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에서 내려온 당신들에게 조언하겠습니다. 당신들이 누구인지 똑똑히 아십시오. 당신들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이유조차 내게 기대하고 있다면, 당신들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결코 알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당신들은 무슨 이유로 우리를 다스리려 하는 겁니까? 당신들은 더 정의로운 주장을 할 수 있습니까? 민중(데모스)은 비록 그들이 당신들보다 가난할지라도, 한 번도 돈을 위해 당신들에게 정의롭지 못한 일을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 우리들 중 누구보다도 부유한 당신들은 이익이 된다면 우리 민중들을 희생시키면서 어떤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정의는 당신들 편에 서지 않을 겁니다.
당신들이 (온갖 파렴치한 짓들을 서슴지 않게 할 수 있던) 용기를 가졌으니 스스로 떳떳하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그러나 (올바르게 용기있다 말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전쟁에서의 승리나 패배보다 더 나은 기준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전장에서 당신들은 우리보다 지혜롭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당신들은 견고한 성벽과 무기들, 그리고 자본과 강력한 동맹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들은 이런 것들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에게 이미 패배했습니다."
기원전 404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항복한다. 스파르타는 아테네 민주주의를 파괴했으며, 민주주의에 적대적이던 아테네 부유층-귀족 30명은 스파르타의 지원을 받아 30인 참주정을 세운다. 30인 참주정은 부유한 시민 3천명에게만 투표권과 공직의 권리를 주고, 기존의 수만명의 시민들의 권리를 박탈하였으며, 이전의 자신들의 정적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러한 사형은 빈번한 것이었고, 전통적인 법에도 위배된 것이었다. 아테네 민중의 저항이 거세지자, 그들은 스파르타에 아테네에 병력을 주둔시킬 것을 요청했으며, 스파르타군의 지원을 받아 반대파를 축출했다.
하지만 추방되었던 민주주의의 옹호자들이 돌아와 30인 참주에 대항해 전투를 벌였다. 겨울, 트라시불로스와 70명의 민주주의 세력들이 필레의 군사 기지를 점령했다. 30인 참주들의 군대는 이를 공격하려 했으나 눈보라로 인해 실패한다. 70명으로 시작된 민주주의 저항세력은 이내 세력을 불려, 1000여명이 되었을 때 아테네의 외항 피레우스를 탈환한다. 이어진 몇 차례의 전투에서 그들은 승리했고, 30인 참주들의 지도자들은 죽었다. 마침내 민주주의 저항세력은 아크로폴리스에 이른다. 트라시불로스는 여기서 참주들이 부유한 시민들로만 만든 3천인 의회를 소집했으며, 위의 연설은 이 때 트라시불로스가 한 것이다.
스파르타는 이러한 아테네 민주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버텨낼 수 없었다. 기원전 403년 9월, 1년여 만에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30인 참주정을 포기하고 아테네 주둔군을 철수시킨다. 다만 스파르타의 철수의 대가로 참주정 세력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사면과 불기소를 요구했으며, 이는 받아들여질수밖에 없었다.
트라시불로스는 아테네에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다시 열린 아테네 민회에서 이방인과 노예를 포함하여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모든 이들에게 시민권을 줄 것을 청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예 해방은 아테네의 부유층들에게 있어 재산의 막대한 부분에 타격을 입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노예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은 기존의 법에 위반되므로 있을 수 없는 청원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었으며, 트라시불로스가 제기한 노예 해방은 성공하지 못했다.
트라시불로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동안에 활약한 장군이었으며, 키노세마, 아비도스, 키지쿠스, 아르기누사이 해전 등에서 장군, 혹은 함장으로 승리에 기여했었다. 그리고 그는 아테네 해방 이후에도 조국에 대한 봉사를 계속했다. 기원전 395년, 아테네는 트라시불로스의 주도 하에 스파르타에 대항하는 테베 동맹에 참여하였으며, 트라시불로스는 함대를 이끌고 스파르타군을 격파해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장악하고 비잔티움과 기타 도시들을 아테네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결국 기원전 388년, 트라시불로스는 에우메리돈 강변의 원정에서 전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