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903번 질문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정보:나기나타

[고어핀드]

나기나타에 대한 질문을 하셨더군요. 간단한 대답은 이미 리플에서 달려 있으니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 보겠습니다.

나기나타는 장대 위에 칼날을 붙인 무기로, 보통 대도류로 분류됩니다. 중국에서는 미첨도, 우리나라에서는 협도 혹은 야도라고 하죠. 청룡언월도 역시 이 분류에 들어갑니다만, 사실상 실전용은 아니므로 여기서는 대도 = 협도류 병기로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뭐 사용법이야 별로 다르지도 않습니다.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협도 그림>

중국 송나라 시대 - 고려 초기 - 일본 귀족 정권기에 등장한 것으로 보이며, 초기에는 보병이 중무장 기병을 제압하는 데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긴 사정거리에다가 파괴력까지 좋았으니, 창보다 더 좋은 무기였죠.

역사적으로 악비가 대도로 무장한 3개 정예부대를 편성, 요나라의 중무장 기병을 박살낸 선례가 있고, 저는 귀주 대첩 당시에도 고려의 정예병들은 이 무기를 일부 사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사원들간의 세력 싸움에서 등장한 승병들이 나기나타를 대량으로 샤용합니다. 승병 = 나기나타 일 정도죠.

<Osprey Publishing - japanese warrior monks에서 발췌>

"아니, 그렇게 좋은 무기라면 다 지급하는 것이 좋지 않아요?"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강력한 만큼 쓰기가 어렵습니다. 칼날과 장대의 무게를 전부 지탱하면서 마구 휘둘러야 하니까요. 따라서 창만큼 대중적인 무기는 아니었던 듯 합니다.

승려들은 참선을 위해 무예를 닦고 체력을 기르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아주 껌이었겠죠. 사무라이들도 꽤나 썼던 모양입니다. 결국 기병 제압용 + 보병 대열 붕괴용으로 최적의 무기로 인식된 나기나타는 겐페이 전쟁에서 대활약합니다. 일전에 일본 갔을 때 들른 미나모토 가문의 진쟈에 전시된 겐페이 전쟁도 병풍에는 나기나타를 든 무사들이 잔뜩 그려져 있더군요. 그것도 대열의 맨 앞에서 돌격 준비 자세로. 현대의 대형 기관총 정도라고 할까요.

<일본 승병의 본산, 히에이 산에서 직접 찍어 온 나기나타를 든 일본 승병>

나중에 일본도가 등장하자, 대도는 긴 일본도를 박살내는 데 최적의 병기로 인식되어 척계광과 같은 명나라 장수들은 왜구 토벌에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홍건적 토멸 공신으로 족보를 쓰는 신분이 되신 저희 가문 시조분 역시 이 무기를 써본 적이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ㅡ^*;;

(그런 무신 집안이 조선시대에 어떻게 문신 가문으로 돌변했는지는 아직까지도 대략 미스테리.)

하지만 나기나타는 전국시대 들어 슬슬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일단, 이 협도류라는 게 강력한 무기이긴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배우기도 힘들고, 무엇보다도 철포가 등장하자 스피디한 전투가 중요해졌죠. 일본도도 거대한 타치에서 현재 우리가 보는 짧은 카타나로 바뀌고, 갑옷도 가벼운 것으로 바뀌어 가던 시대입니다.

결국 전국 시대가 끝날 무렵에는 나기나타란 승병들과 일부 매니아들이나 좋아하는 무기로 전락합니다.(무예도보통지에는 풍신수길이 나기나타를 어지간히 좋아했다더군요.) 그나마 에도 바쿠후가 열린 이후로는 창은 무기의 제일 자리를 차지해서 무사들의 핵심 무기로 자리잡지만 나기나타는 그저 무가 여성들이 호신용으로 배우는 스포츠 정도로 몰락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하지만 메이지 이신 이후 근대적 무기 체계가 도입되자, 나기나타와 카타나는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아서 지금도 많은 경기 인구를 자랑합니다만 창은 아예 사라져 버리게 되죠. 하여간 인생만사 새옹지마입니다.

<작년에 일본에서 사온, 헤이세이 16년에 열린 도검 경연 사진집에서 발췌. 나기나타 날은 칼날과 동일해서 어느 도검장이든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나기나타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인기 있는 무기였고, 또 일본 사람들은 그런 데 관심이 많기 때문에 게임에서도 자주자주 등장하곤 해서 상당히 친숙한 무기입니다.

나기나타 등의 대도류가 잘 표현된 게임을 하시려면 코에이의 "전국무쌍" 추천드립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한데요, 시원시원한 돌격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소울칼리버2도 괜찮습니다. 훌륭한 무기 액션 게임이죠. (다만 게이*즈 공략에서 조선 협도를 참마도로 표현하는 만행을 -_ㅜ)

Ps>이 전국무쌍이라는 게임, 우리나라에서 이런 것 만들었다가는 큰일 나겠더군요.

다테 마사무네가 목도 두 개를 들고 이도류로 설치는 것은 물론이요(지면 어린애가 장난감 집어던지듯이 화를 낸다는 - 뭐, 어울리니까 다행이지만.)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생김새부터 뚱뚱이 변태.

심지어 오다 노부나가는 귀무자2의 그 마왕 복장[...]

일본이라는 나라에 갈 때마다 "이 나라는 자국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이런 것도 만들 수가 있구나, 좋겠다..." 하는 감정이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만큼 많고, 질도 높더군요. 고증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었고.

일전에 올렸던 칼 모형 "모노노후" 나 다음 달 사려는 요시츠네 영웅전 같은 게임, 이리저리 중고를 알아보고 있는 "신선조 군랑전" 등을 보면서 이런 황당한 상상력도 용인하는 것이 세계를 제패한 일본 대중문화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상상력을 발동했다가는 당장 역사 왜곡이라는 죄목을 쓰고 사문난적으로 몰리겠죠.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는 유교 국가냐 아니냐로 차이가 갈려서, 역사에 대해 얼마나 진지해지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이렇게 엄숙하기만 해서야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역사 게임이나 볼 수 있을까요.

(참고로 요시츠네 영웅전은 NHK 대하드라마와 함께 발매됐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부록 정도로는 절대 볼 수 없는 게, 워크래프트2 수준인 왕년 우리 태조 왕건같은 건 게임으로 보이지도 않더군요.

게다가 신선조 군랑전은 바람의 검심 작가가 그렸답니다. 히든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발도술의 고수라는군요. 누구인지 안봐도 비디오-_-)

...더 문제는, 이런 푸념을 들어 줄 만한 드라마라는 게 철지난 캐릭터와 엉망인 연출력, 어색한 컴퓨터 그래픽스에 멍청하기까지 한 시나리오를 보여 주는 띨띨이 거북선 드라마라는 게 문제라는 거지만.

[카탁프락트]

사실.. 현대 검도가 판점위주의 경기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머리 맞으면 즉사 손목 맞으면 칼을 못잡으니 전투력 상실 허리 맞으면 내장이터져나오니 이것또한 전투력 상실~ 발목 -_-;;; 이건.. 맞고 나면 누워야 하니..;;; 이렇게 따지면 현대검도가 판점위주라곤 하지만 진검이라면 걍 죽습니다. 또한 중요한건 칼만

[카탁프락트]

갖다 대면 판점을 주는것이 아니라 "갑옷을 입은 상대를 충분히 베다."라는 기준하에 포인트를 주는것을 감안하면 결코 실전과 거리가 멀다고 할수는 없습니다. 어찌보면 검술의 가장 발전된 형태를 가졌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모든 무술의 묘미라 할수 있는 1합의 묘미~ ㅋ

[카탁프락트]

실지로 일본에선 이종(나기나타 창술등)과검도의 경기가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2년전 본교 검도부를 방문한 후쿠오카대학의 여자부 선수가 나기나다로 본교 검도부가 아작났었더랍니다. 전 아쉽게도 보지 못했었는데... 간격안에 들어가보도 못하고 찔리고 발목따이고 아리따운(?) 여자부원 하나에 선배들 체면이..;;;;

[북현무진]

ㅋㅋㅋ 판타지의 소드마스터니 뭐니에 너무 빠지신 분들이 그 광경을 보고 현실을 좀 생각하면서 판타지소설을 읽어라고 말해드리고 싶다는... 아! 그리고 서양에서도 창수랑 검수랑 대결시켰더니 창이 기냥~ 압도했다는... 쿨럭!!!

[내삶의방식]

그것은 아직 신검합일의 경지에 이르지 못...(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