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산을 접어야지.
가는 길이 다다랐으니 비도 그쳤지.
혹시 모르니 가지고야 다니겠지만,
해가 쨍쨍할 땐 접어야지.
혹은 뜨거운 해를 피하려 펴야겠지만,
그땐 거추장스런 외투도 벗어야지.
뒤돌아 보니
참, 멀리도 걸어나왔다.
어릴 적,
시장가시는 어머니를 따라간다며,
오지 말라며 손사래치시던 길,
그 뒤를 따라나서다가 외려 길을 잃은 적이 있지.
그땐 도대체 얼마나 멀리 걸어나간 것일까?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우울하게 부르던,
꿈결처럼 들리던 오기택의 '외나무다리'란 노래.
아마도 밤 12시가 넘던 그 시각.
남의 집 담벼락아래에 누워 '여기가 어디지?'라며
별을 헤던 그때...
지금도 그때만큼이나 무작정 걸어나간 거리.
인생.
비올지 모르니 우산은 챙겨야지,
라고 할만큼 철은 들었어도
따라오지 말라시던 어머니 뒤를 따라가다가
냉큼 꼬리를 놓쳐 다른 길로 새던 그때 만큼이나
지금의 인생도 겯나간 건 아니었을까?
이젠 우산을 접어야지.
낚싯대도 드리우고 접어올린 팔소매도 내리고
풀어놓은 운동화끈도 비끄러 매고...
그리고, 가야지, 또 다른 길로...
세상에는 자기가 선택한 길을 가는 사람도,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도
그 끝은 거의 비슷하다는 데...
지금까지는 선택한 길을 살아왔으니
앞으로는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봐야지.
길은 끝이없어 손끝에 잡힐 듯한 구름마저 희롱하고
끝없는 길은 있어도 내 길의 끝은 있을테니
어느 길을 가더라도 그 끝은 비슷하겠지.
이제는 우산을 접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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