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콜롬버스와 달걀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9.04.30|조회수323 목록 댓글 12

저에게는 잘난 친척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동서고금을 통해서요.

 

제 아이디가 시골버스이다 보니 "시골"은 이름이고 "버스"는 성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버스"라는 성을 가진 인물들이 무척 많습니다.

"옴니버스" "트롤리버스" "캔버스" "미스유니버스", 등...

 

우리 "버스"가문이 워낙 잘나다 보니 세계적으로 이름난 인물이 다 나옵니다.

특히 "미스유니버스"는 우리 "버스"가문의 대표적인 유명인사이기도 하지요.

 

 

어제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니 예의 엄마를 닮아 예쁘게 자라가는 딸래미가

가장 먼저 반깁니다.  가방을 받아들면서...

아들은 숙제가 많아서인지 혼자서 숙제하느라 끙끙거리고 앉았고...

 

소파에 앉아 쉬면서 무심코 앞에 놓인 앉은뱅이 테이블을 바라보니

달걀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엉? 달걀이 누워있지 않고 세워져 있네?  누가 그랬어?" 하니

숙제하던 아들이 자기가 그랬답니다.

그냥 해본거라고...

 

 

문득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잘 아는 친척이  생각났습니다.

콜롬버스였습니다. 1492년에 미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알만큼 다 압니다. 그리고 잘 압니다.

 

각설하고...

 

콜롬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후 고향인 제노바로 돌아오니

그는 영웅이 되어있었고 사람들은 그의 업적을 칭찬하기도 하지만,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어지간히 콜롬버스의 속을 긁어댔나 봅니다.

 

한번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콜롬버스가 이런 제안을 합니다.

누구든지 달걀을 테이블위에 모로 세워보라고... 그것도 아무기구도 사용하지 말고...

성공하면 스페인의 이사벨라여왕에게 하사받은 뿡알시계를 주겠노라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보다못한 콜롬버스가 나섭니다.

그러고는 달걀의 한쪽 모서리를 '톡,톡' 치더니 구멍을 조금 내고는 테이블위에 세웁니다.

 

사람들을 그것을 보고는 한마디씩 합니다.

"에이~ 그렇게 쉬운 걸 누군 못해."

이 때 콜롬버스가 한마디합니다.

"그렇죠. 이렇게 달걀은 세우기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달걀세우는 방법을 찾기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자 좌중이 조용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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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게 쉬워보이는 일들이 무척 많습니다.

 

우리는 김연아선수의 멋지고 황홀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피겨스케이팅 연기모습을 즐겁고 기쁘게 감상하지만, 

그가 세계적인 프겨스케이팅 선수가 될 때까지

흘렸던 눈물과 땀과 한숨과 좌절감과 그의 극복, 등은

잘 알지 못합니다.

 

외국인들도 잘 알고 좋아하는 박지성선수가 있습니다.

 

그전에 박지성아버지가 말하기를

아이가 공부를 하도 못해 축구라도 시켜야겠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은 웃었지만,

그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될 때까지 겪어야 했던 숱한 고통은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외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겠지요.

 

우리 친척이라고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콜롬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후

고국에서 환영을 받고 유명인사가 되었을 때

(나중에 그의 그러한 업적이 부정적인 측면으로 평가되기도 하였지만)

그가 그러기 까지 겪었던 무수한 고통과 어려움을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톱니바퀴처럼 살아가면서 요령과 잔머리와 교활함과 게으름을

일상의 의복처럼 걸치고 지내는 요즘에

 

콜롬버스의 달걀같은 사고의 전환은

무기력하고 지루하고 답답하고 곰팡내나는 삶에 

폐 속을 맑게 씻어주는 신선한 향기를 실어다 주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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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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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5.04 하얀곰님도 감성적이신가 봅니다. *^^*! 상처받을 일이 있다면 웃음으로 극복하자구요. 항상 힘차게 사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필터전문가 | 작성시간 09.05.03 편안하게 가슴에 와닿는글 감사합니다. 자주 좋은글 올려주세요.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5.04 감사합니다. 좋은 글로 보아주시니 마냥 행복해집니다. *^^*!
  • 작성자월드브릿지 | 작성시간 09.05.04 누구나 아는 귀절이지만 중국실전에 비유하시니 더 감동을 자아냅니다. 시골버스 님이 올리시는 글,,, "무언의 묘한 마력을 뿜어낸다는 생각"이 가끔 든답니다. ^^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5.04 너무 좋아서 입이 다물어 지지 않네요. 님의 표현이 더욱 멋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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