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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캐피탄 (EL CAPITAN)

작성자현기욱|작성시간20.10.21|조회수653 목록 댓글 0











미국에서 경험하고 싶은 여행지는 아주 많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모든 여행지를 다 순회할 순 없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록키산맥'에 있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엔 꼭 가보고 싶다.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내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는 최후의 여행지 중 하나다.


오늘은 '요세미티' 중에서도 '엘 캐피탄'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그곳은 모든 '암벽 등반가들'의 꿈이 서려있는 곳이다.

해발 2,300 M의 고지대에 위치한 화강암의 수직 절벽이다.

높이만 무려 914 M나 되는 세계 제일의 고난도 직벽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이 거대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직벽을 클라이머라면 저마다 갈구하기 마련이었다.


'캐피탄'(capitan)은 '캡틴'(captin)의 '스페인어' 표기다.

19세기에 이 부근을 샅샅이 탐사했던 스페인 부대가 이 어마어마한 절벽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붙인 이름이다.

말 그대로 '대장' 또는 '지휘관'을 뜻한다.

암벽등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이 '엘 캐피탄'이 꿈의 루트요 파이널 목적지였다.


세상엔 미친 사람들이 많다.

각기 분야는 다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에 목숨 걸고 도전하여 성취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인 '알렉스 호놀드'(1985년생)는 '프리솔로'로 '엘 캐피탄' 등정에 성공한 단 두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 두 사람의 이름은 'Alex Honnold'와 'Brad Gobright'였다.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으로서는 '호놀드'가 유일하다.


듣기만 해도 심장이 요동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프리솔로'.

'프리솔로'는 거대한 암벽을 그야말로 목숨 걸고 오로지 맨몸으로만 등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체의 안전장비 없이 도전하는, 지극히 위험천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다.


그 흔한 하네스, 자일, 안전헬맷, 캐리비너, 너트, 후크, 스냅링크 등 아무런 장비 없이 그야말로 몸뚱아리 하나만으로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수직 암벽을 오르는 목숨 건 도전이다.

죽음에 대한 '극한의 공포'를 초월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런 무식(?)하고 말도 안되는 도전에 나설 이가 있겠는가?


그러나 'Honnold'와 'Gobright'는 '프리솔로'로 '엘 캐피탄'에 올랐다.

2017년 6월에는 '호놀드'가 올랐고, 동년 10월에는 '고브라이트'가 등정에 성공했다.

역사상 단 두 명만이 불가능한 영역이라 여겨졌던 '엘 캐피탄'에서의 '프리솔로' 등정에 성공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대 사건이었다.

진정으로 위대한 금자탑이었고 기념비적인 업적이었다.


수많은 세월동안 '엘 캐피탄'에 오른 사람들은 꽤 있었다.

그러나 모두 장비를 이용한 등정이었다.

'프리솔로'는 단 두 건 뿐이었다.

그것은 최고 수준의 '프로'조차도 함부로 출사표를 던질 수 없을만큼 두렵고 공포스런, 전혀 다른 세상의 경지이란 의미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에 다녔던 '호놀드'는 버클리대학에 진학했지만, 암벽이 너무 좋아 대학을 중퇴했다.

산에 다니다 역시 산에 미쳤던 여성, '사니'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산에 관한 한 둘은 전문가였다.

천생연분이었다.


호놀드는 23살 때 '문라이트 버트레스' 등정을 시작으로 '하프돔' 완등까지 파죽지세로 거대한 암벽들을 올랐다.

그러나 '엘 캐피탄'의 '프리솔로' 등정은 달랐다.

꿈에도 그리던 성공을 위해 무려 9년간 50여 회가 넘는 로프등정을 하면서 루르트의 특징을 익혔고,

암벽의 틈과 작은 홀드 하나 하나까지 철저하게 연구하며 훈련했다.

대단한 집념이었다.

그는 '산'으로 시작해 '산'으로 끝을 보는 사내였다.

'호놀드'는 책 출간, 강연, 가이드, 캠프 등으로 매년 수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락 클라이밍계'의 거목이었다.


"914 M나 되는 까마득한 화강암 수직절벽을 맨손으로 오르다니".

이게 사람인가 싶었다.

나는 '호놀드'를 만난 적은 없지만 오래전부터 순결한 그의 영혼과 뜨거운 도전정신을 높이 사고 있었다.

그에게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반면 '브래드 고브라이트'는 2019년 11월, 멕시코 '엘 포트레로 치코 국립공원'의 거대암벽 등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하산하는 길에 300 미터 아래로 추락해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꽃다운 서른하나였다.

진심어린 명복을 빈다.


나는 암벽등반엔 문외한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나도 미국의 '3대 트레일'에 도전해 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록키산맥 서쪽사면을 종단하는 PCT (Pacific Crest Trail) 4288K.

록키의 동쪽사면을 종단하는 CDT (Continental Divide Trail) 5000K.

애팔래치아 산맥을 종단하는 AT (Appalachian Trail) 3500K.


이것이 미국의 '3대 트레일'인데 거리는 도합 12,800K다.

이걸 완수하면 '트리플 크라운'이 된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200여 명이 완주했고, 그 중에 한국인이 6명이다.

(2020년 1분기 기준)


포악한 회색곰, 늑대, 쿠거가 서식하고 있는 웅장한 산맥, 뜨겁고 끝이 없는 사막, 깊은 계곡, 눈 덮인 설산, 때론 늪지대를 건너야 하는 고난의 길이자 자아를 찾아 떠나는 고독한 순례의 길이다.

지구상 최고의 비경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감동의 길이며 자신의 내적 성숙과 맑은 영혼을 위해 쉼없이 기도하는 오체투지의 길이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무려 27개 주를 관통하는 초장거리 고행의 트레일이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하이킹으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환희와 감동이 그곳에 있음을 잘 알기에 오늘도 세계인들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엔 미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좋다.

다양하니까 살맛 나고, 서로 다르니까 더 멋지지 않은가.

 

어느 분야나 진정한 고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은 '엘 캐피탄'과 '프리솔로' 그리고 '알렉스 호놀드'를 생각하며 글을 썼다.

그에게 진심어린 '오마주'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서 펜을 들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세계 1인자가 된다는 건 무한한 칭송과 찬사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위대한 락 클라이머 '알렉스 호놀드'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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