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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깃발(유치환)

작성자간디|작성시간14.11.25|조회수383 목록 댓글 0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청마시초, 문성사, 1939> 

  작자 소개

 유치환 (柳致環 1908∼1967) : 시인. 호는 청마(靑馬). 경상남도 통영(統《營) 출신. 유치진(柳致眞)의 동생이다. 연희전문학교를 중퇴했다. 한때 사진관 경영을 했으며 만주 등지로 다녔으나 해방 후는 교육계에 투신, 경남여고·대구여고 등의 교장을 역임했다. 서울시 문화상, 예술원상 등 수상. 1931년 《문예 월 간》에 <정적>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그 뒤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중 부산에서 문예동인지 《생리(生理)》를 주재·간 행했고, 39년 첫번째 시집 《청마시초》을 발간했다. 여기에는 36 년 <<조선문단>>에 발표한 <깃발> 등을 비릇해 5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동양적 관념의 세계를 노래한 것이 많다. 40년 만주로 이주했다. <절도(絶島)> < 수(首)> <절명지(絶命地)> 등은 이 무렵 만주생활에서 느낀 고독감을 읊은 것으로, <생명의 서(書)> <일월> 등과 함께 두번째 시집 《생명의 서》에 실려 있다. 광복 뒤 청년문학가협회장 등을 지내면서 민족문학 운동을 전개했으며, 6·25때에는 종군문인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때 쓴 시들을 모아 시집 《보병과 더불어》를 발간했다. 이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교직생활과 시작(詩作)을 병행했다. 생명파 시인으로서 그의 생명에 대한 애정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의 미세한 부분까지 관찰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런 생명에 대한 애정이 그의 시의 바탕을 이루고, 그 바탕 위에서 동양적인 허정(虛靜)·무위(無爲)의 세계를 추구하며, 또한 이러한 허무의 세계를 극복하려는 원시적인 의지가 살아 있다. 자유문학상·예술원상 등을 받았다. 부산 에덴공원, 경주 불국사, 충무남망공원(南望公園) 등에 시비가 있다. 시집 《울릉도》 《청마시집》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청마시초》, 《생명의 서》, 《청령일기》, 《보병과 더불어》, 《제9시집》,《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등이 있음. 그의 시는 허무의 경향을 띤 의지의 시, 생명의 시라는 특성으로 웅장한 남성적인 톤을 가지고 있다. 자작시 해설집으로 《구름에 그린다》 등이 있고, 유고집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가 있다

  요점 정리

성격  : 상징적, 낭만적, 역동적
특징  :도달할 길 없는 이상을 향한 마음을 표현
구성  : ①깃발의 역동적 모습 (1∼3행)
          ②깃발의 순수한 열정과 애수 (4∼6행)
          ③인간 존재의 동경과 좌절의 아픔 (7∼9행)
제재 :깃발
주제 : 이상향에 대한 향수와 그 비애

  어휘와 구절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 깃발의 펄럭거림을 아우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각의 청각화라는 공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깃발의 표상을 선명하고 강렬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 '푸른 해원'은 화자의 지향점으로 이상과 동경의 세계이다. 한껏 열려 있는 해방의 공간으로 인간의 본질적 희구의 대상을 표현하고 있다.
노스탤지어 : 고향을 그리는 마음. 향수
이념의 푯대 : 이상향에 도달할 수 없는 근원적인 한계를 상징한다. 깃발은 푯대에 달린채 지향하는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들릴 뿐 나아가지는 못한다. 즉, 깃발을 묶고 있는 현실이 이념의 푯대이다.
맑고 고운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 곧은 이념과 그 이념의 정서적인 발로를 가장 아름답고 적절하게 대조, 조화시킨 수법이다.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 :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 멀고 높은 이상을 그대로 실현하려고 동경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이해와 감상

  1930년대 생명파의 한 사람으로 허무와 생명의식을 시적 특성으로 보여주는 유치환의 이 시는 그의 초기시에 주로 보이는 허무의 문제가 연민과 애수의 서정을 통해 제기되어 있다.
 깃발은 바람에 끝없이 펄럭이지만 깃대에 매여 있어 날아갈 수는 없다. 깃대에서 벗어난다면 단지 날아가다 땅에 떨어지는 천조각에 불과할 것이다. 이처럼 이 시의 `깃발'은 이상향에 대한 끝없는 동경과 그곳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좌절과 한계의 마음을 상징한다. 어차피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허무의 세계를 끝없이 갈구하는 인간의 운명과 본질에 대한 연민과 애수가 바로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를 표상한다.
 대부분 진술(陳述)에 의존하는 유치환 시 중에서는 특이하게 이 시는 비유적 이미지로 `깃발'의 모습과 의미를 표현했다. `아우성', `손수건', `순정', `애수', `마음' 등 5개의 보조관념들은 중심 이미지인 깃발을 은유하고 있다. 먼저 `소리없는 아우성'이란, 세찬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의 역동적인 모습을 `아우성'이라는 소리로 청각화하는데 `소리없는'이라는 모순된 표현으로 깃발의 시각적 이미지를 한층 강조한다. 노스탤지어란 영원한 이상향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에 대한 향수를 가리킨다. `이념의 푯대'란 깃발이 매어져 있는 깃대 즉,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존재적 한계를 가리키는 말로써 `순정' 어린 인간의 동경과 갈구는 단지 곧은 `이념'일 수밖에 없다는 허무의식이 드러나 있다. 화자의 이러한 허무의식 속에서 깃발은 `애수'와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이 되어 영원히 나부끼게 되는 것이다.
 푯대에 속박된 존재의 운명을 `애수'로써 펼칠 수밖에 없는 깃발을 보는 화자는 인간의 운명을 주재하는 초월적 절대자인 `그'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슬프고도 애닯은' 인간사를 운명 짓는 절대자를 상기하며, 시인 스스로 `일체의 인간사와 무관하다는 의미'라고 밝힌 허무는 애수와 연민의 감정으로 투영된다. [해설: 이상숙]

 참고 자료

 유치환의 시의 정신 지향 : 청마의 시에 빈번히 등장하는 '원수'는 우선 제도적 부조리인 사회악(社會惡)이다. 구체적으로는 일제, 자유당 독재 정권과 그에 빌붙어 아유구용(阿諛苟容)하는 세력들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질타하던 사회적, 제도적 불의(不義), 부정(不正)의 근원이 인간의 본성에 잠재한 어둠(부정)의 자아, 곧 원초적 부조리에 있음을 알고 좌절한다. 그에게는 그 부정적 자아를 구원할 '위대한 정신적 지주(支柱)'가 될 형이상학이 없었던 것이다. 이 점이 청마의 시가 높은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했고, 고도의 정신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위대성을 얻지 못한 이유이다.

 생명의 서 :  유치환(柳致環)의 제2시집. 작자의 서문 외에, 2부로 나누어, 1부에  '귀고(歸故)',  '편지',  '춘신(春信)' ,  '출생기(出生記)' 등 34편, 2부에 '절도(絶島)',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들녘', '우크라이나 사원(寺院)','육 년 후(六年後)' 등28편, 모두 62편을 수록하고 있다. 광복 전의 만주(滿洲)에서의 삭막했던 생활을 소재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며, 광복 직후의 시단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후기에서 "시는 항상 불가피한 존재의 숙명에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하였다.

'생명파'에 대하여 :  
연대 - 1930년대 후반  
문인 -  유치환(柳致環), 서정주(徐廷柱), 오장환(吳章煥)  함형수(咸亨洙), 김달진(金達鎭), 김상원(金相瑗) 김동리(金東里), 윤곤강(尹昆崗), 신석초(申石艸)
특징  - 생명의 본질, 본능적 조건을 기초로 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추구함.· 순수시파, 유미주의의 관념성, 모더니즘 시의  반생명성에 대한 도전
 의의  - 시적 성공을 거두어 오늘날의 한국 문학에 영향을 끼침. 휴머니즘 문학(김동리의 주장)은 순수 문학론으로 발전, 계급주의 문학과 대결하게 됨.

 유치환과 서정주의 시 : 이 두 시인은 인간과 인생 자체의 본질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시인을 인생파, 혹은 생명파로 묶은 것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시인은 각기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서정주는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된 본능적 충돌과 관능의 세계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 주는 데 반해, 유치환은 생의 근원에 자리잡고 있는 허무와 그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의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유치환의 시는 사변적(思辨的)인 성격이 강한 데 반해 서정주의 시에서는 관능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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