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위선을 부리지 마세요.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9.07.08|조회수785 목록 댓글 3

솔직히 나는 나자신을 생각할 때 늘 위선을 부리며 산다.

아내가 나를 만났을 때 아내가 내던진 말이 "위선자"였다.

그리고는 자기가 만나본 남자중에서 가장 모자라는 사람이라나?

 

내가 본래 속마음이 없는 터라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을 나의 약점으로 삼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천성이려니 하고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속은 안좋다.

 

아내를 만나기 직전에 여자가 많았다.

걔중엔 일본여자도 있었고 중국인 여대생도 있었다.

여자경찰(마약담당형사)도 있었고...

 

그런데 참 유감스럽게도 그냥 만나만 보았지

그이상을 넘어간 적이 없다.

 

난 이것이 늘 불만이다.

무수한 스캔들과 염문과 추문을 날릴 수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벽증에 가까운 "이러면 안돼~"라는 무의식적 고정관념.

 

경찰출신의 아버님이 몹시 엄격하셔서

우리 육남일녀의 남매는 남녀칠세부동석이 아니라

이성의 남자거나 여자는 무슨 웬수로 생각하였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웃을걸?

대학시절, 무슨 일이 있어 가정과 강의실에 갔다가

여학생들의 내게 쏠리는 눈길에 얼어붙어서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그자리에 꼼짝못하고 서있던일...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얼굴이 발개져서

튀어나오다시피 했는데 여학생들 "까르르~"웃는 소리가

무슨 대포터지는 소리만큼 귀청을 울리던 그때.

 

그후로 가정과 여학생들만 보면 나를 욕하는 거 같고

흉보는 거 같고 놀리는 거 같아서 그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그때.

왜그렇게 죽고싶도록 부끄러웠던지...

 

나는 아직도 아버님에 대한 불만이 그런거다.

왜 여자를 사귀지도 못하게 해서

여자들 앞에만 서면 덜덜 떨게 만들었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나더러 위선자라고 말한이유가 있다.

"거짓말~ 세상에 그런남자가 어디있어?"

"어이구~ 천연기념물 났네."

"그 나이가 되도록 여자랑 안잔 남자가 어디있는데???

그러다 죽으면 몸에 사리가 많이 생긴다며?"

"나몰래 다른여자한테 애낳은거 있음 고백해

모든거 용서하고 목숨만 살려줄께"

----> 그래, 이띠!! 가지고 놀다 제자리에 놔라!!

세상에 믿고산다는 아내조차 안믿어주니...

 

그런성격에다가 방안에 틀어박혀 책만읽고 공부만 하고

변변한 직장없이 생활하니 주변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보기에 잘난 친구들은 내가 잘나지 않으니 상대를 안해주고

(나도 잘나긴 잘났다. 내가 유인춘한테 그냥 맞았간?)

그러다 보니 내면의 세계로 빠져들고 그안에 나를 가둬두었다.

 

결혼이란 또다른 삶을 살려고  나를 풀고 튀어나온 세상.

그곳에서 나는 걸음마부터 배워야했다.

 

세상이 모두 내생각대로 되는 줄 알고 시작한 삶은

연일 고전이었다.

 

생각난다.

히딩크감독의 또다른 별명이 "오대영(5:0)이었던 것을...

오대빵, 오대공, 오대떡...

참, 조롱도 많고 놀림도 많고 비아냥도 많고 비난도 많고

손가락질도 많고 밥만 축낸다 빈정거리고...

 

자가당착에 빠진 한국대표팀들은 그정도로 열나게 깨져야

자기모습을 제대로 알텐데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을텐데

주변사람들은 우선 달콤한 꿀발림에만 익숙해있었다.

 

히딩크감독이 축구의 축자도 몰라서 "오대영"이었을까?

 

자고로 싸움을 잘하려면 싸움잘하는 놈과 붙어봐야 한다.

처음엔 얻어맞고 깨지고 밟히고 뭉개지지만,

그런 싸움에 익숙해지면 강해진다.

 

오래전에 가르친 대학 제자가 있다.

격투기 선수이고 한국챔피언까지 지냈고

특수부대 707출신이다.

어려서부터 밥먹고 해온일이 싸움질이라

지금결혼해 사는 부인도 태권도 사범이다.

그제자가 싸움잘하는 법을 말해주었다.

그것은 많이 맞고 많이 넘어지고 많이 짓밟히는 것이라나?

그러면 맞고 넘어지고 밟히는 것이 무섭지 않다고...

 

이나이에 어디가서 싸움질할 일이 어디있겠냐만,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내용이기도 했다.

 

여러군상이 몰려어울리는 세상에서

단순하고 올곧은 모습으로 살기가 어려움을

그간의 삶의 체험으로 알게되었다.

 

나의 겉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내놓아야만

나의 상품가치가 오른다는 사실도 알았다.

설령 유통기한이 지나고 물건의 질이 나쁘고

망가지고 맛이 갔어도

고객들이 절대로 그것을 알게해서는 안된다는

요령도 알았다.

 

그래야 살아남고 사람도 얻고 돈도벌고 명예도 얻고...

그렇게 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늘 그런 재능과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해보았으면...

 

도대체 그런 뻔뻔함은 천부적 재능일까? 실력일까? 경험일까?

여학생교실에서 얼어붙어서 다리를 후들후들떤채

꼼짝달싹 못하던 새가슴이 과연 철판으로 도배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오래전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직전,

점심시간에 친구와 홀라당 옷을 벗고

여학생교실에 들어가 책상위에서 고추를 내밀고

춤을 추었던 그 용기는 다시 없을까?

 

주변에서 잘난사람들을 수줍은 마음으로 바라보며

부럽고 샘나고 흉내내고 싶었건만

늘 마음으로만 가득할 뿐...

 

아직 삶의 경험이 일천하고

가정과 아이들과 남편 밖에 모르는 아내조차

다른사람들의 잘나보이는 혹은 잘되 보이는 모습에

"우리는 왜 이것밖에 안돼?"하며 침울해 한다.

 

'천성인걸 어떡하냐' '부창부수'지뭐, 라고 둘러대도

속은 시원치를 않다. 그래서 아내를 달랬다.

'가난은 불편해도 부끄러운 건 아니다.

도둑질로 고기뜯어먹기보다

풀을 뜯어먹더라도 내손으로 일해 먹는게 나은거다.'라고

입에 침발라가며 말한다.

그러면 그런다.

"어이구~ 문자쓰네. 무슨 개풀뜯어먹는 소릴~"

음~ 그런가?  할 말이 없다.

 

잘나 보이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우연히 그가 가진 전혀 생각치도 않은 그의 더러운 모습을 알게되었다.

평소에 도도하고 오만하고 그래서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함마저 가진 그.

그 이면에 그가 가진 추잡스런 모습.  그냥 쓰레기였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람에 대한 절망.

그러려니 하고 말겠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에게 적응을 못하고 있다.

 

나역시 고고하고 잘나빠진 착각으로(그래서 유인춘한테 맞았지만...)

살아가는 지 모르겠고

언젠가는 나도 또다른 나같은 사람에게

더럽고 쓰레기같은 모습으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그래.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홀라당 옷을 벗고

고추를 들이대며 좋아라 춤을 추던 무 개념의 그때처럼.

대학 1학년 때,

여학생교실에서 눈이 튀어나올만큼 얼굴을 붉히며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오도가도 못하던 순박했던 그때처럼.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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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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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상하이우먼보스 | 작성시간 09.07.09 님께서는 좋은 글로 자신을 뒤 돌아 볼수 있는 시간을 주시네요,,항상 감사 합니다..
  • 작성자bruce | 작성시간 09.07.09 시골님의 글을 읽노라면 한번쯤은 뵙고 쐬주라도 한잔 하고 싶어 집니다. 그려...
  • 작성자쌍둥이 아빠 | 작성시간 09.07.11 시골버스를 타고 가는 타임머신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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