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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

13세기 이후 중앙아시아 - 모굴 칸국

작성자hyhn217|작성시간08.01.11|조회수1,250 목록 댓글 4

 지난번 글에서는 티무르의 등장까지 진도가 나갔다. 만약 정확한 수순대로라면, 이번 글은 우리의 본좌 티무르께서 킵차크 칸국부터 오스만과 구호기사단까지 개쳐바르고 다니는 정복기를 써야 하나.. 지금 글쓴이 실력가지고는 티무르를 써 봤자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나 [중앙유라시아의 역사]를 들입다 베끼는 정도밖에는 못쓴다.

 

 그런 글 읽을거면 차라리 책을 읽지. 뭣하러 모니터 화면으로 탁탁 튀는 폰트와 씨름하겠는가?

 

 그래서 집어치우고 나름 이것저것 찾아본 티무르 정복기 당시의 모굴 칸국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모굴리스탄의 지도. 이 지역이 모굴 칸국의 영역이다.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천산산맥 이북이 모굴리스탄, 그 남부는 카쉬가리아라고 불리며, 동부는 위구리스탄이라고 불린다>

   지도 출처는 위키피디아.

 

투글룩 테무르가 트란스옥시아나를 정복하고 자기 아들 일리야스 호자를 트란스옥시아나의 지배자로 세우고, 바를라스 부족의 티무르를 그의 보좌관으로 임명하고 돌아왔다. 이때 문제가 생겼다. 그를 칸으로 세운 두글라트 부족의 수장이자 모굴 칸국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였던 국상(國相-ulus begi)인 불라지가 죽고, 두글라트 부족 내에서 부족장 및 국상의 자리를 두고 다툼이 일어났다.

 불라지의 동생 카마르 웃 딘(Qamar ud din)은 불라지의 아들인 후다이다드(Khudaidad)가 어리므로 자신이 국상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두글라트 부족의 세력의 강화를 원치 않았던 투글룩 테무르는 좀 더 조종하기 쉬운 후다이다드를 국상의 자리에 올린다. 문제는 투글룩 테무르가 죽은 뒤에 터지고 만다.

 

 1363년은 모굴 칸국에 있어 악몽가도 같은 해였다.(그리고 이 이후 약 몇십년간은 내내 악몽같은 해였다) 투글룩 테무르가 죽고, 일리야스 호자가 트란스옥시아나에서 쫓겨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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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란스옥시아나에 괴물이 나타났다>

 

본색을 드러낸 티무르는 일리야스 호자를 쫓아내고, 1364년 카빌 샤(Kabil Shah)라는 듣보잡 차가타이 후손을 하나 세워서 일리야스 호자가 개입할 구멍을 아예 막아버린다. 그러나 꿈을 버리지 못한 일리야스 호자는 다시 군대를 이끌고 왔으나 상대가 상대인지라 역시 박살이 나버리고 만다.

 

 국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해 투글룩 테무르 가(家)에 칼을 갈던 카마르 웃 딘은 이제야말로 기회라고 여겼다. 그는 전쟁에서 패해 지지도가 떨어진 일리야스 호자를 암살하고, 자신이 모굴 칸국의 패권을 장악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은 모굴 칸국에 있어서 그야말로 치명타였다.

 몽골 제국 정복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칸(Khan)의 직함을 취할수 있는 자들은 황금군단의 후예들, 즉 칭기즈칸의 후예들에게만 국한되었다. 싸움박질에서는 부족할거 하나 없는 티무르가 뭐하러 듣보잡 하나를 자신 위에 올리고 자신은 아미르(Amir) 칭호에만 만족했겠는가. 그것은 그에게 혈통적 권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칭기즈칸 가문의 딸인 사라이 물크 하눔을 아내로 맞아들여 부족한 권위를 보완하려고 했다. 힘은 없지만 권위만은 있는 황금군단의 후예들이 칸 자리를 독점하는건 이후의 중앙아시아 역사에서도 꾸준히 일어나게 된다. 이 권위에 버금가는 유일한 권위는 종교적 권위였다.

 

 이러한 권위는 모굴 칸국같이 여러 유목부족의 연합체적인 성격을 띈 국가에서 특히 중요했다. 특히 모굴 칸국에서는 칸의 권위는 강한 부족들의 권력을 장악하는데 애먹었고, 강한 부족들의 권력이라고 해도 칸의 권위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칸이나 각 부족장의 계승에 있어 서로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카마르 웃 딘은 이 선을 넘어도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 식으로 생각했을테고, 결국에 별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따위 사고방식이 바로 삼풍백화점을 무너뜨리고 성수대교를 끊어버린 사고방식 아니던가.

 

두글라트 부족이 세력이 강했다고는 하나 모굴 칸국 내에는 수많은 다른 부족들이 있었고, 카마르 웃 딘은 이들에게 자신의 우월성을 인정하게 할 권위도 없었고, 티무르만한 힘도 없었다. 결국 모굴 칸국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그것도 바로 옆에 당대 최고의 정복자 티무르를 두고서 말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혼란이 진정되기까지 모굴 칸국은 티무르에게 약 다섯 차례에 걸쳐 처참히 밟히고 만다. 카마르 웃 딘이 결국 패배하고 쫓겨가게 된것도 이 티무르에게 밀려서였다.

 

 1389년(약 20년간 그 싸움을 계속 하고 있었던 셈이다!) 투글룩 테무르의 아들인 히즈르 호자(Khijr Khwaja)가 칸위에 오르고 티무르에게 자신의 딸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모굴 칸국은 이 괴물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히즈르 호자가 칸위에 오르기 위해서도 역시 주요 부족의 힘이 필요했다. 카마르 웃 딘이 사라지자 새로 두글라트 부족을 장악한 후다이다드(위에서 말한 그 사람 맞다)는 역시 다른 주요 부족인 에르케뉘트 부족이 투글룩 테무르의 자식인 구나지리를 칸의 자리에 올리게 하는것을 견제해야만 했고, 부랴부랴 히즈르 호자를 찾아올 수 있었다. 구나지리는 명나라에서 돌아오는 도중 근처의 하미란 곳에 눌러앉아 그 지역을 장악해버렸다. 에르케뉘트 부족으로써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수밖에.

 

 칸을 세운 후다이다드는 모굴 칸국 내에서 그 후 막대한 귄세를 자랑하게 된다. 히즈르 호자 사후(1399), 그는 샤미 자한(Sham-i-Jahan), 무함마드 칸(Muhammad Khan), 나끄쉬 자한(Naqsh-i-Jahan) 등 도합 네 명의 후계자를 칸의 자리에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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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다 해먹어라>

 

이에 반기를 든건지, 아니면 그냥 자기가 한자리 해먹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와이스 칸(Uways Khan)이 1418년 나끄쉬 자한을 암살하고 칸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자기가 세운 칸이 살해당하자 위험을 느낀 후다이다드는 티무르조의 영역으로 내빼버려렸는데, 당시 트란스옥시아나를 장악하고 있던 티무르조의 군주는 울루그 벡(Ulugh Beg)은 그에게 칭기즈칸의 야삭에 대해 가르쳐 줄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트란스옥시아나가 정주문화로 대표되고, 울루그 벡 스스로도 뛰어난 문화인이었지만 당시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에게는 투르크인이고 몽골인이고(이때되면 거의 구분이 안된다. 두글라트 부족, 망기트 부족, 케레이트 부족 등등 모두 몽골 부족 이름이지만 부족 구성원은 거의 투르크계가 대다수이던 시절이었다)칭기즈칸에 대한 동경을 볼 수 있다. 비록 후다이다드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이나 제대로 따르라고 했다지만은.

 

 암튼 울루그 벡은 자기 이웃의 세력이 강해져서는 좋을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그는 계승분쟁에서 밀려난 쉬르 무함마드(Shir Muhammad)를 이용, 우와이스 칸을 쫓아내고(1421) 모굴 칸국을 또 내전에 빠뜨린다. 우와이스 칸은 쫓겨났지만 다시 힘을 모아 쉬르 무함마드를 쫓아내버리고, 모굴의 칸의 자리에 다시 오르게된다.(1425) 

 정말 정신없는 나라다! 이 나라의 칸위 계승이 얼마나 정신없는지 궁금하시다면, 다음 계표를 한번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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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굴 칸국의 계승. 앞에 같은 알파벳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계승분쟁을 벌인 사람들이다>

                                      출처-전기 모굴칸국의 계승분쟁을 통해 본 유목적 부족정치의 특징. 김호동 교수

 

도대체 권력이란게 무엇인지, 아무튼 모굴 칸국의 왕자들과 부족장들은 이것의 끄트머리라도 하나 얻어보려고 별별 수를 다 쓰고, 결국 만들어낸거라곤 이렇게 복잡한 계승표에 불과했다. 이런 와중이니 북쪽에서는 오이라트에 쫓겨나온 키르기즈 부족이 세력을 넓혀가고, 서쪽에서는 티무르 제국이 아직도 으르렁대고 있는 판국에 자랑스런 칭기즈칸의 삼남의 후예들은 찌질댈 수 밖에 없었다. 뭐 티무르 제국도 계승 차원에서 보자면 병신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은.

 

 모굴칸국 안티짓은 이쯤 하고, 다시 우와이스 칸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쉬르 무함마드를 쫓아내고 대충 상황이 안정되자 그는 동쪽의 오이라트에 대한 전쟁에 나선다. 다만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던것으로 보인다.

 우와이스 칸 사후(1432)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아들인 이센 부카(Isen Buqa)와 유누스(Yunus)가 싸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싸움에서는 이센 부카가 승리, 전 모굴 칸국을 장악하게 되고 유누스는 티무르조로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우와이스 칸 시대의 오이라트 원정에서 보이듯이(비록 결과는 신통치 않았더라도) 이 즈음 모굴 칸국은 원정을 다닐 만큼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센 부카도 주위의 티무르조를 자주 침공했으며, 이에 성질머리가 나버린 티무르조의 군주 아부 사이드는 자기에게 와 있던 유누스를 모굴 칸국 내부로 보내 또 내전을 유도했다.(이젠 글쓴이도 지겨워진다) 티무르조의 힘을 등에 업은 유누스는 모굴 칸국의 서부 지역을 장악했고, 이센 부카는 위구리스탄 등 동부지역을 장악하고 서로 대치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센 부카가 사망한 후(1462), 그의 동부 영지는 결국 유누스에게로 들어오게 된다. 위에서도 보이듯이 유누스는 예전에 티무르조로 망명을 떠난 적이 있었다. 아시다시피 티무르조의 영역인 부하라, 사마르칸트 뿐만 아니라 근처에 닿아있는 이란 지역은 이슬람 문명의 정수를 맛볼수 있는(적어도 당시로써는. 지금은 오직 바가지 상술의 정수를 맛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곳이었으며, 유누스는 이런 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나름 교양인이 되어 모굴 칸국으로 돌아왔다.

 

 그런 사람이 천산산맥 이북의 목초지에 와서 견딜려니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백성들이자 강력한 힘을 가진 유목 부족들은 도시 생활에 진저리를 치며 정 그런곳에서 살고 싶으면 아예 거기다 묻어주마라고 협박하는 판국이었으니 도시 생활을 시작할 마음은 꿈에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몇몇 유목민은 유목민족의 군주가 그럴수 있냐면서 둘째 아들 아흐마드를 데리고 동부 위구리스탄으로 튀어버려(1478)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다. 아흐마드는 이곳에서 명나라와 하미의 불교왕국과 투닥거리면서 자신의 세력을 확고히 했다.

 비록 유목생활과 도시생활에서 갈등하기는 했지만, 그의 치세때 와서는 모굴 칸국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던 상황이었으며 이제 항상 티무르조에게 당하던걸 갚아줄 때였다.

 

 아부 사이드 사후, 티무르조는 분열(..또?)됐다. 그의 두 아들인 아흐마드와 세이흐 우마르는 각각 트란스옥시아나와 페르가나를 장악하고 있었다. 유누스는 세이흐 우마르를 후원했고, 결국 페르가나 지역을 자신의 종주권 하에 넣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유누스, 그리고 모굴 칸국에게 재앙과도 같은 일이 닥치게 된다.

 

 카쉬가리아 지역은 전통적으로 두글라트 부족의 영지였다. 당시 두글라트 부족의 족장은 무함마드 하이다르(Muhammad Haydar) 그러나 이 지긋지긋한 모굴 칸국의 계승분쟁은 부족 내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라, 두글라트 부족의 아바 바크르(Aba Bakr)가 반기를 들고 카쉬가리아를 장악해버렸다. 1469년과 70년에 무함마드 하이다르와 유누스는 무려 9만의 대군을 일으켜 아바 바크르를 공격했다고 하나 5천의 군대에게 패해서 도망갔다고 한다.(이건 100% 과장이다. 모굴 칸국은 아직까지 유목 생활을 하고 있던 민족이었기에 9만의 부족군대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5천에게 진다는건...이게 무슨 투멘타이의 패러랠 망상월드도 아니고)

 

 결국 모굴 칸국은 카쉬가리아 지역을 사실상 상실해버렸고, 유누스는 우마르 세이흐와 티무르조의 아흐마드 사이를 중재해주면서 얻은 타쉬켄트에 머물면서 결국 그곳에서 사망했다.(1486)

 

 모굴 칸국은 이제 사실상 삼분되기에 이르렀다.(커봤자 얼마나 크다고) 유누스를 이은 마흐무드(Mahmud)와, 동부의 아흐메드(Ahmed), 그리고 카쉬가리아를 장악하고 있던 아바 바크르. 이 대치를 뒤집어 놓은것이 무함마드 샤이바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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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프란츠 | 작성시간 08.01.11 저런 계표가.. 한국에도 있긴 하군요.(허허;)
  • 답댓글 작성자타마누님 | 작성시간 08.01.18 ㅋㅋ 신라 말임니카?
  • 작성자가스가겐고로 | 작성시간 08.01.11 이거 원 복잡해서...@_@; 암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ㅋㅋ
  • 작성자로마의멸망♧ | 작성시간 08.01.11 ㅋㅋ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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