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25,26,27일날
단풍이 한참 흐드러질 때다.
처가쪽 가족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요새는 대피소 주변에 텐트를 못치게 하기 때문에
산에서 숙박을 하려면 천상 대피소를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예약을 하는 것이다.
때가 때이니만큼 우리가 가고자하는 시기는 단풍의 피크철에 주말이라
장터목, 세석, 벽소령, 연하천 대피소등, 종주코스의 중간부에 있는 대피소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도 대피소를 예약하기 위해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자고 아내와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밤12시(0시)가 경과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 12시 땡!
예약 사이트를 열어보았다.
홈페이지는 잠이 든채 10월 26일자 부킹코너가 열리지 않고 있었다.
5분이 지나도,10분이 지나도,15분이 지나도...
10월26일(주말) 스케줄은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20분까지 서너차례 다시 시도를 해 보았지만, 역시나 변동이 없었다.
"여보! 그냥 잡시다"
난 잠자리에 들었다.
포기였다.
낼 아침에 일찍 출근하여 다시 한번 접속해 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막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여보! 열렸어!!!"
하는 것이 아닌가??
얼른 뛰어가 보니 진짜로 10월 26일자 부킹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세석을 택했다.
그리고는 6명의 잠자리 예약을 마쳤다.
2-3분 사이에 벌써 76명이 예약을 마쳤다.
실로 대단한 열기였다.
세석의 최대 수용인원은 230명.
새벽까지 갈 것도 없이, 몇분내로 예약이 죄다 끝났다.
나도 산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정말로 산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산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며, 자신을 뒤돌아 보며, 심신을 다지려는 그런 사람들이 급증했다.
가족들을 데리고, 여름에 불발로 그친(폭우때문에) 지리산 종주 산행을 만산홍엽의 만추지절에 다시 한번 할 수 있게 되어 더 없이 부듯하고 행복하다.
모르는 사람들과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산장에서 준비해간 음식을 서로 나눠 먹는 맛도 일품이다.
경향각지 8도의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삶의 새로운 재충전과 임팩트를 부여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하늘 아래 첫동네에서 바라보는 추야의 별빛은 너무나도 영롱하고 아름다우리라.
민족의 성산이자 영산인 지리산이 바로 그곳에 넉넉한 자태로 위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또 한번의 멋진 도전이 될 것이다.
2002-09-27 / 현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