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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가락

백록담을 바라보며

작성자현기욱|작성시간26.03.11|조회수38 목록 댓글 0

 
 
 
분주하게 살다보면 가끔씩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하기 쉽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지라도 이따금씩 먼 산을 바라보려 애쓰고 있다.
그것은 생의 근원적 존재와 가치를 다시 한번 끌어올려 영혼을 소생케 하려는 본능이었다.
마음의 눈길이 머문 그곳, 바로 그곳에 산이 있었다.
본디 그 형상 그대로 영겁의 성상을 견디며 당당하게 서 있었다.
지치고 곤고할수록 그 기상이 더 그리웠다.
그래서 다시금 배낭을 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산의 산정은 열정을 '형상화' 했다.
또한 도전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대상화' 하기도 했다.
그래서 였을까?
명산엔 사시사철 인파가 넘쳤다.
힘들게 정상에 올랐을 때, 비로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마치 발 아래 푸른 바다처럼 객관적으로 투영됐다.
퇴색해가는 기상을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바로 산의 역설이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바삐 살아가는 가족들이 다시 뭉쳤다.
이번 출정은 한국 제일의 명산인 '한라산'이었다.
아이들을 연년생으로 낳고 3-4살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이 최초의 '가족 산행지'로 선택했던 바로 그 산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7-8번 '한라산'의 감동을 경험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이십대 중반의 자녀들, 그들이 성인이 된 이후의 '한라산 산행'이었기에 그랬다.
 
청년들의 체력은 평소에도 매우 좋은 편이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펄펄 날았다.
꽤 경사진 오르막길 구간도 내달리듯 치고 올랐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는 9.6K였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상당히 급경사 트레일이다.
 
그런 코스였지만 청년들은 오히려 밋밋하고 평이하게 느끼는 듯했다.
오십대 중반인 우리는 청년들의 다부진 체력이 부러웠다.
이제는 자녀들이 친구 같은 존재로 변했다.
그래서 시종일관 든든했다.
대화는 더욱 풍성했다.
유쾌하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자녀들이 언제쯤 결혼하여 자신만의 둥지를 틀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리 긴 시간이 아닐거란 걸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함께 하는 순간 순들이 더욱 소중하고 애틋했다.
자녀들이 독립히면 그때부턴 누군가의 배우자가 될 것이고, 어린 생명을 책임지는 부모가 되겠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길을 씩씩하게 잘 갈 것으로 믿는다.
신께서 우리 부부에게 부여하신 약 30여 년 간의 자녀들에 대한 청지기로서의 소명, 그 소명의 완수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작금의 시간들이 우리 가족에겐 가장 아름다운 황금기이자 축복의 여정임을 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큐티의 '감사항목'이기도 했다.
 
군데군데 멋드러지게 상고대가 피어 있었다.
정상에 섰다.
발 아래 '백록담'이 두꺼운 얼음을 품에 안고 있었다.
웅혼하고 고상한 자태였다.
뭉클했다.
어느 곳과도 견줄 수 없는 '백록담'만의 풍경과 감흥이 온 몸을 찌릿하게 자극했다.
대한민국의 가장 높은 산정에서 나는 가족들의 건승을 위해 기도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절대로 상황에 기대지 않고 서로의 마음과 정신에 기댄 채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제 아무리 팍팍한 현실일지라도 우리 가족의 신뢰와 사랑이 증발되지 않도록 가장으로서 일관되게 노력하겠노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여건에 따라 풍화되거나 퇴락하는 가족관계가 아니라 언제나 서로의 믿음을 견실하게 붙들며 살겠노라고 서원했다.
백록담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소망했다.
 
동행과 감사.
그런 마음으로 또 한번의 귀한 추억을 엮었다.
추억은 공감으로 이어지고, 공감은 소통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소.공.추'였다.
이 소공추가 '행복나무'를 반듯하게 육성하는 최고의 자양분이라고 믿었다.
각자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함께 멋진 추억을 엮어준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브라보.
 
 
 
 
 
 

 
 
 
 
 

 
 
 
 
 

 
 
 
 
 

 
 
 
 
 

 
 
 
 
 

 
 
 
 
 
 
2017년 3월 5일, 일요일.
 
한라산 가족산행.
이제는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청년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한라산 정상에서 가족 간의 소공추를 내가 먼저 성심을 다해 노력할 것을 주님께 기도했다.
동행이 바로 행복이자 감사였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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