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jager] 체첸항쟁사

코카서스의 늑대들 : 체첸- 62. 대통령

작성자jager|작성시간12.07.20|조회수4,227 목록 댓글 12





푸틴이 아침에 30분을 늦게 일어나자 람잔 카디로프는 이미 시체가 되었다.
                                                                    
                                                                              - 체첸인들의 농담


람잔 카디로프가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알루 알하노프 대통령을 제거해야 했다. 체첸 총리인 람잔 카디로프보다 공식적으로 위에 있던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그가 갖고 있던 '대통령'이란 직함은 그가 효율적으로 경쟁자들을 제압하는데 꼭 필요했다.

 알루 알하노프는 카디로프 가문에 맞설만한 군사력이 없었지만,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직접 지목하고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었다. 이 '합법성'이 람잔 카디로프가 알루 알하노프를 제거하기 위해 넘어야 했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2004년 8월에 대통령이 된 알루 알하노프는 앞으로 4년 동안 대통령 임기를 수행할 수 있었다. 즉 람잔 카디로프가 다음 대선을 생각했다면 2008년 8월까지는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람잔 카디로프. 
가만히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유형은 전혀 아니었다.

 먼저 람잔 카디로프는 2006년 3월 총리가 된 이후로 미디어를 장악하였다. 카디로프 가문은 많은 돈을 갖고 있었고, 체첸 내 모든 신문사와 방송사에 막대한 지원금을 넣어주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미디어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던 카디로프는 티비에 자신의 경제 업적과 치안 성과가 계속해서 방송되도록 하였고, 알루 알하노프의 활동을 거의 보도되지 않도록 하였고 그가 정책을 입안하면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점차 체첸인들은 '유능하고 젊은 람잔 카디로프'와 '답답하고 무능한 알루 알하노프'라는 구도로 바라보게 되었고, 심지어 알루 알하노프가 대통령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람잔 카디로프와 마이크 타이슨
카디로프는 2005년 9월에 복싱대회를 개최하면서 타이슨을 초청했다.

 물론 람잔 카디로프에게 비판적인 보도 및 불리한 내용이 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런 기자들은 알게 모르게 조용히 '사라졌다' 거기에 더해서 체첸 그로즈니에 하루가 다르게 건물들이 들어서고, 학교, 모스크 및 스포츠 센터가 생기고 아흐마드 카디로프의 이름을 따서 불렸다. 거리에는 람잔 카디로프의 사진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사람들은 공화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치적이 다 람잔 카디로프의 작품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그로즈니 공항에 붙은 람잔 카디로프 사진

 바닥 민심을 잡은 람잔 카디로프는 점차 노골적으로 알루 알하노프를 압박하였다. '람잔 카디로프와 알루 알하노프 중 누가 체첸 대통령 적임자인가요?' 라는 내용의 설문 조사를 한 것은 물론, 그의 허락없이 알루 알하노프의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장관들을 해임하겠다고 위협하였다. 거기에 체첸 최대 씨족인 베노이 테이프 소속인 람잔 카디로프는  2005년도에 치뤄진 체첸 공화국 의원 선거에서 친카디로프 의원들을 대거 진출시킬 수 있었고, 의원들은 공식적으로 람잔 카디로프 총리의 지지를 선언함은 물론, 체첸 공화국 대통령 선거를 공화국 전체 직선제에서 의회 간선제로 변경하여 훨씬 용이하게 권력을 알루 알하노프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게 하였다.






체첸 공화국 의회
 
 사실상 손발이 묶이다 시피한 알루 알하노프는 러시아 내무부 및 FSB 고위직 측에서 람잔 카디로프에게 압력을 넣어주기를 고대했지만, 이 방면에서도 람잔 카디로프가 우세했다.  러시아 대통령 행정부실장인 블라디미르 수르코프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푸틴의 오른팔'이자 푸틴 정치의 설계자라고 불리는 수르코프가 뒤를 봐줬기 때문에 알루 알하노프의 인맥은 빛을 보지 못한다. 결국 모스크바는 그의 합법적인 대통령 임기를 보장해줄 수 없었다. 거기에 경호원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람잔 카디로프가 점차 물리력을 사용할 태세를 보였고, 알루 알하노프는 이를 막을 군사력이 없었다.







알루 알하노프와 람잔 카디로프.
알하노프는 사실상 카디로프를 대적할 수 없었다.

  결국 알루 알하노프는  2007년 2월 15일에 체첸 대통령 자리를 사임한다. 푸틴은 그의 사임을 승인하며 람잔 카디로프를 다음 대통령으로 지명하였고, 체첸 의회의 승인과 동시에 대통령으로 임명되어 2007년 4월 5일에 정식으로 대통령 선거를 하였다. 이로써 만 30세의 체첸 대통령이 탄생하였다. 전전임 대통령인 그의 아버지가 죽고 불과 3년 만이었다.






대통령 선서하는 람잔 카디로프

  합법적인 최고 권력을 손에 넣은 람잔 카디로프는 이제 물리력을 보유한 다른 경쟁자들을 제압해야 했다. 이미 그는 유력한 경쟁자 하나를 제거한 상태였는데 바로 모브라디 바이사로프였다.






모브라디 바이사로프

  모브라디 바이사로프는 러시아 FSB와 협력하며 알루 알하노프 대통령을 후원하였다. 람잔 카디로프는 2005년 말에 체첸 내 러시아 FSB 지부가 철수될 때 그의 부대에게 자기 수하에 들어오도록 요구하였는데, 바이사로프는 이를 거부하였다. 이는 람잔 카디로프가 지휘하는 체첸 내무부 소속 바깥에 있겠다는 의미로, 람잔은 즉시 바이사로프를 자기 정적으로 인식하였다. 그의 통제 바깥에 있는 무력은 체첸 내에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모브라디 바이사로프와 람잔 카디로프
과거 아흐마드 카디로프 경호를 위해 같이 일한 적이 있었다.

 2006년 5월, 람잔 카디로프는 바이사로프의 '고레츠' 부대와의 사소한 시비를 빌미로 1000명의 '카디로비치'를 동원하여 그로즈니 북서쪽에 위치한 '고레츠' 기지를 포위하였다. 불과 50명의 고레츠 대원들의 운명은 분명해 보였지만, 아직 알루 알하노프가 대통령이었고 카디로프를 싫어하던 다른 군벌들과 러시아 FSB가 개입하였다. 람잔은 일단 물러섰다.







'고레츠' 부대 지휘관. 모브라디 바이사로프

 람잔 카디로프가 한발 물러섰다는 것이 곧 그가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람잔 카디로프는 그가 장악한 미디어와 사법부를 십분 활용하여 '고레츠' 부대의 만행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바이사로프는 2004년 경에 그로즈니에서 무사에프 가족 10명을 살해한 적이 있는데 이들을 매장한 곳이 후에 발견되었다. 체첸 검찰은 고레츠 대원들이 이들 가족을 납치하여 바이사로프가 직접 죽였다는 혐의를 수사하였다. 무사에프 가족이 반군에 가담한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바이사로프가 죽였다는 것이다.

  모브라디 바이사로프는 이 혐의를 부인하였고 증거도 명확한 편이 아니었지만, 람잔 카디로프는 사법권을 이용해서 바이사로프를 몰아붙였다. 사실상 반군과 교전하는 친러시아 군벌 중에 위와 같은 살인 행위가 없는 경우는 거의 상상하기 힘들었고, 이는 엄연히 법에 저촉되는 행위였기 때문에 공권력을 쥐고 있던 람잔 카디로프는 '합법적으로' 그의 정적을 숙청할 수 있었다.








체첸인을 체포하는 러시아군

  궁지에 몰린 모브라디 바이사로프는 자신도 미디어를 이용하여 반격을 하려 하였다. 모스크바로 간 바이사로프는 러시아 언론사 코머산트와 인터뷰하며 람잔 카디로프가 경쟁자인 자신을 제거하려 하며 자신은 카디로프가 그간 저지른 납치와 살인에 대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자료를 제공하여 람잔 카디로프를 실각시키고 자신이 체첸 부총리의 자리에 임명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FSB를 만나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바이사로프가 언론에 퍼트리려 했던 정보는 충분히 위험한 것이었는지, 람잔 카디로프는 기민하게 대처했다. 50명의 체첸 내무부 요원을 2개 부대로 나눠서 모스크바에 급파한 뒤 러시아 정계와 교섭하였다. 러시아 정부 및 FSB는 람잔 카디로프의 견해, 즉 바이사로프의 정보가 언론에 나와선 안된다는 내용에 동의하였고, 그의 제거를 승인하였다. 러시아측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람잔 카디로프는 체첸 내에 남아 있던 '고레츠' 대원 33명을 2006년 11월 14일에 무장해제시키고 그가 관리하던 송유관 3개 중 2개를 파괴해 버린다.







모브라디 바이사로프
그는 자신의 후원자들을 너무 과신하였다.

  바이사로프는 자신의 옛 상관이자 마지막 남은 희망인 러시아 FSB에 간곡히 연락하였지만, 러시아 측 책임자는 "그 폭로 게획은 취소되었고 더 연락하지 말게'라고 대답하였다. 순식간에 그의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보호막이 사라져버렸다. 2006년 11월 18일, 모브라디 바이사로프는 러시아 모스크바 레닌스키 거리에서 11발의 총을 맞고 쓰러졌다. 대부분이 머리에 맞았다고 한다. 자신 만의 미디어를 장악하지 못한채 폭로를 통해 판세를 뒤집으로 했지만, 그러기 위해 너무 많은 정보를 공개하려 했던 것이 패인이었다. 러시아 정부 측에서 감당할 영역을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피살된 모브라디 바이사로프.
러시아측은 이 사건을 "체첸인들의 자신들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브라디를 죽인 체첸인 부대의 지휘관은 아담 데림하노프 체첸 부총리였다. 과거 살만 라두예프의 운전사였다는 데림하노프는 송유관 경비대의 지휘관으로 반군과도 교전했는데, 도쿠 우마로프의 아버지를 직접 고문해서 죽인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는 람잔 카디로프를 대신해서 러시아 정계와 교섭을 성공하였고 자신이 직접 바이사로프를 죽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람잔 카디로프의 오른팔이자 그의 후임자로 유력한 사람이었다.








왼쪽이 아담 델리하노프 체첸 부총리


  비교적 쉽게 상대를 제거한 람잔 카디로프가 2007년 2월에 체첸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그의 통제 밖에 있는 무력은 2개 집단이었다. '보스토크 (동방)' 대대와 '자파드 (서방)' 대대였다.

  앞서도 여러번 언급했지만 이들 부대는 각 800 - 900명 규모로 우수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람잔 카디로프로서는 눈에 가시였고, 특히 야마다예프 가문의 사병인 '보스토크' 대대를 특히 꺼렸다. 상대적으로 '자파드'를 지휘하는 사이드 마고메드 카키에프는 정치에 대한 야심이 없어 보였지만 야마다예프 가문은 체첸을 장악할 충분한 능력과 야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제거하는 것이 람잔 카디로프의 숙원이었다.





보스토크 대대



  그러기 위해 기회를 노리던 람잔 카디로프에게 결정의 순간이 빨리 찾아왔다. 러시아 헌법에 따라 3선 연밈이 불가능했던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후계자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지명한 것이다. 자신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가 러시아 대통령 자리를 내려왔다는 사실은 카디로프에게 매우 중요했다. 후임자인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강한 러시아'의 유산이자 무자비한 철권통치의 상징인 자신을 싫어하며, 그 후임자를 물색한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가 그 후임자를 야마다예프 가문에서 찾기 전에 람잔 카디로프는 서둘러 결판을 지어야 했다.





술림 야마다예프
야마다에프 가문 중 가장 유력한 카디로프의 정적이었다.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Movladi_Baisarov
          http://en.wikipedia.org/wiki/Ramzan_Kadyrov#2007_appeal_against_Kadyrov
          http://en.wikipedia.org/wiki/Alu_Alkhanov
          http://kavkazcenter.com/eng/content/2008/04/22/9509.shtml
          http://kavkazcenter.com/eng/content/2007/09/03/8795.shtml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돼지고기 | 작성시간 12.07.28 열정적인 애독자입니다.. 다음편도 손꼽아기다리겠습니다..
  • 작성자sssss | 작성시간 12.07.28 근데 체첸인들은 인종적으로 백인인가요? 체첸인들을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왠지 백인같다는 생각이듭니다
  • 작성자카이사르 마그누스 | 작성시간 12.08.07 잘보고 갑니다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 작성자틈왕 | 작성시간 12.09.20 검색해서 코카서스의 늑대들을 이틀동안 읽으며
    많은 도움과 철저한? 중립에 의거 글을 쓰신 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단한 내공을 가지셧군요
    항상 건강하시어 하시고자 하시는 일 꼭 이루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
  • 작성자Daum Bark | 작성시간 12.09.21 늦게나마 잘 보고 갑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