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잭슨의 우회기동. 붉은 색이 남군, 푸른 색이 북군
1862년 5월 2일 아침 7시, 잭슨의 군단이 후커의 서쪽 측면을 향해 행군을 시작했다. 목표는 사전에 정찰했던 플랭크로드의 교차로였으며, 거리는 22킬로였다. 숲속의 오솔길에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잭슨의 도보기병대에게도 힘든 행군이었다. 3만 5천의 남군이 섰다 뛰었다를 반복하면서 힘들게 행군하였다.
한편 후커의 북군은 그 지역을 장악할 수 있는 하젤그로브 고지에서 잭슨의 행군을 관측하였다. 잭슨의 행군로인 숲길의 중간중간에 개활지가 있었기 때문에 남군의 행군이 노출됬던 것이었다. 3군단장인 시클스는 이 사실을 후커에게 보고했고, 후커는 이를 남군이 남쪽으로 후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남쪽으로 행군하여 북군을 남에서 공격할 것이라 생각했다.
후커는 북군 진지를 둘러보면서 방어상황을 점검했다. 후커가 보기에는, 북군 진지는 남군의 공격에 안전했다. 대충 미드군단과 시클스, 슬로컴 군단의 배치를 훝어보자 어지간한 공격에는 돌파되지 않을 것 같았다. 후커는 안심했고, 시클스에게 ‘퇴각’하는 남군의 배후를 공격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후커는 큰 실수를 했다. 북군 진지 중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하워드의 11군단을 둘러보지 않았다. 하워드의 진지는 남쪽에서의 공격이면 몰라도 서쪽에서의 공격에는 완전 무방비한 상태였다. 하워드는 남군이 서쪽으로 행군한다는 보고를 받아도 적절히 대비한다는 보고만 할 뿐 무시해버렸다. 그 결과 11군단은 숙영지에서 마음 편하게 휴식하고 있었다.
행군 중의 잭슨 장군
잭슨은 힘든 와중에도 부하들을 다그치며 행군을 서둘렀다. 20킬로의 행군에 생각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잭슨군단이 전부 행군 대형에 들어서는 데 4시간이나 걸렸다. 행군하다가 많은 병사가 탈진하여 낙오하였다.
스튜어트의 기병들이 앞에서 잭슨을 선도하였다. 중간중간 북군의 기병대가 나타났지만 재빨리 후퇴하였다. 북군 진지를 우회하는 동안 북군이 진지를 구축하는 도끼소리와 대화소리가 들렸다. 남군은 가능한 조용히 북군 진지 앞을 지나갔다.
오후 2시, 스튜어트 기병대의 선두인 피츠 리 (리 장군의 조카)의 부대가 목적지인 프랭크로드 교차로에 도착하였다. 챈슬러슨빌 서쪽 8킬로 지점에서 피츠 리는 놀라운 것을 목격한다. 북군 병사들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담배피우고, 떠들고, 잡담을 나누면서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 남군이 공격해 올 것이라는 생각이 추호에도 없는 것 같았다. 피츠 리는 즉시 잭슨장군을 불러왔다.
잭슨은 교차로 옆의 고지에서 북군의 진지를 관측하였다. 피츠 리가 회고하기를, “잭슨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번뜩였으며, 얼굴 전체에서 빛이 나는 듯 했다.” 원래 잭슨의 눈은 전투 때 번뜩이는 것으로 유명했으며, 그 때문에 부하들에게 ‘푸른 등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날 잭슨의 눈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잭슨은 조용히, 그의 부하들에게 돌아와 조심스럽게 부하들을 전진시켰다. 이 무렵 후커가 잭슨의 행군대형에 뒤늦게 공격을 지시했다. 적의 퇴각을 방해하는 것 쯤으로 생각한 시클스는 잭슨의 후위를 공격하였다. 주력부대는 이미 위험지역을 빠져나온 것이었다.
시클스의 공격으로 잭슨의 후위부대는 무너졌다. 잭슨군단의 보급품이 노획될 위기에 쳐했고, A.P 힐사단의 토마스 여단과 아쳐여단이 시클스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후방으로 갔다. 이들은 시클스 군단을 계속 저지하였다.
잭슨이 자신의 군단을 이끌고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였다. 도착하는 데만 무려 8시간이 걸렸다. 잭슨 장군은 마음이 급해졌다. 전투대형으로 서둘러 배치하도록 한 다음 리장군에게 전갈을 보냈다.
장군님
북군은 챈슬러슨빌에서 3킬로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가능한한 빠른 시간에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전승의 영광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선두 사단은 도착했으며 곧 나머지 2개 사단도 도착할 것입니다.
로저스 사단이 교차로에서 남북으로 3킬로의 대오를 형성했다. 로저스 사단 뒤에 콜스톤 사단이 100미터 정도 뒤에서 배치됬으며, A.P 힐 사단이 그 뒤에 배치되었다. 잭슨은 시클스의 공격을 모르기 때문에 A.P 힐의 나머지 여단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머지 2개 여단은 도착하지 않았으며, 좀처럼 오지 않았다.
잭슨의 하워드 군단 기습
이 때 시간은 오후 5시, 해가 지기까지 불과 2시간 뿐이었다. 잭슨은 마침내 결심을 굳히고 전진을 명한다. 3만 5천의 남군이 하워드의 11군단의 진형으로 쇄도하였다.
북군은 완전히 방심하고 있다가 기습을 당했다. 3만이 넘는 남군이 숲속에서 쏟아져 나오자 그들은 전투대형을 취할 새도 없이 휩쓸렸다. 일부 용감한 병사들이 저항을 시도했지만 파도에 휩쓸리듯이 사라졌다. 잭슨은 계속 부하들을 다그쳤다. “측면은 신경쓰지마! 밀어 붙여! 쓸어버려!”
기습은 완전한 성공이었으며, 리장군이 원한 바로 그 형태였다. 동쪽에서 잭슨의 공격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리장군은 잭슨의 기습을 남군의 함성으로 알았다. 즉시 앤더슨과 맥크로우 사단을 진격시켜 후커가 북군을 배후로 돌리는 것을 차단했다. 이 지역 5만의 남군이 사자와 같이 북군에 달려들었다.
잭슨은 성공한 기습 정도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었다. 휘하 사단장인 A.P 힐을 불러, 북군의 퇴각로인 엘리 여울목과 U.S 여울목을 접수할 것을 지시했다. “힐, 놈들의 퇴각로를 차단해! 그리고 밀어붙여!”
후커의 11군단은 오후 7시 쯤에 거의 파괴되었으며, 챈슬러슨빌 남쪽의 페어뷰일대에 집결하였다. 이곳에서 간신히 잭슨의 기세를 저지할 수 있었다. 후커는 시클스의 3군단을 보내 11군단의 빈자리를 틀어막았다.
원래 남북전쟁 당시의 전투는 해가 지면 그만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야간전은 오인사격의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잭슨은 해가 졌다고 기습을 중단할 생각이 없었다. 한밤중에도 전투는 치열했다. 잭슨은 자신의 참모를 이끌고 직접 전방에서 북군을 정찰하였다.
이제 잭슨 군단의 공격기세도 많이 수그러졌고, 후커의 예비대도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특히 3군단의 베리 사단은 후커의 지시에 따라 총검으로 남군에게 돌격하였다. 이들은 잭슨의 부대와 격전을 벌였다.
잭슨은 밤 9시에 이 주변을 정찰하고 있었다. 힐사단이 임무를 완수했는 지 궁금하여, 잭슨은 기수를 돌려 후방으로 서쪽으로 향했다. “장군님, 너무 몸을 노출시키지 마십시오.” “괜찮아, 적은 후퇴했어. 힐 장군한테 계속 밀어붙이라고 전해.”
최전방이었던 터라 북군 보병들이 이들을 발견하고 사격하였다. 이 사격을 피하면서 신속하게 남군 진지로 향했다. 그런데 아까까지 북군과 전투를 하던 남군은 전방에서 말탄 장교들이 나타나자 북군 지휘부라고 생각하였다. 힐 사단의 레인여단이었던 이들은 장교들에게 사격을 가했다.
사격은 불행히도 정확하였다. 잭슨 장군은 3발의 탄알을 맞고 말에서 떨어졌다. 누군가가 사격을 중지하기 위해 우군이라고 했지만 병사들은 계속 사격하였다. 전투 직전, 잭슨은 다음과 같은 지시를 한 적이 있다. “만약 전방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면, 일단 쏘고 나서 확인해라.” 그의 부하들은 너무도 충실하게 그 지시를 이행했다.
잭슨장군은 사격으로 인해 왼팔이 부러져버렸다. 장군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을 때, A.P 힐 장군이 도착하였다. 보병들이 힐장군에게도 사격을 하여 몇 명의 수행원을 죽였다. 간신히 사격을 정지하고 잭슨 장군에게 가자 소매에 피가 흥건하였다.
“장군님, 중상입니까?”
“그런 것 같군. 왼팔이 부러진 것 같네.”
그런 상황에서도 잭슨의 얼굴은 평온했고 대화는 침착했다고 전한다.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힐은 들것을 부탁하여 잭슨을 날랐다. 중간에 북군포대가 사격을 가하여 잭슨은 들것에서 날아 떨어졌다. 사격이 빗발치는 가운데, 잭슨 장군은 후방으로 보내졌다.
남군의 오인사격으로 중상을 입는 잭슨 장군
잭슨이 다쳐서 지휘를 할 수 없자, 잭슨군단의 지휘권은 A.P 힐장군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힐장군도 얼마 안 있어서 부상을 입고 쓰러진다. 로저스가 그 다음 지휘권을 받을 차례였지만, 로저스는 그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잠시 논의 끝에, 잭슨군단의 지휘권은 스튜어트장군에게 넘어간다.
그리하여 탁월한 기병대장인 스튜어트에게 잭슨 군단을 이끌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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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은 병상에서 스튜어트가 자신의 부대를 지휘한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스튜어트장군에게 그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내 부대를 지휘하라고 전하게. 나는 그를 완전히 믿는다고 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