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어느날...그리고 그후-그때 정말 사랑했을까?(7)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8.12.15|조회수758 목록 댓글 9

'내가 남에게 의지하기를 좋아하고 자기네덕으로 미국가고싶어한다고?'

황당하기도 하고 기가차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기분나빠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30년넘게 살았다니 부모님의 말씀을 오해했거니 하였다.

 

사실, 당시만 해도 부모형제두고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산다는 건

생각만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 지는 일이었다.

또한 만난 지 채 한달도 안되는 시점에 급작스레 결혼을 해서

미국을 간다는 것도 불안하고 비현실적이고 미덥지 못했다.

 

게다가 아무리 부모님이 시골사시는 무식하고 물정모르는 분이더라도

자식을 위한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인데

남들에게 자식망신주는 말씀을 할 부모들은 세상에 있을까?

 

나중에 아버님에게 말씀을 드리니 남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우리아이는 부족한 게 많지만, 무언가를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좋은 면도 있다고 하셨다.

 

전에,

맞선녀는 나를 만나는 동시에 다른 남자도 만나고 있다고 하였다.

나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절 다른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런말은 나같은 모질랭이가 믿지 다른남자들도 믿었을까?

 

 

아뭏든 그리고 어쨌거나 결혼하는 일에 양당사자가 일치를 보았으니

결혼식날짜와 결혼식장만 결정할 일이 남았다.

결혼식은 그녀가 비자연장을 한다고 했으니 8월 20일에 올리고

결혼식 장소는 모 호텔  12층에서 하기로 결정을 하고

하객들은 친척들만 초대하기로 하였다.

 

신혼여행갔다가 두어달 후에 미국가는 가는걸로 하였다.

 

지금생각하면 웃기지도 않는 일이 있다.

예나지금이나 한국인이 미국가는 비자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결혼식올리고 미국행 비행기표 산다고 미국갈 터는 아니었으니

그걸 모르고 미국간다고 나부댄 일이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여간 다음날 서울로 가서 최소한의 준비는 하자며

결혼예복을 준비했다.

예복이라야 양복 넥타이 신발 따위, 등이었다.

남자예복은 여자가 사주는 것이라나?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그냥 받아들고 내려왔다.

 

여자껀 내가 사야겠구나 싶어 서울계신 누님과 형들에게

이야기하였고 동생들에게도 부탁하였다.

그녀를 소개시켜준 둘째형님은 한달 전에 미국유학갔으니

형수가 알아서 해줄테지 하고 생각만 하였다.

 

결혼식이 별거 있간?

하면서 여자가 사준 물건을 들고는 룰루랄라~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지금은 한의사인 여자 조카가 있다.

그 때 당시에 7살이었고 지금의 우리 딸아이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영리하고 깜찍하고 귀여웠다.

 

삼촌이 근래에 바쁘게 서울로 왔다갔다 하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상하기 한가보다.

"삼촌 장가가?"

응~

"우왕~ 좋겠다! 글면 이젠 시내구경 못하잖아."

왜? 같이 다니면 돼지~

"삼촌~ 결혼해도 우리랑 살거야?"

그러지 머~ 작은엄마 될 사람 얼마나 좋은데~

"삼촌, 결혼해서 미국간다며?"

몰라~ 나영이(조카이름. 당연 가명)두고 갈 수는 없지.

"그럼 나도 데리고 갈거야? 아유~ 좋아라~"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올해 27살인가?

 

세월이 참 허무하게 흘러간다.

아는 분이 아들이 설법나오고 사시해서 검사로 근무 중인데

한의사 며느리를 보고 싶다고 하였다.

남편은 모 대학교 영문과 교수이고 사위는 산부인과 의사이고~

검사인 아들은 막내인데 막내만은 한의사랑 결혼시키고 싶다나?

 

그 분의 집안을 대충 둘러보면 우리같은 중류이하 계층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한국의 극상류층을 대변하는 분인데

비록 지방이라 할 찌라도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성골/진골계퉁의

귀족인 것이다.

 

외국에 나와보니 별거 아닌 듯보이는 한국인들이 넋빠지게 떠들어 대는

잘난 집안자랑은 한국 내에서는 절대지존의 뿌리를 박고 있어서

한국이 여닐곱번 왕창 뒤집어지고 뭉개지고 해도 없어지지 않을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코가 개똥에 쳐박히고 이빠이 대여섯개 빠져도

"이리봬도 뼈대있는 집안여~"라며 집안자랑으로 날을 샐 민족이다.

 

과거는 그렇다치고 한일합방과 한국전쟁, 등으로 나라가 망하고

뒤집어 졌어도 여전히 썩어문드러진 뿌리자랑은 이또오 히로부미도

혀를 내두를 것이다.

 

쯧쯧쯧~~

 

아뭏든,

조금전의 그분은 조카를 어릴 때부터 보아왔는데 

아이가 착하고 영리하고 예쁘고 하니까 마음에 두었던 모양이다.

중국오기 전에 몇번 큰형수님께 귀뜸을 드렸지만,

집안이 맞지않아 어려울 거라고 하였다.

 

하긴 요즘 집안들은 재색, 물색, 지색, 백색을 겸배해야하니...

 

아니~ 저들만 좋으면 되지 않아요?

지금 세상에 아직도 돈달라하고 아파트사달라하고 그래요?

남자애 집안도 먹고살만한데?

게다가 결혼하면 나영이가 때마다 보약해다바칠텐데??

 

중국에 오면서 아는 분의 연락처를 잃어버렸다.

 

그분도 충청도 분이라 대놓고 자기 심중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본래 한국인의 특징이 그렇지 않던가?

부모자식간 이야기할 때

말은 날씨이야기하고 경제이야기하고 정치이야기해도

속뜻은 돈좀 달라는 거~

 

귀띰을 하면 알아서 행동하는 문화가

우리에게는 발달해있고

그러한 문화는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필요한 일을 해주는 합리적이고 편리한 관습인 듯하다.

 

조카네와 검사부모와의 조우(遭遇)가 있을 지 모르겠고

그렇더라도 대놓고 속을 드러내놓지는 않을테니

인연이 있으면 되는 거고 없느면 제갈길 가겠지~

 

.................................................................................................................................................................................

 

그녀와 헤어져 집으로 오면서 왠지 모르지만,

막상 결혼한다는 것이 썩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모든 것이 갑작스럽고 급작스레 이루어졌고

미처 생각하고 정리하고 추스를 새도 없이

어떤 대책이나 계획없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있었다.

 

내 성격이 성급하게 일을 하는 편인가?

 

하긴 아버님 친구분 한분은 해방 전에 경성제대 4학년이었는데

부모님에 어느날 갑자기 처녀하나를 데리고 오시더니

당장 결혼하라고 했대나?

 

당시에 학생이고 낮에는 학교에 가서 공부해야하니

저녁에 서둘러 결혼식 올리고 다음날 다시 등교를 했댄다.

그분은 교육감에 교장선생님을 하시다가 정년퇴임하셨고

그후로 교육사업을 하시다가 올 봄에 돌아가셨는데

일본어는 일본사람만큼 잘하고 영어는 나만큼 잘했다.

 

나를 무척 아껴주신 분이고 도움도 많이 주셨는데

중국오기 직전에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는

그분의 장례에는 찾아가 뵙지 못했다. 

 

사람의 일이란게 어디 시간표짜여진 대로

착착 진행되기만 하던가?

 

그때 결혼식을 하면 주례로 모시려던 분이었는데~~

 

그랬던가?????

 

서울에서 짐을 한보따리 싸들고 집으로 내려온 다음 날,

맞선녀와 만나  패물을 사려고 만날 장소를 정하기 위해

전화를 하려고 수화기를 들려는 찰나,

"때르르릉!!"

전화기가 울렸다. 

 

순간 아주 묘하고 이상하고  실타래 꼬인 기분이 들었다.

 

"시골뻐스님이세요?"

 

마침 전화 잘 주셨어요. 제가 전화걸려던 참인데~

오늘 예물사러 가야할텐데 어디서 만날까요?

 

"그게 아니구요."

 

예?????????

 

"시골버스님께 급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예? 무슨 말?

 

"제가 직접 만나서  말씀드릴께요?"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귀연다람쥐 | 작성시간 08.12.15 어쩌면 이렇게도 연속방송극처럼 결정적인 데서 딱~끝날까? 쩌~업, 예고편이라도 있었으면....ㅋㅋ
  • 작성자sophy | 작성시간 08.12.16 님땜에 빠지지않고 들어 오네요 ㅜㅎㅎㅎㅎ
  • 작성자imp0124 | 작성시간 08.12.16 아침 9시 비행기타고 한국 출장가야하는데,,허덕 벌써 5시가 다 되어간다. 한꺼번에 모조리 읽었더니 눈도 아프고...괜히 들어왔다..
  • 작성자sophy | 작성시간 08.12.16 오늘도 혹시하고 들어왔다 (마치 매일 일간지 연재소설 기다리듯 )그냥 가려니 섭섭해 한 자 남깁니다.
  • 작성자행복의 천사 | 작성시간 10.04.06 오 .... 이게 무슨 일이래요 ?ㅡㅡ;; 마음이 무겁네요 ..무슨 전화 일가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