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평생, 아버지를 대신해 강씨 가문을 지켜오신 어머니이십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쉽게 죽음을 내리시려 하시옵니까?!
-그래서! 너희 어머니가 끝까지 강씨 가문을 지키게 하려 함이다!
-저는 싫습니다! 후일을 도모하여 중원 최고의 무장이 될 지언정, 자결을 하여 헛되이 죽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강혁(姜赫)은 그대로 그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왔다. 뒤에서 아버지 강주성(姜周成)이 부르는 것 같은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평소대로라면 저(箸. 젓가락)를 들다가도 달음질쳐 갈 아버지의 부름이었으나 지금은 자신의 발목을 잡아채는 덫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적진을 탈주하는 포로와 같고 어항 안에 갇힌 고기가 장강으로 나가는 듯 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무거워지는 발걸음만은 어쩔 수 없었다.
발환(髮環. 천이나 끈 따위의 머리묶개)으로 단정히 묶은 머리칼이 흘러나오고, 그 흘러나온 머리칼을 타고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소년의 것이라기 보다는 소녀의 것에 가까울 정도로 긴 그 목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채 수염이 나지 않은 얼굴은 일몰 직전의 해 마냥 붉었다. 머리는 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것 처럼 멍하고 늑골 부위가 아파왔지만 멈추진 않았다. 이미 집을 벗어나고 동네를 벗어나 족히 시오 리 이상은 달려온 것 같았지만.
"억-!"
무엇인가 단단한 것에 발을 채였다. 달리는 데에 주력하였던 그 속도만큼 빠르게 숙여지는 상체. 무릎의 살이 점점이 붉은 혈흔을 남기며 일어난다. 워낙에 적나라하게 번져오는 그 상흔에 떠오르는 건...
제길. 이게 뭐하는 짓인가. 이따위 피나 보고 감상에나 젖다니. 이렇게 나약해빠진 정신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려고 이러는 거냐. 정신차려라. 강혁 니가 아무리 불러도 이제 어머니는 뵐 수 없다. 영원히. 살아서는 두 번 다시 뵐 수 없는 분이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바보같은 분. 아니, 가엾으신 분. 그토록 모든 것을 다 바쳐오시고, 일말의 보상도 받지 못한채 그 목숨마저 앗겨야 되는 분. 차라리 필부의 아낙이나마 되셨다면 그리는 못하겠다고 일갈이라도 하시었을 것을, 강씨 가문의 사람이기에 그리 생명을 초개처럼 버리셨던 건가. 하나밖에 없는 것을.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을.
강혁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어머니는 지금 이 세상 분이 아니실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 곳을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아까 상처에서 배어나오던 것과 같이 붉은 피를 쏟으며 죽어가겠지. 죽음이란게, 이토록 바투 다가와서 동무라도 하자는 듯 있으니.
"가자."
강혁은 돌부리에 채여 찧은 다리는 개의치 않고 다시 달렸다. 그 떨림으로 인해 피가 더 배어나와도 상관 없었다. 살고 싶었다. 아직 죽기에는 앞날이 너무 많았다.
+) 초주군의 소설 마도에서 한 부분을 끄집어 내 삽화를 만들었습니다. 삼넷에 올려진 걸로 만들려니까 이 녀석이 너무 완벽하게 써 놔서...
- 빛을 간직한 당신은 이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너희 어머니가 끝까지 강씨 가문을 지키게 하려 함이다!
-저는 싫습니다! 후일을 도모하여 중원 최고의 무장이 될 지언정, 자결을 하여 헛되이 죽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강혁(姜赫)은 그대로 그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왔다. 뒤에서 아버지 강주성(姜周成)이 부르는 것 같은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평소대로라면 저(箸. 젓가락)를 들다가도 달음질쳐 갈 아버지의 부름이었으나 지금은 자신의 발목을 잡아채는 덫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적진을 탈주하는 포로와 같고 어항 안에 갇힌 고기가 장강으로 나가는 듯 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무거워지는 발걸음만은 어쩔 수 없었다.
발환(髮環. 천이나 끈 따위의 머리묶개)으로 단정히 묶은 머리칼이 흘러나오고, 그 흘러나온 머리칼을 타고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소년의 것이라기 보다는 소녀의 것에 가까울 정도로 긴 그 목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채 수염이 나지 않은 얼굴은 일몰 직전의 해 마냥 붉었다. 머리는 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것 처럼 멍하고 늑골 부위가 아파왔지만 멈추진 않았다. 이미 집을 벗어나고 동네를 벗어나 족히 시오 리 이상은 달려온 것 같았지만.
"억-!"
무엇인가 단단한 것에 발을 채였다. 달리는 데에 주력하였던 그 속도만큼 빠르게 숙여지는 상체. 무릎의 살이 점점이 붉은 혈흔을 남기며 일어난다. 워낙에 적나라하게 번져오는 그 상흔에 떠오르는 건...
제길. 이게 뭐하는 짓인가. 이따위 피나 보고 감상에나 젖다니. 이렇게 나약해빠진 정신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려고 이러는 거냐. 정신차려라. 강혁 니가 아무리 불러도 이제 어머니는 뵐 수 없다. 영원히. 살아서는 두 번 다시 뵐 수 없는 분이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바보같은 분. 아니, 가엾으신 분. 그토록 모든 것을 다 바쳐오시고, 일말의 보상도 받지 못한채 그 목숨마저 앗겨야 되는 분. 차라리 필부의 아낙이나마 되셨다면 그리는 못하겠다고 일갈이라도 하시었을 것을, 강씨 가문의 사람이기에 그리 생명을 초개처럼 버리셨던 건가. 하나밖에 없는 것을.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을.
강혁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어머니는 지금 이 세상 분이 아니실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 곳을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아까 상처에서 배어나오던 것과 같이 붉은 피를 쏟으며 죽어가겠지. 죽음이란게, 이토록 바투 다가와서 동무라도 하자는 듯 있으니.
"가자."
강혁은 돌부리에 채여 찧은 다리는 개의치 않고 다시 달렸다. 그 떨림으로 인해 피가 더 배어나와도 상관 없었다. 살고 싶었다. 아직 죽기에는 앞날이 너무 많았다.
+) 초주군의 소설 마도에서 한 부분을 끄집어 내 삽화를 만들었습니다. 삼넷에 올려진 걸로 만들려니까 이 녀석이 너무 완벽하게 써 놔서...
- 빛을 간직한 당신은 이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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