오잖아! 그러니 녀석이 크로스 카운터로 나를 박살내 버렸다. 너 이어서 했지? 그럼 안나와~ 쉬팍! 그럼 왜 처음부터 안알려 줬어! 아으이어하락! 인생 공짜로 살지마! 그리고 내가 졌다. 그 뒤로 난 다시는 그 정신나간 짓거리를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이 춘리하고 있을 때 두근거리며 옆에서 지켜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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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로 밝혀진 루머도 있었으니.
가일 무적 전설을 조장한 극대 필살기들(이라고 쓰고 버그 라고 읽는다)이다. 이름하여 학다리, 붙이기, 그림자 던지기. 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전률스럽다.
학다리란 앞으로 하고 강발을 누르면 나가는 리버스 뭐시기 킥 회수 동작에서 아 이럴수가 조작을 먹이면 한 쪽 다리로 선 동작으로 굳어버리는 기술이다. 이 굳어버린 동작을 풀 때는 반달차기를 입력하면 된다. 다만 이 기술은 파동권에 당하는 약점이 있어서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멋 모르는 사람한테 남발하면 상상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상대가 다리를 걸려고 접근하면 반달차기로 박살내 버리는 것이다.
붙이기. 붙이기는 상대와 근접해서 정말 심오하군 조작을 하면 중간 손 잡기 동작을 하는데 상대는 안날라 가고 뺑뺑이 동작으로 굳어서 가일 옆에 붙어버린다 (..) 상대를 붙이는 데 성공한 가일이 점프하건 뭘하건 상대는 그 동작 그대로 따라온다. 당하는 쪽이 무슨 지랄 염불을 하더라도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앞서고 있다면 이 버그 필살기를 시전해서 시간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리다가 한 5초 쯤 남았을 때 약오르지 메렁 조작으로 붙이기를 풀어 상대를 집어던지면, 백 퍼센트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저 약오르지 메렁 조작 타이밍도 상당히 심오해서, 이 조작을 실패하고 붙인 채로 타임 리미트에 걸리면 게임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되어 버린다. 유 윈이라고 나오긴 하는데 이 경우 승자는 없다. 이른바 양날의 검인 것이다. 하지만 영악한 국딩들은 이 조차 간악하게 활용했다. 끝판 왕까지 진행한 뒤, 그 빨간 공산당 녀석을 가일 옆에 붙이고 일부러 타임 리미트에 걸려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올악실 아저씨한테 (아줌마한텐 잘 안통한다) 항의하는 것이다. 게임이 진행이 안되잖느냐, 이 스파 2 고물이잖냐, 당신 나한테 이럴 수 있냐, 이딴 식으로 장사하면 좋냐. 그리고 영문을 모르는 순박한 아저씨는 50원을 내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던가, 올악실 아저씨는 그 잦은 고장의 원인을 알아내고야 만다. 그리고 올악기 제목 옆에 굵은 펜으로 장엄하게 적어둔다.
삼차원하면 오락기 끈다
마지막으로 그림자 던지기. 이건 진짜 욕나온다. 뭐시기? 조작을 하면, 가일이 중간 손 잡기 동작을 허공에 대고 한다. 일견 삽질 같아 보인다. 하지만, 상대는 속절없이 쓰러지며 던져진 만큼의 피해를 입는 것이다. 저기서 던지는 시늉만 하는데 난 죽는다. 당하면 진짜 미친다. 좀 더 열받는 사실은, 상대가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도 이 그림자 던지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어나기 무섭게 자빠지는 내 캐릭터를 보자면 눈에서 땀이 넘친다. 이 걸 연속으루다가 네 번만 당하면 성인 군자도 다 필요없다. 의자들고 일어선다. 대전 액션 게임이 막 발생하기 시작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대전 매너고 나발이고 없었던 것이 큰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좀 더 심각한 문제는 팔뚝이 내 허벅지만한 떡대 아저씨가 이걸 사용하고 있을 경우 나는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orz
그림자 던지기 사람한테 밥 먹듯 쓰던 놈사람들 반성합시다. (쫄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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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파이터 2는 진정 무적이었다. 어느 정도로 무적인가 하면,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아성이 스트리트 파이터 2 대쉬에 무너질 정도였다. 가끔 그림자 던지기에 심취한 새디스트들이 2의 무적 가일을 잊지 못했으나, 전작에 비해 모든 면에서 우수한 후속작, 스트리트 파이터 2 대쉬는 그야말로 존내 짱쎈 투명 드래곤이었다. 그리고 그 최강 전설이야 말로 훗날 우리나라 올악실계의 재앙이며 스트리트 파이터의 재앙으로 일컬어지는, 개조 기판의 득세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