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공격을 하고 싶지 않아... 이 공격은 성공할 수 없어... 하지만 사령관이 공격을 원하고 있어..."
- 더 이상 공격을 지체할 수 없다는 알렉산더의 진언에 대한 롱스트리트의 탄식
-
7월 3일. 게티즈버그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지난 이틀동안 첫날 전투에서 북군을 패주시켰으며, 둘째날은 거의 성공할 뻔했다. 하지만 북군을 격파하지는 못했고 중요 고지는 북군의 손에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남군이 취할 방법은 3가지로, 후퇴, 우회, 공격이었다.
여기서 후퇴란 7월 2일의 결과를 실패를 받아들이고 부대를 버지니아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이었다. 이는 1년전 1862년의 안티탐 전투의 재현이었다. 1년전 리의 남군은 1차 북부침공을 하여, 메릴랜드의 안티탐에서 다수의 북군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해냈지만, 워낙 숫적으로 열세하여 버지니아로 철수한 바 있었다. 리 스스로 가장 자부심을 가졌다는 훌륭한 전투지휘였지만, 적진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얻은 것은 없었다. 게티즈버그에서 지난 2일간 훌륭하게 싸우고 물러난다는 것은 똑같은 상황을 발생시키는 것이었다. 리의 철수와 빅스버그의 함락은 남부를 걷잡을 수 없는 침체로 몰아갈 것이다.
그럼 남은 것은 적을 우회하거나, 적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남군 총사령관 리 장군과, 선임 군단장인 롱스트리트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롱스트리트는 7월 2일의 공격에서 너무 큰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이 지형에서 공격하는 것은 불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정찰병을 보내 북군 좌익을 우회하는 길을 알아보도록 하였다. 정찰 결과 우회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의 군단이 북군을 경계하고 다른 군단이 차례로 배후로 돌아서 북군을 우회하는 작전을 생각했다.
하지만 리 장군은 전혀 다른 작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최초의 구상은 전날에 했던 작전의 재현이었다. 전날 거의 성공했던 작전이 실패한 이유를 공격 사이의 시간차라고 생각한 리 장군은 7월 3일날 최대한 이른 시간에 북군의 양측면을 롱스트리트 군단과 이웰 군단이 기습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전날의 결과에 대해, 롱스트리트는 북군 진지를 돌파하지 못한 점을 강조한 반면, 리는 북군을 돌파할 수 있었던 상황을 강조하여, 한번만 더 공격하면 북군 전선을 뚫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막상 아침이 되자, 리는 공격준비에 분주할 거라 생각한 롱스트리트가 전혀 준비하지 않은 사실에 놀랐다. 더욱이 롱스트리트가 우회 공격을 건의하자, 리는 고개를 저었다. “적이 저곳에 있고, 우리가 공격하지 않으면 적이 우리를 공격하여 섬멸할 것이다.” 이 때 이웰 군단에서 포성이 울렸다. 전날 리가 전언한 공격계획에 의해 이웰은 아침 이른 시간에 존슨 사단을 통해 컬프스힐을 공격한 것이다. 리는 전령을 보내 멈추게 하였지만, “이미 되돌리기에 늦어버렸습니다.” 롱스트리트와 이웰의 협조 공격은 또다시 무산되어 버렸다.
이웰의 공격은 전날의 전투가 더 한층 악화된 전투였다. 그린 여단의 북군만으로도 돌파가 힘들었던 고지에 그린 여단 소속의 윌리엄스 사단의 3개 여단이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존슨 사단 9천명이 공격을 시작하여 2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컬프스힐은 난공불락이었다.
"나는 시작 30분만에 무력화 되었을 남군의 공격이 그토록 오래 지속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을 수 없다."
- 7월 3일 컬프스힐을 방어한 북군 병사의 회고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북군의 전면을 향한 돌파였다. 리 장군의 애초 계획은 후드 사단과 맥크로우 사단, 피켓 사단이 자신의 정면인 세미터리 리지 남단과 리틀라운드 탑을 공격하는 것이었지만, 이들 부대가 진격하면 측면이 없어져서 포위될 위험이 있었다. 더군다나 전날의 공격으로 30프로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따라서 리 장군은 계획을 수정하였다.
그것은 전날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피켓 사단과 7월 1일날 전투한 헤스 사단 (사단장 헤스는 부상으로 후송되고 여단장이던 패티그루가 지휘함)과 팬더 사단 예하 2개 여단을 묶은 트림블 사단을 북군 중앙의 세미타리 리지로 돌격시키는 것이었다. 즉 패티그루 사단, 트림블 사단과 피켓 사단 1만 5천명을 중앙에 돌진시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남군의 진지인 세미나리 리지에서 북군 중앙의 세미타리 리지까지는 1마일의 벌판이 나무 한그루 없이 펼쳐져 있으며, 세미터리 힐에서 리틀라운드 탑까지 126문의 포가 이 벌판을 사정권으로 두고 있었다. 더군다나 북군은 돌담벼락 뒤에서 몸을 은폐할 수 있었다.
이 계획을 들은 롱스트리트는 전율하였다. 약 반년 전, 프레데릭스버그 전투에서 돌담벼락에 위치한 자신의 군단은 북군의 공격을 13차례나 무찌르고 학살하였다. 8천명 가까운 북군을 도살하는 동안 자신의 군단의 피해는 1천4백이었으며, 돌담 뒤에서 죽은 사람은 3백명 남짓이었다. 이 엄청난 결과가 자신의 부하들에게 발생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롱스트리트는 전에 두 번이나 건의했던 사항을 다시 상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리 장군님, 저는 평생을 군에 있었으며, 분대부터 군단까지 지휘해 봤습니다. 따라서 군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알고 있습니다. 1만 5천명으로는 저 능선을 점령할 수 없습니다.”
마침내 리의 인내력에 한계가 왔다. 롱스트리트는 훗날 “장군은 더 이상 대화를 원치 않았고, 작전에 대한 이행만이 남은 상태였다.”라고 당시의 긴장된 상황을 회고했다.
결국 북군의 중앙에 대한 3개 사단의 공격이 결정되었다. 사전에 동원 가능한 모든 포로 북군의 진지를 ‘부드럽게’ 만든 다음에 사단을 돌격하여 북군의 중앙을 돌파하기로 하였다. 스튜어트 기병대는 동쪽의 배후에 대기하여, 북군이 패주하면 후퇴로를 차단하기로 하였다.
리 장군의 오른팔이었던 불세출의 전략가 잭슨이 죽은 지금, 이런 막중한 임무를 담당할 사람은 롱스트리트 뿐이었다. 하지만 롱스트리트는 자신의 계획과 전혀 다른, 엄청난 유혈을 초래할 작전을 입안하는 데 큰 의욕을 보이지 못했다. 사람은 원치 않은 일을 하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법인데, 7월 3일의 롱스트리트가 그랬다.
남군의 최고 전략가 중 한 사람인 롱스트리트는 부대 편성에 있어 중요한 문제점을 간과하게 된다. 즉 패티그루 사단과 트림블 사단이 7월 1일의 전투로 만신창이된 상태인지라, 이날의 공격에는 무리라는 사실이었다. 이는 담당 군단장인 힐 장군이 롱스트리트에게 언급하거나, 서로 상의하여 조정할 상황이었지만, 공교롭게도 힐과 롱스트리트는 결투까지 할 정도로 사이가 심하게 안 좋았다. 단지 힐 군단의 가장 오른쪽에 있었다는 이유로, 심한 타격을 입은 부대들을 공격에 가담케 한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사전 준비포격에서 발생했다. 롱스트리트는 포격을 자신의 휘하 포병대령인 포터 알렉산더에게 맞겼다. 리 휘하 최고의 포술가라는 포터 알렉산더는 138문의 포를 배치하였지만, 선임사령관인 펜들톤 장군에 의한 몇가지 문제를 놓치고 만다. 하나는 롱스트리트와 힐 군단의 포를 사용할 뿐, 이웰 군단의 포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고지 너머에 대한 포격은 탄착점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였지만, 적진에 대한 종사가 가능한 포들이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재앙이었다. 또 하나는 적의 사격을 피해 예비탄약을 남쪽에 보낸 사실이다. 이를 펜들톤 장군은 깜빡 잊고 알렉산더 대령에게 말하지 않았다.
롱스트리트의 기본적인 작전 브리핑이 끝난 뒤, 준비포격이 시작되었다. 알렉산더 대령은 15분의 사격을 예상하였지만, 북군의 진지를 관측할 고지가 없던 탓에, 남군은 탄착점을 관측하지 못한다. 즉 대부분의 탄알이 진지를 넘어가버렸다. 뭔가 뚜렷한 계기를 기대하면서 알렉산더는 2시간이나 사격을 한다. 마침내 북군 포대가 침묵하였는 데, 남군을 속이고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위장이었다.
롱스트리트는 애초에 엄청난 비극이 될 것을 예측하였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포병대령을 통해라도 이 공격을 막으려고 하였다. 즉 알렉산더에게 “만약 공격하기에 적절한 순간이 오면 전갈을 보내시오”라는 것이었다. 이에 알렉산더는 “적의 반응을 통해서 밖에 파악하는 길이 없으며, 설령 대성공을 거둔다해도 엄청난 유혈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 후 2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탄약이 거의 떨어지게 되었다. 롱스트리트는 보충해서 계속 쏘라고 하지만, 알렉산더는 예비탄약이 남쪽으로 갔기 때문에, 가지러 가는 동안에 북군이 진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쇠가 뜨거운 동안에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롱스트리트는 쌍안경으로 북군 진지를 살펴보면서 다음과 같이 중얼거린다. “나는 이 공격이 실패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사령관이 공격하기를 원한다.” 이 때 피켓 사단장이 와서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롱스트리트는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지만, 피켓 사단장의 간청에 고개를 끄덕인다.
마침내 운명의 순간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