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사랑해요, 베이징(2)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9.02.22|조회수389 목록 댓글 3

백두산.

 

대한민국사람이면 한번씩은 가보고 싶고 만져보고싶어

가슴에 품던 마음의 고향.

 

지나치게 감상적인 발상인지는 몰라도 백두산은 우리에게 그랬다.

 

백두산에 올라본 사람은 분명 그랬을 것이다. 

"대한독립만세애!!"

 

그러면서,

"이땅은 우리땅이야! 언젠가는 찾고 말거야!"

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중국오기 전에 화교학교에 몇번 간 적이 있다.

당시엔 중국올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아이를 화교학교에 넣으려고 상담차 방문했다.

 

학교는 작은 대만이었다.

청천백일기와 대만교과서, 장개석 사진과 손문사진이 걸려있고

학교건물 벽에는 "고토회복(古土回復)"이란 글자도 적혀있고...

국적이 대만인 아이들이 놀거나 공부하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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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이 처음에 백두산 관광을 가자고 했을 때

남의 나라 땅에 있는 남의 나라 것이 되어버린 백두산을 간들

한라산 올라간 것만 하겠느냐는 생각에 남북통일이 되는 날 가겠다며

코웃음을 쳤다.

 

어느세월에 남북통일이 될지 모르지만, 그런 똥고집을 부리며 살던 차여서

그분이 픽~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놀고있네.  장난쳐?

무슨 독립투사도 아니고 무슨 애국원로도 아니고

그냥 바람이나 쐬고 기분전환이나 하러 가자는 건데

무슨 남북통일이야?

꿈깨.

그리고 좀더 현실적으로 살아.

우리네 백두산은 없어. 남의 나라에 있는 남의 산이지.

안그러면 북한을 통해서 갈거야?

북한은 우리나라야? 북한에 있는 백두산은 우리산이야?

제발 감상주의에서 벗어나라 응?

 

그냥 백두산에 가서

"아~ 이것이 백두산이구나"하고 말아.

알프스 산에가서 "아~ 이것이 알프스 산이구나"

하듯이 말야.

 

신신당부하는데 감상주의에서 벗어나라.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우리네 백두산은 없어.

한 때 있었을 뿐이야.

그냥 마음 속에만 담고 말아."

 

 

25년 정도 된 이야기같다.

돌아가신 지가 오래된 잘아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 할머니는 친자식이 전혀없이 연탄아궁이 단칸 월셋방에

혼자 사시다가 쓸쓸히 돌아가셨는데    

늘 입에달고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이 근처 대학주변의 땅은 예전에 우리 땅이었어.

땅이 얼마나 넓었는지 끝이 안보였지.

일정 때 우리 영감이  돈을 잘벌었거든.

그때는 하인도 여럿두고 먹을거리 걱정없이

큰소리치고 살았는데..."

 

자식이 없다보니 양아들을 두었는데

양아들놈이 그많은 땅을 도박으로 잃고

나머지는 팔아치워서 자기 친부모에게 돌리고

정작 자기는 거리로 내쫓았다며 이를 갈았다.

 

내가보아도 그 양아들이란 사람은 그저 양아치였고

어른도 몰라보고 이웃도 몰라보는 정말 막되먹은

호로자식이었다. 

 

그것을 사실로 쳐도

그할머니가 "이땅주변은 전부 우리땅이었어."라는 말은

대답없는 공허한 산울림이고 메아리일 뿐이다.

빼았겼거나 잃었거나 가지지 못한 자의 항변이고 하소연은 될지언정

자랑거리도 아니고 뻐길 일도 아니었다.

 

할머니 자신은 과거의 영화가 자랑스럽고 남부럽지 않았고

그래서 남들이 그렇게 인정해주기를 바랐겠지만,

할머니는 그저 할머니일 뿐, 과거의 마나님은 아니었다.

절대로.

 

주변사람들도 그할머니를 자식없고 재산없고

단칸월셋방에 가난하게 외로히 사시는 할머니로 인정할 뿐이었고

생활비도 없고 생활대책도 없으니 불쌍하다고 생각하여

여기저기 추렴해서 몇만원의 생활비를 마련하여 드렸다.

그 할머니는 그렇게 살다가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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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더이상 우리네 산은 아니었다.

그럴 가능성은 눈꼽만치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었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직시해야만 했다.

그래봐야 죽은 자식 귀만지기이고

깨어진 고려청자기 밥풀로 붙이기였다.

 

그래.

대한민국엔 백두산이 없는거야.

단지 애국가와 교과서와 관공서 벽에걸린 액자에 있을 뿐이야.

그리고 백두산은 그냥 백두산일 뿐이야.

후지산이 그냥 후지산일 뿐이듯,

에베레스트가 그냥 에베레스트이듯...

 

이렇게 생각을 하자 정말 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생각에

백두산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였다.

그때가 1996년 6월 2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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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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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0099 | 작성시간 09.02.22 네에.. 그랬군요......
  • 작성자꿈이맘 | 작성시간 09.02.22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로옥......
  • 작성자리더 | 작성시간 09.02.26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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