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참교육>은 교권 추락과 학교 붕괴라는 우리 교육의 아픈 현실을 정조준하며 대중, 특히 교육 현장의 교사들에게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악성 민원을 일삼는 갑질 학부모의 몰락, 법망을 비웃는 촉법소년의 징벌, 교사에게 반항하는 학생의 비참한 최후는 그간 억눌렸던 교육계의 답답함을 일시에 해소해 주는 듯하다.
나 역시 드라마를 보며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고소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학교 현장의 절박한 상황을 공론화하고 교권 회복의 필요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긍정적 영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드라마가 제시하는 ‘사적 제재’와 ‘인과응보형 폭력’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에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일시적인 카타르시스 뒤에 숨은 위험성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교육 회복의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리의 교육 역사는 극단과 극단을 오갔다고 볼 수 있다.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 우리 사회는 압축 성장을 위해 개인보다 집단을,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했다. 당시 학교는 국가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학생 통제를 위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받았고, 체벌과 강압적 훈육이 사회적 합의로 묵인되었다.
그러나 사회가 민주화되고 학생 인권이 강화되면서, 과거의 권위주의적 학교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언론과 미디어는 폭력 교사와 권위적인 학교를 앞다투어 ‘악마화’했고, 그 결과 교권과 학교의 정당한 권위마저 땅에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오늘날 인기를 끄는 <참교육> 드라마는 이 흐름의 정확한 반작용이란 생각이다. 과거 미디어가 교사를 악마화했다면, 이제는 갑질 학부모와 촉법소년을 악마화하여 또 다른 폭력으로 그들을 단죄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대상을 희생양으로 삼아 폭력을 가함으로써 일시적인 평화와 카타르시스를 얻는다는 생각이다.
갑질 학부모의 몰락이나 여고생의 비참한 최후는 파괴적인 카타르시스를 줄 뿐, 무너진 교실 공동체를 복원해주지 못한다. 드라마 결말 이후 몰락한 갑질 학부모는 어떻게 되었을까? 담임교사를 비아냥 되다 참교육당한 여고생은 과연 반성과 성찰 후 학업을 잘 이어가고 있을까?
법망의 헛점을 노려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은 소년원 출소이후 어둠의 거리를 헤매고 있지는 않을까?
잘못에 대한 단호한 법적·제도적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폭력적 사적 제재'의 형태로 정당화되거나 교육적 고찰 없이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참교육> 드라마의 흥행은 역설적으로 현재 학교 현장이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지표이며. 교사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그간 현장의 정당한 목소리가 얼마나 외면당해 왔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가 주는 일시적인 청량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드라마 속 가상의 영웅에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의 촘촘한 구축
악성 민원을 학교와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는 공적 대응 시스템 체계화
학생, 학부모, 교사가 서로를 존중하는 학교 공동체 문화의 회복
공정하고 단호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상호 존중과 신뢰를 통해 세워진다는 점을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무겁게 되새겨야 할 때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