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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작성자현기욱|작성시간26.06.09|조회수33 목록 댓글 0

 

 

 

 

공항에서

 

 

 

 

 

기다림만이 내 영혼의 물속을 헤적이는 날

당신이 언젠가 들렀을 것만 같은 공항으로 간다

기차나 배를 타고 오기에도

버스는 더욱더 안 될 어스름한 저편에 서서

기다린다 당신이 오는 발자국마다 손가락이 돋아나

지그시 누르는 자리마다 멍이 든다

밤 11시 24분 비행기가 도착하고

새벽 2시 55분 비행기가 떠날 때

전광판에는 도착하는 비행기와 떠나는 비행기가

검은 눈빛처럼 반짝인다

모든 길은 거짓이고 또한 그림자 같아서

백년을 살아도 낯선 고향의 새벽 공항에 앉아

아주 조금 술을 마신다

당신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고

목소리도 마치 전생의 무늬 같다

취기만이 당신인 것처럼 곁에 앉았는데

많이 잘해주지 못해서 마음은 비었고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손도 비었다

꼭 내가 당신을 배반한 것 같다

우리 모두 다만 기어이 가야 할 곳으로 떠난다

산으로 바다로 항구의 젖은 가슴에게로

그래서 이 지구에는 기다림에 살이 아픈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고

마을에는 연인을 지켜주는 방도 있다

그래서 나무들은 조금씩 키가 자라고

잎들은 조금씩 빛을 해에게 내준다

어제는 당신이 나를 더 기다렸고

오늘은 내가 당신을 더 기다린다

그것만이 농담이 아닌 이국의 공항에서

상냥한 벗인 취기에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을 기다리면서 물들면서

나는 이 세상 속, 어떤 예쁜 사람이 되어

사라져간다

 

 

 

 

- 허 수 경 - 

 

 

 

 

 

 

 

 

 

시인 '허수경'은 1964년에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경상대 교수였으며 '허수경'도 경상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상경하여 MBC 구성작가로 일했다.

1987년 '실천문학'에 '땡볕'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부친 별세 이듬해인 1992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2006년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에서 2권, 독일에서 1권의 시집을 냈고

박사학위 취득 후에도 전업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유학 당시 '지도교수'였던 독일남자와 결혼했다.

위암으로 2018년에 눈을 감았다.

향년 54세였다.

장례는 현지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졌다.

남동생 '허훈 씨'의 말에 따르면

"누나는 2011년에 '진주'에 다녀간 것이 마지막 고향 길이었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귀국했을 때 공항에서 가족을 찾던

누나의 표정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향수병'과 '두려움'에 가득찬 눈빛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는 사후에

출간한 '허수경 시인'의 '유고집'이었다.

 

 

 

 

 

 

 

 

(시인 허수경)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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