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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우리 집안의 사사로운 원수라는 것 때문에,
조정에서 뽑아 쓴 인재를 버릴 수 있으랴?
豈可以吾家私讎 廢朝家揀用之人乎
기가이오가사수 폐조가간용지인호
- 이유원(李裕元),〈전모편(典謨編) 신도(臣道)〉, 《임하필기(林下筆記)》
인조 때 일입니다. 박신규(朴信圭, 1631∼1687)라는 분이 호조의 좌랑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당시 호조의 판서가 김수흥(金壽興)이었기 때문입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요? 박신규의 아버지 박계영(朴啓榮)이 사헌부 장령으로 있으면서 김수흥의 조부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을 심하게 탄핵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그 일로 체면이 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모의 원수와는 한 하늘을 지고 살 수 없다는 의리가 중시되던 시대입니다.
두 집안이 서로 좋은 관계일 수가 없겠지요. 박신규로서는 당연히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김수흥은 박신규에게 사람을 보내 조정에 나오기를 권했습니다.
“사적인 의리로 보자면 서로 어울릴 수 없겠지만, 어찌 우리 집안의 사사로운 원수라는 것 때문에, 조정에서 뽑아 쓴 인재를 버릴 수 있겠소?”
그 말을 들은 박신규도 흔쾌히 그 자리를 맡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와는 좀 다른 사태가 벌어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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