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종친회의 의미와 그 기능
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들이 친목을 꾀하기 위하여 이룬 모임을 화수회(花樹會) 또는
종친회(宗親會)라 한다. 종친이란 원래 임금의 부계친척(父系親戚)을 일컬어 오다가 후일에 한
일가로서 유복친(有服親)안에 들지 않는 일가 붙이를 종친(宗親)이라 하고 종친 끼리 모여서 하는 모꼬지를 종친회라 하게 되었다.
종친회라 하면 오늘과 같은 민주사회에서 생경(生硬)한 느낌과 함께 자칫 시대 착오적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우려도 없지 않으나 우리 겨레는 오래전부터 사람마다, 집안마다
성씨(姓氏)를 가지고 종친이란 이름으로 이를 지키며 발전시켜왔다.
종친회에는 중앙종친회가 있고, 그밑에 파별 또는 지역별종친회 또는 화수회가 있다.
용비어천가에서는 “뿌리 깊은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며 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좋은열매를 많이 맺으며,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아니하고, 내를 이루어 바다에 이르니라” 고하였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는 뿌리를 모르는 나무가 되어가고, 근원을 모르는 샘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의외로 자신의 뿌리와 선조에 대하여 모르는 이들이 많아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기를 알고 자기의 근본을 바로 알 때 긍지와 자부심이 생기며 더욱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고, 책임질줄 아는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뿌리” 라는 낱말이 낯설지 않게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이는 어떤 의미이든 자아(自我)의 근본을 분명하게 알고 찾자는 데 그 뜻이 있다 하겠다.
뿌리!
그렇다 뿌리를 근간으로하여 천지만엽(千枝滿葉)의 혈연을 찾아 조상의 만세에 빛나는 업적과
유훈을 그리고 순수한 미풍과 예속(禮俗)을 이어받아 후손들에게 전승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사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혈연중심의 단일민족임을 자랑해 오던 우리 민족이 오늘 날은 외국인과의 결혼을 통한다
문화 가정이 형성되어 앞으로 혈연중심의 가족문화를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형편에 처하게
되었다. 한국인과 결혼하여 국내에 사는 이민자는 현재 15만4천명이나 된다. 그리고 초.중.고
학령기에 있는 다문화 가정자녀는 42,676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말과 글이 서툴러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뿌리를 알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즉 성씨와 조상에 대하여 이해하고 가정의 전통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나 한 사람의 외딴 개체(個體)가 아니라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지엽(枝葉)이며
연결이기 때문아다. 이에 우리는 조상 전래의 유훈을 받들어 근간을 배양하고 그 지엽을
올바르게 육성하여 보람있는 결실을 맺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어느 누구나 부계를 중심으로 한 각기의 성씨를 갖고 있으며 각 성씨별로 종족(宗族)의 역사를 갖고 서로융화하며 협동 발전하여 왔다. 또한 성씨의 성장과정은 문화 발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정치적.사회적.심리적 역할에도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들이 처음 만나면
으레 통성명(通姓名)부터 하는 것은 동.서양 사람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양사람들에 비해 훨씬 번거롭게 마련이다. 서양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밝히고 악수를 하는 것으로 끝나 버린다.
그에 비해 우리의 수인사(修人事)는 자랑스런 점이 있다. 상대방이 종씨인 경우 본관을 따지고
항열을 비교해 보기도 한다. 다음으로 파(派)를 따져 고향마져 알게 되며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상정이다.
우리 사회에는 씨족관념과 성의 의식이 아직도 뿌리 깊이 남아 있는게 사실이다. 호적에 본관을
적어 부계혈통을 밝힌다든가 동성동본 사이의 혼인을 터부(tabao) 한다든가 다투어 문중에서
족보를 편찬 한다든가 하는 일이 그 단계적인 표현이다. 특히 조상숭배사상과 애족사상이 강한
우리들은 성씨를 통해 선조들의 유현(幽玄)한 여운(餘韻)을 느끼고, 면밀히 내려오는 가통(家統)의 맥락을 더듬으며 조상의 얼과 체취를 느끼는 동시에 가문에 대한 강한 긍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이런저런 사항들을 상고 할때 오늘 날 21세기 국제화 시대, 정보화 사회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사회 그리고 다문화 가정사회에서도 성씨를 중심으로 한
종친회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뿌리를 중심으로 한 미풍양속의 전수.종친간의 침목과 화합 이를 통한 국가사회의 발전 이것이 종친회의 존재의의라 하겠다.
글 : 권혁용 삼육대학교 명예교수
출처 : 안동권씨대종원 안동권씨종보 제427호(2011.1.1.) ☞안동권씨대종원 안동권씨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