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내가 아무 것도 아님에 종종 좌절한다.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9.09.09|조회수514 목록 댓글 6

나는 힘이 없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순간 햇빛에 말라버리는 이슬이다.

신이 나를 볼 때 힘이 없고 아무 것도 아니고 말라버리는 이슬이 아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한 자연인으로서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슬프다.  좌절감이 느껴진다. 

문득 5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면 내몸이 어떻게 박살이 날까  상상도 해보았다.

 

두렵다.

 

아내의 걱정하고 가슴졸이고 안타까와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떠오른다.

맑고 순박하고 해맑게 웃는 아들의 귀여운 얼굴이 문득 보고싶다.

아빠의 속마음을 잘 이해해 주며 걱정하고 염려하는 딸의 얼굴도 예쁘다.

 

지금, 나는 좌절한다.

나는 모든 면에서 아무 것도 아니기에 ...

 

솔직한 표현이다.

몇몇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아닌 나의 모습을 즐긴다.

새디즘적 즐거움을 느끼는 그들...

그들을 탓할 것은 없다.

나도 그런 적이 있고 앞으로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런 속담이 있다.

쌀훔쳐 먹던 개는 안걸리고 겨훔쳐먹던 개가 걸린다고...

그러다보니 쌀훔쳐먹던 것 까지 물어바쳐야 한다.

 

오랜만에 성경을 읽었다.  성경은 좋은 책이니까...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우습기도 하다.

 

신약에 나오는 예수를 몹시 싫어하고 혐오하고 증오하던  바리새인들이 있다.

평소에 예수를 미워하고 멸시하고 죽이고 싶었기에 늘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던 그들이다.

하루는 안식일에 예수와 제자들이 식사를 걸르고 길을 걸어갔나보다.

 

예수가 가는 곳이면 화장실까지 따라가서

기어코 결점을 찾아내 이를 꼬투리로 비난해야 속이시원한 그들이

드디어 예수의 심각한 잘못을 발견한다.

 

그날 무척 배가고팠던 예수의 제자들이 밀밭을 지나갔나 보다.

그들은 경황도 없이 밀이삭을 꺽어서 그것을 손으로 짓이겨

껍데기를 벗긴 후 날것을 그대로 입에 털어넣었다.

 

몹시도 예수를 죽이고 싶었던 바리새인들이 그것을 보고는 잘됐다 싶었다.

그러면서 예수에게 시비걸기를 안식일에 어떠한 일도 하지말랬는데

그법을 어겼다면서 예수와 그제자들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며 난리를 쳤다.

다시말하면 곡식을 따다가 손으로 껍질을 벗겨먹은 행위는

안식일에 농부가 밭에서 곡식을 베다가 방앗간에서 탈곡을 하여

그것을 익혀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이는 분명히 안식일을 어긴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예수가 잘라 말한다.

"너희는 돼지가 우물에 빠졌으면 그것을 살리기 위해 건지지 않겠느냐?"

이 말에 바리새인들은 말문이 막혀 꽁무니를 뺀다.

 

나는 예수가 아니다.  그런 부류도 아니고 그럴 자격이나 능력도 없는

아주아주 별볼일 없는 신발바닥에 묻은 티끌이다.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데도 그걸 뜯어먹겠다고

말갈데 소갈데 댕기며 찍자를 붙고, 주둥이질과 허공에 주먹질을 해대는

그런 부류가 있다.

나를 예수나 공자나 석가모니나 모하멧,

하다못해 소크라테스로 만들어 주려나 보다.

 

좋아해야할 지, 고맙다고 해야할 지...

울어야 할 지 웃어야할 지...

그렇다면 체 게바라는 못만들어 주나?

 

진정, 내가 발디딘 곳이 잘못되었고

수렁으로 빠져드는 진창이라면 빨리 벗어나야겠지.

빠져든다고 손발놓고 널부러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한 나를 보고 손뼉치고 웃는 자를 마냥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수십년 전에 어떤 사람이 내게  말하기를 그랬다.

 

무슨 일로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좌절했다.

세상에는 나보다 불쌍하고 비참하고 비굴해서 죽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쇠창살이 드리어진 창틀에 새가 한마리 앉았다.

문득 떠올랐다.

그래 참고 기다리면 나도 저 새처럼 자유롭게 세상으로 나갈거야.

희망을 갖자.  나도 이 쇠창살을 나갈 수 있다고. 저 새처럼...

 

지금은 모 국가의 대사로 나간 친구가 있다.

그는 고아이다.  독학으로 시골의 고등학교를 마쳤다.

그것도 사람들이 피식거리며 비웃던 농고...

 

그친구가 그랬다.

지금 이순간은 지나가는 것이고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은 나에게서 이루어진다.

내게 닥친 일을 내가 마무리지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살아가지 않을 수없다고...

 

그친구와 손을 잡고 거칠은 삶이라도 끝까지 살아보자고 했다.

아직은 다 살지 않은 삶이니 말이다.

삶은 속이지 않는가 보다. 내가 올바르게만 살면...

지금의 좌절이 내일의 용솟음이 되도록 친구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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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9.09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던 친구의 모습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것 역시 우울한 교만이지만요. *^^*!
  • 작성자물결 | 작성시간 09.09.10 힘내세요. 자존감을 잃지 마시고...객관적으로 아무 것도 아닐지라도 자존감이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남들 눈에는 아무 것(?)일지라도 자존감이 낮다면 불행한 삶이랍니다.
  • 작성자높은음자리표 | 작성시간 09.09.10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무리들을 만날 수도 있고 나를 경계하고 끌어내리려는 무리들도 만날 수 있죠. 같은 분야에서 나보다 실력있고 잘나가는 사람.. 은근히 약점도 잡고 싶고.. 사회생활의 스트레스.. 누구나 다 있는겁니다. 힘내세요.. 바둥거려봐야 이 넓은 우주에 티끌 만큼도 안되는 미약한 존재 이거늘.. 우린 너무 복잡하게 사는것 같아요..ㅠㅠ
  • 작성자songsong | 작성시간 09.09.15 한줄의 짧은 제목에 무척 공감하며.. 상해생활을 정리하렵니다..
  • 작성자경영명 | 작성시간 09.09.17 저는 님의 글을 읽고 항상 부러워합니다...님의 삶의 앎에 대해서... 제가 지금 님과 같은 존재감에 저울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삶이란 그냥 단순한 것이 젤 입니다(제 경험으론)...생각이 많은 부류들은 좀 살기 힘들어요...단순무식하게 살려구요-잘 안되겠지만요/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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