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이서문의 필살기로 알려진 맹호경파산(猛虎硬爬山)

작성자강대호|작성시간10.04.28|조회수2,352 목록 댓글 0

일격필살로 근대 중국 무림계를 풍미했던 이서문(李書文 1864~1934). 그의 강맹한 공력을 보여주는 일화가 많이 전해지지만 그중에서도 압권은 철두왕(鐵頭王)과의 대결입니다. 이 대결에서 그는 또 한번 자신의 무시무시한 장력(掌力)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이서문이 동삼성(東三省: 만주의 봉천, 길림, 흑룡강 지역)으로 무술 수행을 떠났다가 길림성(吉林省) 장춘(長春)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그곳에서 당시 최고의 싸움꾼으로 알려진 이는 철두왕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성이 왕으로 철두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머리가 워낙 단단했기 때문이지요. 머리가 어찌나 단단했던지 양쪽에서 맷돌 두 장을 천정에 매달고 가운데 철두왕의 머리를 두고서 힘껏 부딪혀도 끄덕없을 정도였답니다. 철두왕은 자신의 단단한 머리를 비장의 무기로 삼아 결정적인 순간에 필살기인 머리 박치기로 상대를 눕혀 왔던 것이지요.


사람 몸에는 모두 이백여 개의 뼈가 있는데 그중 머리뼈는 여덟 개의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뼈 중에서 가장 단단하답니다. 그러니 박치기는 일반인에게도 유사시에 아주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지요.


철두왕은 유난히 단단한 자신의 머리뼈를 이용하여 박치기 기술을 더욱 수련해서 필살기로 삼은 것이겠지요.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고된 훈련에 머리가 터지고 눈알이 튀어나오기도 했겠지요. 머리뼈만 튼튼히 한 것은 아니고, 상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부딪치는 각도와 공격 시점 등 박치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미하게 연마하였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마침내 박치기 기술로 장춘의 주먹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거지요.


이서문이 철두왕의 명성을 듣고 주저 없이 그가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와 한판 대결을 벌일 참이었지요. 어찌 보면 이서문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인물입니다. 장춘은 철두왕의 본거지로 그의 부하나 조직원, 또는 토박이 주먹패의 숫자를 무시할 수 없어서 이서문처럼 외지에서 온 낯선 무술가가 토박이 주먹패의 우두머리에 도전한다는 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일이지요. 일대일 싸움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토박이 조직의 보복이 반드시 따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조직이나 문파의 명성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방인을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우는 일이 강호에서는 다반사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서문은 키는 작지만 담이 큰 사람입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기필코 해야 직성이 풀렸으며, 특히 무술 대련이나 싸움에서는 절대로 양보하거나 물러서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출수하면 반드시 상대를 죽이거나 병신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팔극권1.jpg

 

팔극권2.jpg

 

팔극권3.jpg

 <팔극권의 노사들. 팔극권은 강맹한 공격력으로 유명하다>


이서문은 철두왕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무턱대고 찾아가서 대결을 신청합니다. 철두왕은 처음엔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감히 만주 제일의 싸움꾼인 자신에게 키도 작고 볼품없는 나그네가 도전을 하다니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네가 아무리 중원에서 온 고수라 할지라도 만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말아라.”


말을 마친 철두왕은 번개와 같이 몸을 날려 이서문의 머리를 향해 박치기를 날렸습니다. 이서문도 철두왕의 박치기 위력은 익히 들었던 터. 그는 상대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뒤로 살짝 빠지면서 발로 바닥을 세게 디딤과 동시에 장(掌)을 들어 철두왕의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쳤습니다. 전광석화(電光石火). 마치 팽팽하게 당긴 시위에서 화살이 튀어나가듯이 군더더기 하나 없이 벌어진 일로 예상 밖의 반격이었습니다. 돌보다 단단하다는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려치다니 주위의 모든 사람이 의아해하는 순간 이서문의 장을 맞은 철두왕은 잠시 제자리에 잠깐 서 있더니만 고개가 꺾인 채로 그대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목뼈가 부러져 즉사한 것이지요.


만약 이서문이 주먹으로 쳤다면 오히려 이서문의 주먹이 부서지고 말았을 겁니다. 아무리 주먹을 단단하게 단련했다고 하더라도 머리뼈의 위력을 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장(掌), 즉 손바닥은 얘기가 달라집니다. 단단한 주먹보다 부드러운 손바닥이 힘의 전달력이나 관통력에 있어서는 훨씬 뛰어납니다. 주먹은 상대의 뼈를 부러뜨리지만, 장은 상대의 오장육부를 으깬다고 하지요.


이것이 바로 이서문의 필살기로 알려진 맹호경파산(猛虎硬爬山)이라는 초식입니다. 이서문이 주먹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내리친 것도 상대의 머리가 아니라 머리를 지탱하는 목뼈를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손바닥 힘만으론 사람의 목뼈를 부러뜨릴 수는 없다. 이서문은 손바닥으로 내리쳤지만 여기엔 온몸의 체중이 실려 있습니다. 장을 내리칠 때 발로 지면을 착실히 밟아 주면서 허리를 움직여 줍니다. 그렇게 되면 허리를 거쳐 발바닥으로 내려간 힘이, 다시 지면의 반탄력으로 허리로 올라오고 이것이 어깨를 거쳐 손바닥을 통해 발경(發勁)됩니다. 이서문의 체중에다 허리를 비트는 힘과, 지면의 반탄력이 더해져 몇 배나 세진 힘이 그대로 철두왕의 머리를 통해 목뼈에 전해진 것입니다. 철두왕의 목뼈가 쇠로 만들어졌다 할지라도 이러한 충격은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서문은 팔극권 외에도 벽괘권(壁掛拳)도 함께 배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벽괘권은 벽괘장(掌)이라고도 하는데, 수도(手刀), 즉 장(掌)으로 내려치고(壁) 올려치는(掛) 것이 주된 기법입니다. 이를 통해 강철과도 같은 장법을 연마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서문은 한방이면 끝낸다.” 만주의 소문은 달리는 말보다 빠르다고 했습니다. 철두왕과의 대결은 순식간에 만주 전역에 퍼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귀신도 두려워한다’는 이서문의 전설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다음에는 그가 왜 ‘신창(神槍)’이라는 별호가 붙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