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규시(子規詩)
나는 한 마리 궁궐에서 쫓겨난 원통한 새
짝지을 그림자도 없는 외로운 몸 산속을 떠도네
잠 못드는 밤이 가도 밤이 와도 잠은 오지 않고
한(恨) 맺힌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새울음 끊긴 새벽 산마루에 달빛 걸려 있고
피맺힌 봄 강물에 지는 꽃이 더 붉구나
하늘은 귀머거리인가
내 애끊는 소원 듣지 못하고
슬픈 내 귀에 소쩍새 울음만 들리는 것이냐
--- 단종(端宗)(1441~1457) ---
영월에 가면 '청령포'가 있다.
삼촌인 '수양(首陽)'에게 임금자리를 빼앗긴 열세 살 어린 '단종'.
그 앳된 임금을 가두었던 유배의 땅이다.
촉나라 '망제(望帝)'가 신하의 반역으로 죽어 '소쩍새'가 되었다지.
그 소쩍새가 쏟아냈던,
한이 깊은 피 울음이 진달래로 피었다던가.
꽃 지는 봄밤.
더욱 마음 붙일 곳 없는 단종의 이 피울음 같은 '자규시'를
하늘도 듣고 있는 것일까
죽음의 사약을 받기 전
열일곱 청년이 한 움큼씩 집어 가슴에 묻어두었을
청령포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되레 서럽고 슬펐다.
그래서였을까.
울울창창한 솔숲과 맑은 서강이 너무 고와 아렸다.
적어도 내 가슴엔 그리 울렸고 그리 들렸다.
(경희대 봉사 동아리 '바인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영월 M.T 중 내가 찍었던 사진이다. 강변에 있는 고즈넉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다. 그런 다음 '섶다리'를 건너갔다. 소싯적 추억의 한 장면 같았다. 성도, 선희, 기홍이, 숙희, 호재 그리고 미숙이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순간적인 판단이지만, 이 섶다리 건너는 모습이 추억의 한 장면이 될 것 같아 강변을 따라 약 30미터 정도를 달려간 뒤에 물에 비친 친구들의 모습을 찍었다. 지금까지 바인 19기 친구들과 M.T를 많이 다녔다. 그런데 이 장면이 가장 아끼는 사진 중 하나였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 글은
내가 본 게시판(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
2025년 6월 18일에 올렸던 글이었다.
1박 2일간의 영월 M.T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갔던 청령포를 떠올리며
올렸던 '단종의 자규시'였다.
요즘 영화 '왕사남'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도 주말 심야에 관람했다.
아마도 오늘(6일),
1000만 명을 넘길 것 같다.
한국 개봉영화 역대 34번째,
한국영화로는 25번째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심심한 축하를 전한다.
나도 눈물을 많아 쏟았다.
단종과 청령포 그리고 엄흥도의 애잔한 스토리가
관객들의 심금을 진하게 울렸다.
그것도 뜨겁게 말이다.
모든 관람객들이 다 그랬을 것이다.
뭉클했을 것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래서 '자규시'를 한번 더 읽어보았다.
영화관을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프고 시리다.
'문화예술'의 힘은
총칼보다 더 강하고 영향력이 크다고 믿는다.
사실이 그랬다.
짧은 시간 내에 천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그 저력도
바로 문화예술의 힘이었다.
그래서 늘 감동하고 있고
감사할 따름이다.
종영되기 전에 한번 더 관람하려 한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