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처음으로 머리염색을 하면서~ (커피뿜지 마세요.^^)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11.03.26|조회수1,257 목록 댓글 28

얼마 전입니다.  직장상사가 저를 보더니 한 마디 툭 내던집니다.

"시골팬티 슨상~ 머리칼이 많이 하얘졌네요?

이 기회에 머리염색을 해보심이???"

 

처음 중국에 올 때만 해도 동안(童顔)에 검은 머리가 많았고

보는 사람마다 20년 이상 젊게 보았는데 이제는 더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살다보니 몸이 많이 삭았고

뇌신경세포가 적잖이 파괴된 듯합니다.

예전 밤샘을 하며 공부하던 시절에 삭아버린 얼굴도 이 만큼은 아니었는데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는 법이니 항상 얻고 살 수만 없나 봅니다. 

 

그래도 주변사람들에게

"토끼를 닮은 순박한 눈동자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듯한 촉촉한 눈과

야들야들한 소녀의 피부가진 남자"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살았는데

이제는 말짱~ 힝!!!

 

중국의 오래된 의학서적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소문(素問)'편 제 1장에 보면

'남자는 32세가 지나면 몸이 노쇠해지기 시작하는데

38세 이후가 되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고 40세가 넘으면 신장이 약해져서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고, 중략... 64세가 넘으면 아기를 낳지 못한다.'고 했고

하지만, 본인이 절제생활을 하고 정(精)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으면

80세가 되어도 정신이 맑고 아이를 낳을 수 있고 100세가 되어도 늙지 않는다.'

했는데...

 

내가 절제생활을 안한거야?  아니면 정(精)을 함부로 낭비를 한거야?

왜 이렇게 된거야? 내가 잘못한거야? 아니면 황제내경이 잘못된 거야?

망할! 결혼은 왜 해갖고! 아니아니! 애는 왜 낳아갖고!!!

 

암튼,

그래서 머리를 염색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겁이 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 아이의 어머니가 급작스레 돌아가셨는데

사인이 '머리염색'하다가 약에 중독이 되었다는 것이고

어떤 분은 염색하다가 독이 올라 온 몸이 아토피성 피부마냥

좁쌀같은 붉은 돌기가 얼굴과 온몸에 번지면서 고생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 지는 몰라도 그때 염색약으로 사용한 재료가 옻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인데

산에 나무하러갔다가 온 몸에 옻이 올라 고생한 사람들을 여럿 보았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뜻 염색약을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본래 몸에 무엇을 발라대는 것을 싫어하는 터이고

찜질방 가서도 누군가가 내 몸을 만지는 것을 싫어해서

때를 밀어보라고 해도 감히 나의 옥체(玉體)를?  하는 마음에

때를 민 적도 없을 뿐더러 이 나이에 외모를 꾸며서 뭐하랴" 싶어

그 흔한 남성용 로숀조차도 바르지 않는 성격에 염색이라니... 

 

그래도 직장상사의 지나가는 듯한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기에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며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세월따라 가는 것이고 겉에 페인트칠한들 또 벗겨질텐데 뭘?"

하면서 자기변명을 해보아도 세월의 흐름이 마뜩치를 않습니다.

순응하는 수밖에...

 

그래서 일단은 머리염색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내보기도 조금은 쑥스럽고 저희 아이들이 놀랄까봐

안보이는 곳에서 은근슬쩍 염색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화장품가게에 가서 염색약을 사려니

어떤 제품을 사야할까 알지도 못하겠거니와

혹시 품질이 낮은 제품을 사면 몸에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고

가격이 싼제품 찾다가 혹시 질이 안좋은 제품을 이용했다가

안좋은 일을 당할지도 모르겠고...

여러차례 고민을 하였습니다.

 

게다가 주변에서 머리염색하는 분들을 몇차례 보았는데

그 과정이 꽤나 귀찮고 까다롭고 여간 성가시지 않더군요.

어떻게 하면 돈도 안들고 편안하고 간편하고 간단하게 염색을

할 수 있을까? 고민고민 하다가 옳다구나! 방법을 생각해냈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뭐, 조금은 청결하지 않지만, 그런거야 마음먹기에 달린 거고

나만 입다물고 있으면 누군들 제가 어떻게 염색했는 지 알겠습니까?

 

잠시 후에 아내가 외출했다가 돌아왔고 저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당신 머리가 왜그래?"

 

"내머리가 왜?"

 

"아니~ 갑자기 까매진거 같애서... 머리염색했어?"

부부란 이렇게 예민하네요.  더욱이 여자는 그러한 가 봅니다.

 

"염색은 몰... 흰머리가 많은 거 같아서 몇개 뽑았지."

 

"흰머리 몇개 뽑았다고 검은머리가 갑자기 늘어나? 무슨 짓했어?

매직칠했어? 아니면 먹물을 들였어?"

 

아내는 궁금한 듯, 걱정이 되는 듯 계속 물어봅니다.

하긴 제가 한두번 멍청한 짓을 했어야죠?

변기닦는 칫솔로 치아를 안닦나, 걸레빨아 말린 걸 수건인 줄알고 닦질 않나,

 

하긴 대학다닐 때 시험볼 때만 되면

열흘간 시험공부한다며 식음전폐를 비롯하여

잠도 안자고 이도 안닦고 수염도 안깍고 세수도 안한 탓에

강의실이나 도서관에서 여학생들이 제 옆에 무심코 왔다가

"헉!"하며 손으로 숨을 막고 도망 간 적도 있고...

 

그렇게 공부해야 직성이 풀리는 탓에

생긴 건 '유인촌'이면서

(그래서 유인촌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다고 한 적있음.

워낙 오래 전의 이야기라 믿거나 말거나 임.

유인촌에게 전화를 해도 잘 모른다거나 기억이 안난다 할 거임.

전화를 해봐야 잘 받지도 않겠지만, 전화비만 나갈 거임) 

하는 꼬라지는 서울역 노숙자 삘이라는 핀잔을 종종 들었지요.

 

하여간...

 

아내가 하도 어떻게 했길래 머리가 까매졌냐고 물어대기에

할 수없이 고백을 하였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응~ 구두약 발랐어. 구둣솔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4.01 그래서 한국산 염색약을 구입했습니다. ^^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4.01 엔톨핀이 많이 분비되기를 바랍니다. ^^
  • 작성자샹하이황 | 작성시간 11.04.03 언제 날 잡아 [황제내경 소문편]도 좀 유머스럽고 엔돌핀 확 돌게 함 올리시죠 ㅋㅋㅋ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4.05 잘 알겠습니다. [황제내경의 소문편]은 지금 우리가 알아도 유익한 내용이 많이 있고 실제 실용적인 부분들도 있습니다. 날 잡아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 오래전에 제가 번역한 원본이 있는데 잃어버려서(출판사에는 있을런지) 새로 책을 보아야 할 듯합니다. 지금 시중에 나온 한문번역본은 고어체가 많고 한문투성이라 한의대생들도 무슨 말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네요.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