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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17. 무위당 30주기

작성자소리샘|작성시간24.05.17|조회수59 목록 댓글 0

선생님.

저는 생각도 못했는데, 流下가 말하기를 올해가 선생님 30주기인데 선생님께 書信 한 장 올리는게 어떻겠느냐 하는군요.

산 者나 죽은 者나 본디 歲月이라는 게 없는 것인데 30주년이라는 게 그냥 그런 말이요 생각일 뿐입니다만, 아직 제대로 죽지 못해서 제대로 살지 못하는 저희 같은 衆生에게는 나름 의미있는 일이겠다 싶어서 Pen을 들었습니다.

Pen을 들긴 했습니다만, 허허허 웃으시는 선생님 모습만 떠오를뿐, 무슨 드릴 말씀이 따로 없네요.

그래도 40년쯤 前, 봉산동 안방에서 저에게 주신 첫 휘호, ‘唯須息見’ 넉자가 제 안에 들어와 얼추 소화된 것 같다는 소식을 드릴 수 있어서 다만 感謝일 따름입니다.

받아 먹기는 감히 제가 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을 소화시킨 게 저라고는 양심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모두가 사랑이란 별명의 생명이신 한님 어머니의 作品이지요.

언젠가 선생님께, “제 귀로 직접 듣진 못했습니만 선생님께서 ‘내 이름으로 무엇을 하지 말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다던데, 사람들이 저렇게 선생님 이름으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데 어찌 보십니까?” 하고 여쭈었을 때 선생님께서는 웃으며 대꾸하셨지요. “하하하,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느냐? 놔 둘 수 밖에. 그리고 그 말을 할때만 해도 내 이름이 내 것인 줄 착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 괜한 말을 남긴 셈이지. 자네는 같은 실언을 되풀이하지 마시게. 허허허...”

선생님께서 患中에 주신 洞山良介의 ‘切忌從他覓’을 되새기다가 거기 나오는 ‘그’(渠)와 ‘나’(我)를 이렇게 읽게 되었습니다.

“홀로 길을 가는데 곳곳에서 ‘그’를 만난다. ‘그’는 곧 ‘나’인데 ‘나’는 ‘그’가 아니다...”

여기 ‘그’는 “너를 만든 나”요 ‘나’는 “네가 만든 너”다. 네가(세상이) 만든 너의 ‘너’(我)가 너를 만든 나의 나(渠)를 가로막고 있구나.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그것은 네가 만든 것이기에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저의 ‘신발’은 결국 한평생 당신을 (한님을) 거스를 수밖에 없는 저의 생각과 판단과 그에 따른 行爲였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名實상부로 해야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갈 곳도 없고 머물 곳도 없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저 고맙다는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어서 또 고맙습니다. 이제 저도 곧 몸을 벗을 터인 즉, 때가 되면 선생님을 말 그대로 對面할 수 있겠지요. 종이가 다 돼서 이만 Pen을 놓습니다. 관옥 上

(무위당 선생님 묘소에서 관옥 선생님/ 사진: 류하, "7분 남짓 엎드려 절하셨어요.")

 

선생님...저도 때가 되면...선생님 말씀 그대로 대면 되어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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