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사랑해요, 베이징(3)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9.03.11|조회수473 목록 댓글 4

그날 일행들과 비행기를 타고 북경공항에 내렸다.

중국은 나에게 최초로 방문한 외국이었고 왠지 후진국같으면서

어릴 적 다듬어지지 않으면서 촌스러우면서 투박스러우면서

그러나 거칠은 순박함이 느껴졌다.

 

90년 초에 중국에 사업차 정착하여 사시는 분들이야

나보다 하고픈 말도 많고 할 말도 많고 보고들은 내용도 많을 테고

그분들은 나보다 척박하고 황량한 환경에 살았을테니

지극히 감성적인 모습으로 다가간 중국에 대한 나의 느낌과

무척 다르리라 여겨진다. 

 

나 자신 시간도 널널하고 혼자몸에 내칠 것없는 입장이라

바람이나 쐬러 다녀온다는 마음이어서 척박한 중국땅에

삶의 터전을 다지느라 무진 고생을 하신 선배 교민들보다는

배부르고 등따신 중국경험이어서 함부로 중국경험을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진다.

 

본래 깊이가 얕은 시냇물이 졸졸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운 법이니

강호제현의 중국경험을 풍부히 가지신 달인귀하들의 넓으신 양해를 구하고 싶다.

 

북경공항의 매케한 매연냄새가 내가 중국에서 느낀 최초의 경험이랄까? 인상이었다.

어릴 적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연기가 신기하고 매연냄새가 특이해서

그냄새를 맡으려고 자동차 뒤를 뒤따라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맡았던 휘발유 매연냄새가 중국에서 나고 있었고

몸에 좋던 나쁘던 차치하고 아련한 옛생각을 떠올렸다.

 

 

나와같이 왔던 일행들은  수십명이 아니라 백 수십명이어서

혼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여유와 시간이 없었던 터였다.

그냥 버스에 올라 어디론가 가는 데

북경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느껴지는 것은 찌들어 진 아파트와 다른 건물들,

스쳐지나가는 중국인들의 꽤죄죄해 보이는 모습들,

그리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내가 탄 버스와 일행들을 바라보는 그들은

돼먹지 못한 외국인의 모습에 가난한 것인지 못사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삶의 의욕도 없이 사는 것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무언가 답답하면서 가슴이 콱 막힌 느낌이 들었다.

 

외국여행이란 것이 아침에 일어나 근처에 샘에 가서 물을 길어오던가

배낭짊어지고 가까운 산에 올라 '야호!'소리한번 지르고

싸가지고 온 음식먹고 기분좋게 산을 내려오는 과정이라면

그리 고민하고 생각하고 껄적지근한 잔영이 남지도 않을 것이다.

 

살아온 60년대와 7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북경의 거리와 사람들은

일견 친밀함도 전하지만, 다른한편으론 많이들 힘들게 살았나 보다라는

잘알지 못하는 감상에 치우친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무생각없이 북경시내를 구경하는데

한참을 돌더니 조선족 관광안내원이 말하기를

한국인들이 북경에 처음오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있는데

중의원이라고 한다.

 

한의원이라고 하면 알겠는데 중의원이라고 하니

어색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난데없는 왠 중의원부터 가는 것인지

쌩뚱맞기도 하고 황당스럽기도 했다.

 

북경에서는 제법 크고 유명한 중의원이라는데

지금 생각에 북경중의원이 아닌가? 싶은데

내가 보기에는 크리 커보이지도 않고 그리 유명해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놀란 것은 일행들 중에 중국에서 만든 한약이 좋다고 해서

적게는 50만원에서 300만원어치 중국약을 사던데

속으로는 '미쳤어 다들~'이라며 욕했다.

 

그때 샀던 중국약이 얼마나 좋고 효과가 있고 치료기능이 높은 지는 몰라도

우리는 오랜동안 문명국에 문을 닫아걸은 중국에 대해 무지한 점도 있고

무협영화와 소설과 중국관련 자료에서 신비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감각적이고 말초신경적으로 전달한 언론보도 때문도 있고

사람들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약이 만병통치약쯤으로 생각했던지

몇백만원씩 겁도없이 사는 모습들을 보고 그냥 기가막혔다.

 

나중에는 일용업자로 살아가는 어떤 사람이 간경화를 치료하러

중국에 가서 200만원어치 약을 사먹고 왔는데

돈이 더 있었으면 더 많이 사먹고 왔을텐데 라며 몹시 아쉬워하는 모습에

중국약에 중독된 것인지 최면에 걸려서 무슨재료로 만든 것인지도 모른 채

중국제 한약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모습에 속상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겪어보고 당해보고 나서야 그게 아니구나 라고 실감을 하기 마련이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어리석음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북경시내 중의원에 들른 일행들이 중국 의사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받는다,

약을 산다, 하는 동안에 나는 관광버스에 올라 생각없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일행들이 빨리 일을 보고 숙소로 가서 저녁먹고 쉬었으면 좋겠다며 툴툴거리고 있었다.

 

그때 버스 안에는 우리 관광일행들의 모습을 공항에서 부터 비디오로

촬영해 준 중국인 아가씨가 있었는데 무척 예뻤고 보기드물게 세련된 모습이었다.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보니 멋적은듯 빙그레 웃는 모습이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수줍고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고 그녀도 미안스레 고개를 돌린다.

아마도 무슨 남자가 저리 무감각하고 바보스럽냐고  여길지 몰라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니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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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고운 | 작성시간 09.03.13 으후루꾸루후으으후루꾸루후으으후루꾸루후으으후루꾸루으으후루꾸루후으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15 난해하네요~ 무슨 뜻?? 우주어인가? 아님, 신조어인가? *^^*!
  • 작성자고운 | 작성시간 09.03.16 님 글을 읽다가 어릴적 교과서에 나오는 수필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마지막 "니 하오~"여기서 그만 그냥 약간 황당하는 뜻입니다 글씨가 움직이는 것 같아서 마땅히 할말없을땐 가끔 웃길려구 사용하는 거예요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17 아닙니다. 글의 진행이 좀 의외였겠군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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