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람들의 '쥐'에 대한 기억과 인상은 그리 좋지 않다.
쥐 왕국이 코끼리 왕국의 은혜를 입은 일이 있다.
이에 쥐 왕국에서 보낸 왕의 사신이 코끼리 왕국의 왕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희가 입은 이 고마움을 언젠가 반드시 갚을 것을 맹세합니다."
그후 세월이 흘러 인간들이 코끼리들을 전쟁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코끼리 왕국을 침략하고 코끼리 왕을 잡아 나무에 밧줄로 묶었다.
코끼리 왕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도망갈수가 없었다.
문득 예전에 쥐 왕국의 왕 사신이 자신에게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하지만, 짐승들의 마음은 변하기 쉽다.
그 때 쥐들은 그냥 인사치레로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은 쥐 왕국 밖에 없었고 그리하여 구원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여러 날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러면 그렇지.'라며 코끼리 왕이 절망이 빠져 있던 어느 날 밤,
수천마리의 쥐떼가 몰려와서 코끼리 왕을 묶고 있던 밧줄을 갉아 풀어주었다.
코끼리 왕은 자신이 오해했던 쥐들에게 사과했다.
"나는 귀하들에게 깊이 사과하는 바이요.
나는 귀하들이 약속을 지킬 마음도 없으면서 그냥 인사로만 약속을 한 줄로 의심했었소.
귀하들은 비록 몸집은 작지만 진실하고 마음은 참으로 바다처럼 넓고 크구려."
이에 쥐들이 멋쩍게 웃으며 지으면서 대답했다.
"저희들은 폐하에게 그런 찬사를 들을만큼 훌룡하지는 못합니다.
사실, 낡은 약속따위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쥐들도 많았습니다.
그러한 그들을 설득하느라 시간이 걸려서 이렇게 늦어진 것입니다."
비슷한 예로 '이솝 우화'에는 '은혜갚은 쥐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이야기에도 쥐가 은혜를 갚고 보은을 하는 내용은 자주 들어본다.
하찮아 보이고 늘 경멸당하는 미물(微物)들 조차 은혜와 고마움을 알고
갚을 줄도 안다.
사람은 어떨까?
지식과 배움이 높고 재산과 권력이 많을 수록
자신의 존재만을 부각시키려는 인간에게 미물들은 교훈을 준다.
'고마움을 알고 은혜를 갚는 일은 하찮은 짐승들도 안다.'는 것.
보은이란 그리 힘들고 어렵고 돈드는 일이 아니다.
나의 진실을 상대방의 진실에 도달하게 해서
마음을 소통하는 노력과 정성이 드는 일일 뿐이다.
상대방의 진실을 알지 않는다면, 그래서 상대방과 소통하지 못한다면
서로를 가로막은 유리벽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겠지.
사람의 진실이 보인다면,
귀막은 뱀이 아닌 바에야 진실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음으로 양으로 누구에겐가 도움을 받는다.
몹시 급한 일이 생겨 택시를 타고 갈 때 나를 태워주는 택시기사가
그렇게 고맙지 않던가?
우리 집앞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누군가가 치워야 하는데
그것을 치워주는 청소부에게 우리는 고마움을 나타낸 적이 있던가?
남의 집에서 마시는 물한잔조차도 고마운 일이 아니던가?
부모님이 고맙고, 주변의 이웃이 고맙고,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고맙다.
외국에서,
보이지 않는 편견과 불이익과 말이 통하지 않는 불편함 속에서
같은 동족이라도 있어 준다면 우리는 안심하고 편안해 한다.
그것조차도 고마운 일이기에...
우리가 우리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질시와 미움과 무시의 행태, 이기적 대상으로 여긴다면
'은혜갚은 쥐'의 우화를 읽고 곰곰히 생각해 볼일이다.
나는 과연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