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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의 여름

작성자아슈|작성시간06.07.03|조회수191 목록 댓글 6

 

 

첫 휴가를 다녀오고 난 후

 

심한 후유증을 앓으면 어쩌나,

 

생각했었다.

 

주위에 휴가다녀온 친구들이

 

다 아파했고

 

돌아가고파 했고

 

두바이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걸

 

가까이서 봐왔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렇겠지, 싶어

 

오히려 휴가를 가는 것이

 

살짝 두려울 정도였다.

 

 

 

 

그치만,

 

다행스럽게도

 

횟수로 8년째 혼자 살고 있는 난,

 

그렇지가 않았다.

 

휴가를 다녀온 후

 

모든 삶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불안했던 마음도

 

외롭다기 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컸던 것들도

 

다 사라지고

 

비행은 물론이고

 

두바이 생활도

 

편해지고 좋아져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랄까.

 

 

 

 

휴가가는 길,

 

처음으로 가보았던 두바이 공항에선

 

다음 비행을 갈아타기 위해

 

몇시간이나 공항 구석에서 쭈그려

 

잠 같지도 않은 짤막 잠을 자는 승객들을 본 것이

 

내게 까다롭게 구는 승객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여전히 불평불만 많지만

 

예전보다 한결 편해지신 부모님을 본 것도 그러했고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닥터김의 밝은 표정도

 

나를 편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들 하나하나 다 마주하고

 

이야기 하진 못했지만,

 

두번 봐야할 친구들

 

한번밖에 보지 못한 벗들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언제든 같이 까르르, 웃고

 

서로의 눈물 또한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것.

 

각자의 생활에 빠져

 

연락을 자주 취하지는 못할 지언정

 

마음은 늘 함께하고 있단 걸

 

확인하고

 

그들의 품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친밀함이 주는 안정감이란,,,

 

 

 

 

 

많이 변해있지는 말아라, 소현아,

 

하던 그녀는

 

어쩜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라며 나를 반겼고

 

늘 말썽만 부려 말썽꾸러기. 라고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녀석은,

 

여전히 어딘가 불안해보였지만

 

그 불안함을 견디는 능력을 키운 것 같았고,

 

한밤 뜬금없이 술취한 모습으로

 

압구정까지 찾아온 그녀가 했던, 취해서 외치던 그 말,

 

왜 이렇게 쿨하지 못하니, 나는, 우리는.

 

근데, 왜 쿨해야하니,

 

그 사람이 좋은데.

 

좋아죽겠는데, 마음이 이렇게 못견디겠다는데,

 

왜 쿨한 척 해야 하니.

 

어딘가에 살짝쿵 홀린 여성마냥

 

압구정 거리에서 외쳐대던 우리 내면의 외침이 그랬고

 

나의 야구장 방문을 반겨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멋진 승리를 장식했던

 

영원한 짝사랑, 나의 Bears 가 그러했다.

 

 

 

 

언젠가 엄마가 그러셨다.

 

점술가를 찾아가 불안하기만 한 딸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놓았더니

 

그 점쟁이가 그러더란다.

 

이 아이는 19살 부터 25살까지,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난다고,

 

그 시기만 넘기면

 

평생을 순항한다고, 그랬단다.

 

 

 

 

 

두바이로 떠나는 딸에게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점쟁이의 입을 빌려 하신 건지

 

아니면

 

정말로 점술가가 한 말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그 말을 듣고 오히려 편해졌던 건

 

앞으로의  삶이 순탄할 것이라는 말보다도

 

그렇게도 힘들어하던 시기들,

 

그 때 그 경험들이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은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때의 불안했던 나를 찾아가

 

충분히 아파했으니

 

이제는 괜찮을거라고

 

그러니 더는 불안해하지 말라고

 

속삭여주고픈 마음이었다.

 

 

 

 

인생의 제 2쿼터를 맞이하는

 

나의 스물 여섯,

 

두바이에서의 첫 여름은 이렇다.

 

 

 

*

 

 

 

무엇이 문제인지

 

겨우겨우 기억해 내서 들어온

 

정팅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며칠간 아쉬운 마음 홀로 달래다

 

중얼대고 갑니다.

 

편안하고 편안한 월요일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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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포말하우트 | 작성시간 06.07.03 ^^ (좋아보여 저까지 흐뭇~) 엄살이 아니라고 인정받는 것.... 와닿아요.
  • 작성자artemis | 작성시간 06.07.03 두바이... 그 정치적인 곳에 아슈가 깃들어 있군요. 특파원이 전하는 두바이 뉴스 꼭지에선, 여우가 밀밭을 보며 어린 왕자를 생각한 것처럼, 아슈를 생각하게 될거에요 ^^
  • 작성자사람하나 | 작성시간 06.07.03 잘 지내시는 모습 보여주니 좋으네요. 로또 되면 두바이로 바로 나르겠습니다. ^^ (근데 사야 터지지?;)
  • 작성자해인 | 작성시간 06.07.04 다음달 정팅에서는 꼭 만 날 수 있기를...고운이에 대한 그리움을 어케 말로 다할고...^^
  • 작성자진영 | 작성시간 06.07.04 나이는 어리지만, 내게 해준말은 없지만 아슈에게 많은 것을 배워요. 고마와요. 그리고 건강해서 다행이에요. 감기 조심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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