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이렇게 해서 둘째가 태어난 것입니다.(1)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9.07.18|조회수711 목록 댓글 6

첫째가 태어나면 누구나 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저도 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세상에 나온 걸 보니 딸이었습니다.

내 아이라는 기쁨과 행복도 있지만,

"어? 아들이 아니네??"라는 실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늘을 보고 별을 땄는데 아들을 낳았습니다.

 

딸을 낳았을 때도 아내에게 머리카락을 뜯긴 일이 있었는데

그게 겁이나서 둘째애를 낳을 때는 조심해서 낳자는 생각에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었고 그때 수중분만이란게 소개되었습니다.

 

수중분만의 요지는 이랬습니다.

아기는 10개월동안 엄마뱃속에서 양수를 먹고 자라는데

동시에 물에서 생활하므로 세상에 태어날 때도 물에서 태어나면

아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고 정신적 안정을 느끼는 것이라

서구유럽에서는 오랜동안 수중분만이 이어져 왔답니다.

 

어떤 연극배우가 수중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다길래

겁을 주는 병원에 안가고 이번에도 조산원에서 낳자고

아내와 합의를 보았고 이왕이면 수중분만하자고 했습니다.

 

첫애를 낳은 조산원에서는 이미 수중분만을 하는 중이었고

수중분만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게시판에 붙인 것도 있고

그냥 침대에서 낳는 것보다는 낳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날,

둘째애를 낳던날, 아내는 느닷없이 핏자가 먹고싶다 합니다.

근처 핏자가게에 들러 핏자를 먹고 집으로 가는 차에

아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답니다.

 

"거봐~ 그러길래 천천히 먹으랬잖아. 당신은 뭐든지 먹으면 잘체해~"

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기가 나올거 같다는 겁니다.

속으로 '이자식이 피자먹으려고 빨리 나오는 건가?"

하면서 차를 몰고 조산원으로 갔습니다.

 

이때 비디오로 찍었어야할 쌩쑈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진통이 오면서 둘째가 나올 기미를 보이자

둘다 욕조로 들어갔습니다.  미지근하데요~

엄마뱃 속의 양수의 온도와 같다나요?

 

그런가부다~ 그랬습니다.

 

일단은 제가 욕조 한쪽 벽에 몸을 기대고 아내를 뒤에서 끌어안았습니다.

두다리를 벌리고 두팔로 아내를 안았는데 누가보면 아들이 엄마를 뒤에서

안은 형상이라 할 지도 모릅니다.

 

아내가 출산을 하려면 제가 뒤에서 두팔로 아내의 몸을 꽉! 움켜쥐어야 하는데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두팔로 아내를 안기에는 조금 짧았습니다.

이빨없으면 잇몸으로 견디는 판국으로 죽기살기로 아내를 안았습니다.

 

유도에서 아랫사람을 위에서 두팔과 두다리를 벌려

꼼짝도 못하게 옭아매는 윗누르기 폼으로 아내의  허리를 안고

다리를 찢어지라 벌렸습니다.

 

아이가 나오면서 머리부분이 보이는데 아내는 몹시 아프며 힘들어 합니다.

저도 아내가 힘을 쓰도록 뒤에서 허리를 꼭 안아주는데

욕조의 열로 땀이 나는게 아니라 힘을 쓰느라 힘들어서 땀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아이구 아퍼! 허벅질 잡아틀면 어떡해!"

제가 소릴 질렀습니다.

 

아이가 나오는데 몹시 힘이들고 고통스럽고

손으로 어딘가를 잡아야 하는데 미끄러운 욕조는 잡히지를 않고

그래서 아내가 두손으로 내 허벅지를 움켜쥔 겁니다.

 

아내의 손이 보통 커야말이죠. ㅠㅠ

양쪽 허벅지가 뜯겨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소릴지르자 아내가 허벅지움켜쥐던 손을 놓습니다.

 

휴~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여전히 안나옵니다.  머리만 내밀고...

 

그때 옆에 놓아둔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남 바빠죽겠는데 어떤 인간이 핸드폰 질이여!'하며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거시기 시골버스 핸드폰 맞아요?"

 

"그런데요? 누구신데요? 헉헉!(무척 힘들어서 숨소리가 거칠었음.)"

 

"여긴 파출손데요, 방금 신고가 들어왔어요."

 

"신고요? 왜요? 헉헉헉!"

 

"어떤 사람이 골목길을 차를 몰고 나가려고 하는데

시골뻐스님 차가 골목을 가로막아 못나간데요."

 

"그런데, 제가 아기를 낳고 있거든요? 헉헉!!!"

 

"그러니까 빨리 차를 뺀다음에 애를 낳으면 되잖아요."

 

"그게 아니라, 아내가 지금 조산원에서 애를 낳고 있다구요!! 헉헉헉!!!"

 

"그러니까 빨리 나와서 차를 뺀다음에 아내가 애를 낳게 하면 되잖아요!!

말귀를 못알아 듣네!"

 

"그게 아니라 제가 지금 아내랑 욕조안에서 옷을 홀라당 벗고 수중분만하는 중인데

그래서 지금 나갈 수 없어요! 헉헉헉!!!"

 

"수중분만?  그게 뭔데요?"

 

"욕조에서 부부가 앉아서 남편이 뒤에서 아내몸을 잡고 아기낳는 새론 출산방법요! 헉헉!"

 

"아~ 그래요?  실례했습니다.  아기낳고서 차를 빼세요."

 

그렇게 파출소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들놈은 뭔짓을 하는지 아직도 안나오고 엄마뱃속에서 개기는 겁니다.

 

그대 또 한통의 핸드폰이 울렸습니다.(계속 이어집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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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바이크걸 | 작성시간 09.07.20 ㅋㅋ..볼때마다..너무...귀여우세요~~ 캬캬...
  • 작성자와우 화정 | 작성시간 09.07.20 넘 재미있는데 분만중그 고통 세삼스레 느꺼지네요!!!! 험 청 아파라~~~~~~~~~~
  • 작성자해피바이러스 | 작성시간 09.07.21 ㅎㅎㅎㅎ 재밋어요 애낳는데 진짜 전화받아서 설명할수 있는지 궁굼하네요!!
  • 작성자도니팍 | 작성시간 09.07.24 시골버스님 글은 언제 봐도 재밌고 유쾌합니다. 아직 한창 신혼인 새색시인데도... 분만의 고통이 가히 상상이 됩니다. 2편 기대할께요 빨리~~ 올려주세요 지발...
  • 작성자경영명 | 작성시간 09.09.07 정말 재미있습니다..님 글 보고, 잠시 적응안되는 상해 잊고 , 혼자서 한바탕 웃습니다..(그런데 전 왜이렇게 중국이 적응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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