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황토길.
내몽고의 뜨거운 황사바람에
검붉은 껍질을 뒤집어 쓴 외투.
무겁고 칙칙하다.
가는 길은 아직도 구만리인데
쌓이는 모래먼지는 삶의 근심이다.
벗어던지고 픈 겨우내 입던 외투도
차마, 그리하진 못한다.
가나마 피부를 둟고 찢는 모래바람의 칼날을
그나마 막아주는 터에 꼬옥 여미어도...
삶이 흐르고 세월을 살 수록
덜어질줄 알았던 근심의 암덩어리가
항암제도 필요없는 듯, 암세포 제거용 메스도
소용없다는 듯 비웃으며 증가한다.
가증스러운 것.
조금이라도 덜 춥고 따가운 햇살을 피하려
바위밑 그늘을 찾아도 사막은 이를 거부한다.
가는 길이 언제는 편했냐마는...
살아온 삶이 있는 만큼
피할 줄도 알고 비껴갈 줄도 알고 도망칠 줄도 아는데
몸에 밴 타성때문인가?
이젠 꿈적거리는 것도 귀찮다.
가는 길은 아직 구만리인데...
벗어야지, 외투를...
따가운 햇살에 몸을 구워서
차라리 불벽돌이 될 지언정,
이제는 외투를 벗어야지.
버려야할 유산.
벗겨버려야할 껍데기.
그래봐야 진실을 감추는 가면일 뿐인
속성을 털어버리고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야지.
구만리 가는 길을
그래야 수월하고 가볍게 갎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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