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야 괜찮겠지’ 하는 순간 불이익은 굳어진다
작은 저항이 모여야 학교의 부당한 관행이 바뀐다
몇 년 전 가족들과 제주도에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빌린 차를 인수하기 위해 렌트카 업체에 가서 서류를 마무리 짓고 차를 넘겨받는데, 직원이 키만 건네주고 하자 확인을 함께하지 않는 것이었다.
같이 안 보셔도 되냐고 하니, 비싼 보험으로 가입하셨기 때문에 그냥 타고 가셔도 된다고 하였다. 일단 차에 탔는데, 연식도 오래되었고, 냄새가 나는 등 차의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차를 바꿔 달라고 해야 하나 싶었으나 다른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도 있어 서둘러야 한다는 마음에 그냥 타기로 했다. 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사흘간 여행하는 동안 차를 탈 때마다 매번 그때의 선택을 한탄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결국 여행에 대한 기억보다 렌트카 이야기만 기억에 남는 지경이 되었다. 그때 이후로 우리 가족은 불합리한 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 조금 귀찮더라도 일단 제동을 걸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사소한 불합리를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넘겨버리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보통 ‘그 정도야 그냥 감수하지’라는 생각과 일일이 대응하는 게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교직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학교에 있다 보면 이따금 정기감사를 받는데, 감사를 받고 나면 으레 학교에 있는 몇몇 교직원들이 ‘주의’나 ‘경고’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관리자들이 처분받은 교직원들을 달랜다며 “주의는 앞으로 조심하라는 의미이고, 경고는 앞으로 많이 조심하라는 의미니 크게 신경 쓰지 마시고 혹시 불만이 있거나 이의제기가 필요하면 제게 이야기하세요.”라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하지만 ‘주의’와 ‘경고’에 이의를 다는 경우는 별로 없고 보통 별거 아닌 것처럼 씁쓸하게 웃어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넘기고 있던 ‘주의’와 ‘경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위의 표는 인사혁신처 예규를 통해 규정한 ‘주의’, ‘경고’의 요건과 처분효력이다. ‘주의’와 ‘경고’ 모두 징계에 이를 정도의 비위 위반은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소청•행정심판•소송의 대상은 아니다.
징계에 이를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막상 처분을 받았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애매하기도 하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처분효력을 보면 분명 대상자에게 불이익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경고’의 경우 근무성적 평정과 성과상여금 등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많이 조심하세요” 정도로 마냥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그래서 불합리하게 ‘주의’나 ‘경고’ 처분을 받았다고 생각이 들면 재심의 요구, 고충심사, 일반 민원, 갑질 신고 등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말을 하였다. 자신이 가진 권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권리는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징계’든 ‘처분’이든 그 결과에 불합리함을 느낀다면 적어도 최소한 저항하겠다는 시늉은 보여야 할 것이다.
판례가 쌓이면 사례가 되고, 사례가 쌓이면 관례가 될 수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았던 처분들에 대해 고개를 갸웃해보는 것, 그것이 저항이며 변화의 시작이다.
(출처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