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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게시판

Re:보론입니다.

작성자무장공비|작성시간09.04.01|조회수143 목록 댓글 1

1.

 

애석하게도 처음의 주제인 [신의 존재]는 "이성의 유한성"이라는 오래된 논쟁거리로 수렴합니다.

더불어 "인간의 유한성"이라는 주제로 다시 연결되지요.

 

정말 오래된 논쟁거리 입니다.

 

중세 기독교 교부 철학자들의 지리하고 무슨뜻인지 알쏭달쏭한 교리문답이나

숫재 이름부터 '복종합니다'인 이슬람교 처럼 '유일신'을 강조하는 종교는 물론이요.

 

깨달음을 얻어 윤회의 굴래에서 벗어나면 누구나 신이 될수 있다고 주장하는 불교조차

 

그 깨달음을 표현함에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니 말입니다. 

 

'부처님이 입적하기 전에 제자들을 모으고 말 없이 조용히 연꽃 한 송이를 들어올리니 다른 제자들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허드랫 일을 하던 가섭존자 만이 그 뜻을 깨달고 빙그래 웃으니 부처님이 가섭존자에게 의발을 물려주고 입적하셨다'

 

라는 유명한 불교의 우화는 불교조차 '깨달음'을 위해서는 '언어-즉 인간의 이성-'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익히 잘 알려진 논지라 더 이상의 긴 설명은 패스하겠습니다만. '유한수로 무한수를 나눠봐야 무한대다'라는  얘기입니다.

 

 

 

 . . . . 우리의 육신은 풀이요 그 영광은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 . . . -바울-

 

 

 

무신론자가 [신의 존재를 이성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자신있는 결론을 내린다면

유신론자는 [신이여 당신은 인간의 유한한 이성으로는 측량 할 수 없는 무한한 존재입니다.]라고 겸허히 수용하지요

 

어느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식의 저울질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인간 이성이 그토록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합리적이라면 긴 인류의 역사중 수없이 반복되는 우행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라는 정도의 생각은 합니다. 물론 그 반대로 겸허함과 무지를 혼동하는 종교의 우행도 씁슬하게 바라봅니다.)

 

저는 이것이야 말로 무신론자와 유신론자의 넘을수 없는 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신론자의 변호가 '(이성적으로 증명 할 수 없는) 황당한 주장' 이라면,

무신론자의 논박은 '(이성의 척도를 강요하는) 폭거' 입니다.

 

아마 유신론과 무신론의 수많은 스펙트럼 간에 [신의 존재를 이성적으로 설명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왕마귀님이 요구하시는 [신의 존재를 이성적으로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훌륭한 경구는 그 짧은 한 마디 안에 무수한 의미를 함축한다고 하지요.

 

 

이글을 읽고 계시는 무신론자 여러분들.

 

여러분들이 저를 [몰이성의 제단에 바쳐진 무지의 제물]정도로 취급하셔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오직 담담히 말하건데. [나는 불합리 하기에 신의 존재를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넘을수 없는 간극 너머의 무신론자의 존재를 지워버려야 되는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이것이 [신앙생활에는 이성이 필요 없는 이유]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요구에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도리가 없기에 입을 다무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불자佛者들이 말하듯이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조용히 웃고 조용히 묵상하고 작은 선이라도 실천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나은거 같습니다.

 

 

 

2.

 

가이아Gaia는 가이아 이론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그리스 신화의 여신 '가이아'를 가리킨 의미였지요.

단순히 유일신교의 신에 대비되는 다신교의 신을 가리킬만한 마땅한 용어가 생각나지 않아 가이아를 고른거지요.

 

가이아 또한 그냥 '존재했던' 여신이고, 가이아가 다른 신들을 낳음으로 그리스 신화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니까요.

 

 

 

3.

 

기독교의 신은 인격신?

 

글쎄요. 기독교 내부에서도 또 다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신듯 하십니다.

 

신정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근본주의자부터 기존 교단에서 거의 이단시 되는 자유주의 신학까지 그 폭은 넓습니다.

 

기독교의 유일신이 왕마귀 님이 지적하신대로 [우주만물을 창조하고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주고 나쁜짓 저지른 놈한테는

홍수나 각종 자연재해를 일으켜서 몰살시키는 기독교식의 인격을 가진 신]으로만 묘사되는 신이었다면, 아마 저는

모태 신앙인이고 부모님의 양가 모두 일찍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집안 이지만 신앙을 버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신앙을 가짐은 문자대로 성경을 해석하는 '원리주의'나 '질투하는 신'의 모습에서 벗어나 다른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 가능성이 뭐냐고요? 글쎄요. 아직 세상 끝 날까지 찾아보지 않아서 완벽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죽으면 신께 궁금했던거 몇 가지 좀 더 여쭤보고 가르쳐드립죠. 하하.

 

 

4.

 

[무장공비님, 저는 김수환 추기경이나 테레사 수녀, 달라이 라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마틴 루터 킹 목사같이 사람들에게

수많은 선행을 베풀고 다른 종교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종교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은 한 적이 없습니다. 저의 주장을 곡해하지 마십시오.]

 

이 부분은 확실히 지적하건데 왕마귀님이 [신앙과 이성의 공존이 불가능 하겠냐?]라는 물음에

[모순된 인간인 개인 차원에서나 가능할꺼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 _-);

 

곡해다 뭐 다 하시기전에 곰곰히 씹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5.

 

[그런데 무장공비님 주장의 문제는 신의 유무 문제를 둘러싼 어떤 논쟁도 발생해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 수긍의 단계까지는 못 이르겠지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숙고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기억의式님께서 지적하셨던 바와 같이

 

'모든 유신론자가 비이성으로 대화하는 것은 아닌것 처럼, 모든 무신론자가 합리적인 이성으로 대화하는것은 아닙니다.' 

 

가령 지금 당장이라도 인터넷 뉴스에 들어가 종교 관련 기사를 보면 그것이 종교의 순기능에 대한 것이던 역기능에 대한 것이던

'종교에 대한 무조건적 증오와 비난'을 외치는 댓글들이 넘쳐나지요. 넘을 수 없는 간극을 줄이기 위해 높은 벽을 허물기 위해

서로 한발 짝 물러서는 지혜는 유신론자던 무신론자던 필요할껍니다. 에.

 

(양심고백을 하건데 그 증오와 비난에 쌓인 분노가 여기서 다 터져 버린 면도 있습니다. 다시 심심한 사과를 . . . - _-)

 

 

그럼 이만 줄입니다.

 

 

 

DONA NOBIS PACEM

신이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ps1.

 

맹세컨데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건데 그 '배설물에 날아드는 파리' 리플을 지우고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다시 밝혀 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왕마귀님에게 '구제불능'의 낙인을 찍어 기억 한 구석으로 밀어놓고 입을 닫았을겁니다.

 

대화와 이해의 여지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ps2.

 

[인류가 발전하면서 인종차별, 여성의 투표권 확립, 동성연애, 신분제 철폐와 같이 사회에서 합의되어온 금기사항을 없앤 것

처럼 시대정신의 발전에 따라서 종교의 율법과 교리에 대한 비판을 터부시하는 금기도 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단락은 뭔가 좀 더 희망적이라 마음에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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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율리우스카이사르133 | 작성시간 09.08.05 무장공비님도 자신이 '비합리적'이기때문에 신을 믿는다고 인정하시네요. 종교에 있어서는 자기는 비합리적인 인간이다(모순된 존재이다)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대립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가치관은 그저 가치관일 뿐이니까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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