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눈물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13.03.29|조회수1,389 목록 댓글 12

새벽에 잠깬 아내는 스탠드 불을 켜고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기도라도 하나보다~ 하면서 새벽에 갑자기 왠 기도?
하며 몸을 일으키니 '훌쩍~'하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훔친다.
 
'에구~ 울기는 애들처럼...
세상일이란 종종 찻잔 속의 폭풍이기도 한거야.'
하며 털어버리고 마음을 비우라고 했다.
우리가 중국에 잘 되려고 온게 아니니 안되는 일이 있다고
속상해야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어제는 식탁에 앉아 만토를 만드는 아내모습을 보고
결혼 전에는 손에 물하나 안묻히고 살더니
저렇게 애 둘낳고 가족들 음식 만드느라 콩나물 다듬고
펑퍼짐한 아줌마가 될 줄이야~
라며 실없이 웃기도 했다.
 
아~ 정말...
언제까지나 김태희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아내는 늘 아름다우니까...
 
아내는 중국에 온 이후로 한국음식도 맛있게 잘 만들고
중국음식도 잘 만들고 중국인 친구들도 많고 중국어도 잘한다.
아이들도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공부도 잘하고
중국어도 무척 잘하고 영어도 그만하면 잘하고 잘먹고 잘놀고...
그러면 된 거지.
 
남편이 능력이 없어 돈버는 재주가 없을 뿐이지만,
그렇다고 떡을 양손에 다 쥘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라고 위로하며 이불을 다시 덮었다. 
 
얼마전에 누님과 통화를 하는데 성화를 부린다.
그냥 한국에 들어와 살으라고...
왜 집놔두고 형제놔두고 집나가서 개고생하냐고...
 
개고생은...? 재미있게 잘 지내는구만...해도
말대꾸는 여전하다며 잔소리가 이어진다.
오죽하면 핸펀에다 누님 전화번호를 기록하며
누님이름을 이렇게 적었다.
 
" 잔소리"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계시니까 누님이 어머니대신한다.
제길 한국가면 어머니대신 누님에게 어리광부릴까봐 겁난다.
 
하여간,
아직은 아이들 공부가 끝나지 않았으니 더 버텨보겠다 했고
그 후에는 그후에 가서 생각하자고 했다.
 
한국에 들어갈 경우 해야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일단은 중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한의학을
더 연구할 생각이고 아내는 대학원에 진학시켜서
중국어 공부를 더 시키고...
아이들이야 지들이 알아서 대학을 가던지 말던지...
 
어차피, 중국은 남의 나라이고 이 나라에는
내가 떼어먹을 파이조각도 없고 먹다만 식은 핏자조각도
없다.
 
그래서 종종 나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내가 여길 왜 왔지?"
 
몽골지방에서 불어오는 삭막한 황사바람만큼이나
간담을 서늘케하는 일상의 삶들이 지속되지만,
그래도 한국에는 북한이 전쟁을 벌인다 어쩐다며
뻥을 까는 불안함이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야
그래도 중국에서 지내기가 더 낫지 않을까?
 
아내의 눈물을 모르는 체, 무심한 체 외면하려고
'눈에 복에겨운 걸 모르는구만.'이라며 눙치고 지나가도
내심 미안하고 속이 쓰리다.
 
그래도 쫌 지둘려봐. 사람 일을 누가 알겄어?
내가 한국돌아가서 한의학 공부하면 말야...
 
제길, 입이 보살이라더니 입만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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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29 그렇습니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같이 힘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SIMON | 작성시간 13.03.30 아이쿠~ 두분모두 서로꼭안고 또닥또닥이 필요하네요 가끔은 우리모두가 필요하지요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30 너무 꼭안았더니 뜨거워져서 침대가 불타버렸습니다. ^^
  • 작성자상근이네 | 작성시간 13.03.30 인도의 속담에 "모든건 결국 괜찮아진다. 괜찮지 않으면 아직 끝난것이 아니다." 결국에는 괜찮아질것이고 열심히 살아간 결과는 좋은 추억이 될것입니다. ^0^;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30 그렇습니다. 괜찮아질 것입니다. 사실 괜찮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종종 실망스러운 일이 생길 뿐이구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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