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보았던 일본 연속사극이 있다.
(하도 많으니 제목을 하나하나 기억하기가 쉽지않다.)
'도쿠가와 이에야쓰(德川家康)의 아들인 '도쿠가와 요시무네'(徳川吉宗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인데 그 중에 재미있는 대사가 나온다.
어느 날 쇼군(將軍-왕을 갈아치우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실질적 통치자)의
한 가신(家臣)의 하녀가 시집을 가면서 그, 가신의 집을 떠난다.
그 하녀는 닌자(刃者)였던 남편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술독에 빠진 채
살아가자 다른 집안의 하녀가 되기 위해 이전의 가신 댁을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그간의 어려운 생활을 토로한다.
당시에 '도쿠가와 요시무네'에게는 갓 나온 아들이 하나있는데
엄마의 몸이 좋지않아 아기를 돌볼 유모를 찾던 중이라
그 소식을 듣고 면접을 보러 가려는 참인데 입고 갈 옷이 없다.
할 수없이 지난 날에 근무했던 가신의 집을 찾아 인사를 한 후
무릎꿇고 머리를 조아려 간곡히 부탁을 한다.
'실은 이번에 쇼군께서 아기를 돌볼 유모를 구한다고 하는데
한번 면접을 볼까 합니다.
말씀드리기 죄송하오나 제[가 입고갈 옷이 없어서 그러합니다만,
사모님께서 이전에 입으시던 정장을 빌려주시면 안되시겠습니까?'
이 하녀는 자신의 이전 주인의 부인의 기모노를 빌려입고
직접 '도쿠가와 요시무네'에게 면접을 본 후 채용된다.
그녀가 그의 아들을 키우면서 절대권력을 쥐어가고
자신이 키운 남자아이가 '쇼군'이 되면서 막강한 권력을
소유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물론 최후에는 어느 자객의 칼침을 맞고 죽는다.
어느나라나 권력가진 자의 최후를 그린 연속극의
통속적인 내용이니...
일본역사이던 일본 연속극이던 공부하면 할 수록
하도 복잡하고 얼기설기 뒤섞인 과정이 심란해서
보고 또보고 해도 뭐가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을 때가 많다.
조작한 내용이 하도 많으니 조작한 냄새를 지우려고
일부러 역사나 연속극을 그렇게 뒤섰어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서설이 길다.(양해하시라...)
사람들은 누구를 만나고 다른사람 앞에 설일이 있을때
거지 꼴을 하거나 옷을 벗고 나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의 좋은 인상이란 첫 만남에서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이니 좋은 모습을 가지게 함은 당연지사이다.
그래서 어느 현인이 말하기를
윗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자기의 옷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입고 가라고 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려니와
자신의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몇년 전인가 중국 어느 도시에서 발생한 일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모 기업체 한국인 사장이
직원들에게 봉급과 보너스를 주기위해 여직원에게
통장을 주면서 은행에 가 돈을 찾아오라고 하였다.
그 회사에서 몇년간 성실하게 근무했던 그 여직원은
한국인 사장의 눈에 꼭 박힌 꽃이었고 나비였고 그림이었나 보다.
평소에도 통장이나 카드를 주면서 돈찾아오라고 하면
한푼 속이지 않고 정직하고 충직하게 일을 했으니
믿고 맡길만 했겠다.
그런데, 그날,
직원들 월급과 보너스를 주려고 했던 그날.
그 여직원은 20여만위엔인가?의 돈을 들고 튀었다.
부랴부랴 인터넷에 '사깃군을 찾습니다.'하고
사진이며 신분증 복사본이며 사연내용을 올린 들
이미 꿩잡아먹은 자리이고 화마(火魔)가 스쳐간 들판이다.
보나마나 그 여직원은 남자친구의 차를 타고
이미 어디론가 튀어서 한국인 사장의 어리숙함을
낄낄거리며 비웃고 있을 테지.
사깃군의 특징이 그런거 아닌가?
처음에는 간이라도 빼줄 듯
사람의 마음에 쏙들도록 말을 하고 행동을 보여주고
그런 다음에 빼도박도 못하게 믿도록 해놓고
등쳐먹는 거.
그러다 보니 애꿎은 사람에게까지 여파가 미쳐
'그후로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말을 해대고...
사람의 마음.
태아가 엄마뱃 속에서 자라가는 과정을
우리가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듯이
수시로 바뀌고 변하는 그것을
어찌알 것인가?
자신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외모를 볼 것이 아니라 마음을 보아야 하고
마음이 비친 거울을 통해 부끄러움은 없는 지
내면을 살펴야 한다.
남들에게는 아니라고 했으면서
마음 속에는 아스팔트위의 껌딱지처럼
눌어붙어 떼어지지 않는 불결함이
보인다면 그 불결한 껌딱지를 떼어내야지.
겉으로 사람에게 잘 보이고 나를 믿게 해도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그 모습이
언젠가는 드러나지 않겠는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다면
거지가 속옷을 벗어 비듬을 털어내 듯
나도 내 속에 있는 부끄러움의
비듬을 털어버려야겠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진스골프 작성시간 12.12.27 잘읽고 갑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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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힁~속았지 작성시간 12.12.27 저도 잘읽고 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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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o-mo 작성시간 12.12.27 한중일 교육방식
일본: 남에게 해끼치지 말고 살어라.
한국: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 1등해라.
중국: 속지 말어라. 속는게 바보다.
이런말이 있었는데 맞는것 같네요. -
작성자똥글이 작성시간 12.12.27 몇몇 사람은 오래 속일 수 있고, 모든 사람은 잠깐 속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요즘에도 링컨의 말이 맞는 말일까요? -
작성자스칼 작성시간 12.12.29 大奥얘기네요. 참 쟘나게 봤죠...사람일은 모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