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글들

전차대의 약점

작성자KWEASSA|작성시간05.01.02|조회수911 목록 댓글 4

안녕하세요, 리플이 너무 길어져서 따로 글로 올려봅니다.

전차는 크게 세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차는 평지가 아니면 달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보통 평지가 아니라 돌맹이, 바위, 나무뿌리 등이 없어야 하고, 30cm 이상 꺼지거나 튀어나온 구멍이나 돌출부가 없는, 거의 완벽한 평지라야 합니다. 넓고 평탄한 개활지가 펼쳐져 있는 지형이 아니면 전차는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죠. 바퀴달린 차량을 위한 충격흡수장치가 발명된 것이 현재 불과 100년도 안되었습니다. 고대의 기술 수준으로는 효과적으로 굴대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전차 바퀴 하나에 돌뿌리가 걸린다던가, 울퉁불퉁한 땅을 질주하여 양쪽 바퀴에 번갈아가며 불균등한 충격이 가해지면 굴대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 나가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로마의 대경기장에서 마차경기가 벌어지게 되면, 주최측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노예를 시켜 경기장 전체를 빗자루로 싹싹 쓸면서 모든 자갈과 돌맹이를 솎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돌맹이가 남아있으면 대참사가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전차의 두 번째 약점은, 익히 지적된 바 있는 것 처럼 그 동력원이 말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바퀴 양쪽에 무시무시한 낫을 달고 있는 공포의 무기라고 해도 동력원이 말인 이상, 기본적으로는 기병과 똑같은 종류의 약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즉, 잘 훈련된 장창병들의 밀집된 진형을 상대로는 아무래도 곤란함을 느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약점은 상호적인 것이어서, 아무리 잘 훈련된 병사들이라고 해도 정면에서 전차가 달려드는데 그 자리에 붙어 서있을만한 사람도 드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어 장창병들도 제자리에 붙어있고, 전차도 돌격해들며 서로 "누가 겁쟁이냐"의 뚝심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어디까지나 먼저 깨지기는 것은 전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전차의 마지막 약점은, 그 기동성에 있습니다. 게임 상에서는 전차대가 반경 10m 정도 되는 구간 내에서 종횡무진 방향을 꺾으며 묘기를 부리는데, 실제 전차는 이런 종류의 기동을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기병들은 기수의 숙련된 움직임을 통해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능했고, 분명히 이런 승마술의 숙련도가 높을 수록 우수한 기병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전차대는 전혀 다릅니다. 전차가 구조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고속에서 방향을 꺾어대면 전차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원심력으로 인해 회전방향의 반대쪽으로 전복되고 맙니다. 전차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바퀴 사이의 폭을 넓혀야 하는데, 이렇게 굴대의 길이를 늘려 바퀴의 폭을 넓히면 좌우 선회시 안정성은 증가하는 대신, 반대로 선회력 자체가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됩니다. 즉, 바퀴의 폭을 좁게 하면 (이론적으로) 기동성은 증가하는 대신 안정성이 떨어지고, 바퀴의 폭을 넓게 하면 안정성이 증가하는 대신 기동성 자체가 떨어져버리는 딜레마가 존재했다는 것이죠.

따라서, 전차의 기동은 기본적으로 직선기동입니다. 로마의 대경기장은 경기장의 크기에 비례하여 그 곡선코스가 길게 펼쳐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간에서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복되는 마차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직선코스에서 상대를 제치는 경우와, 곡선코스에서 속력을 내는 경우가 사고율이 가장 높은 두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현대의 자동차 레이스와 똑같습니다). 우리가 게임 상에서 보는 것 처럼 전차가 좁은 반경에서 좌우로 꺾고 돌고 하려면, 전차를 모는 말이 걸어다녀야 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특성을 고려한다면, 전차가 가장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적은 단병기로 무장한 보통 수준의 보병들이 밀집된 진형이었습니다. (즉, 오리엔트에서 잔뜩 볼 수 있는 수준의 보병들이라는 얘기죠). 전차를 모는 마부는 기본적으로 담력이 센 사람을 고릅니다. 그리고, 전차를 무조건 보병열 한가운데로 일직선으로 돌입시킵니다.

미친듯이 달려오는 전차 앞에 가만히 서있을 사람은 없기 때문에, 보병들은 공포와 혼란에 빠져 전차의 앞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자리를 이탈하며 혼란을 연출하죠. 그리고, 그렇게 해서 생긴 "길" 사이로 마부는 전차를 몰아 보병열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미처 피하지 못한 병사들의 다리는 낫으로 인해 잘려나가게 되고요. 그리고, 쭈욱~ 보병들을 통과한 후에 적진 배후의 안전한 지점에서 방향을 바꿔서, 다시 뒤에서부터 앞으로 일직선으로 돌격합니다. 첫 돌격과 똑같이 적들이 피하면서 생겨난 길을 따라 적진을 통과하여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전차대를 상대하기 위한 훈련을 받지 않은 보병집단에게 있어서는 가공할 공격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이런 전차가 수백대가 일렬로 쭈욱~ 적진으로 돌입하는 것입니다. 전차가 직선으로 통과하는 길을 따라 무수한 사상자가 발생하고, 전차를 피하기 위해 뚫린 구멍으로는 보병들이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 주된 전술이었습니다.


문제는, 훈련받은 병사들은 전차대에 대처할 방법을 몇가지 알고 있었습니다.

가장 널리 쓰인 방법은 영화 "알렉산더"에 나오는 것 처럼 미리 약속된 동작으로 구령에 맞춰 전차가 올 때에만 샥~ 피해서 길을 터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차대가 보병들이 자발적으로, 질서있게 터준 길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양 옆에서 창대를 눕혀 마부와 전투원에게 "상대적인 클로즈 라인 프롬 헬"을 먹이거나(-_-;.. 뭐.. 그냥 걷어낸다는 뜻..), 전차바퀴가 지나갈 지점에 몇명이 일제히 창대를 꽂아 전차를 전복시키는거죠. 이러한 공격에 당황하여 전차대가 속도를 늦추거나 하면 준비하고 있던 가벼운 경무장 보병들이 일제히 전차 위로 뛰어올라 마부와 전투원들을 끌어내려 도륙했습니다.

다른 방법은, 팔랑크스를 이룬 장창병으로 그저 버티고 서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차와 충돌하는 제1열~4열 정도 까지의 병사들이 죽을 확률이 거의 100%이기 때문에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만, 흔들리지 않고 버텨 서있으면 전차를 끄는 말이 돌격을 거부하고 급정지 하여 전차가 저절로 전복될 수도 있었고, 전차의 마부가 말을 장창병 가운데로 돌입시키면 거의 자폭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었죠.

일부에서는 로마군 등이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나온 것 처럼) 방패를 비스듬히 땅에 세워놓고 버텨서서 전차를 전복시켰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있을 법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로마군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길을 터주고 지나가는 도중이나 뒤로 빠져나가는 순간에 잡아내는 방법을 썼을 것입니다.

...

게임 상의 전차 얘기로 돌아온다면,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공포효과" 등을 만들어서, 전차나 코끼리가 돌입할 때 훈련도가 낮은 보병들이 우왕좌왕하며 사기가 깎이고 밟히면서 큰 손해를 입는다면, 코끼리나 전차대에게 그렇게 커다란 기동성을 주지 않았어도 되었겠죠.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이런 효과가 게임에 없다보니, 전차나 코끼리를 그저 직선이동만 할 수 있도록 만들면 게임 상에서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아마 그 점을 카바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수준의 기동성을 부여한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 덕분에, 전차나 코끼리는 어떤 병과로도 잡아내기 힘든, 대단히 곤란한 녀석들이 되어버렸죠.

전차에 대해 보너스가 있는 경보병들에게, 그딴 보너스 다 빼도 좋으니 차라리, "전차가 멈췄을 때 전차에 뛰어올라 마부를 살해함"이라는 전투동작을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전차가 돌입해올 것 같으면 중보병들은 "C"를 눌러 산개대형으로 펼치고, 그 사이사이에 투창병들을 배치한 후에, 여기에 전차가 돌입할 때 중보병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전차를 잡아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lizard | 작성시간 05.01.03 클로스 라인 프롬 헬 -_-)bb 멋진표현이군요....; 전차의 공포효과가 있긴 있는데 우왕좌왕 하는 식의 표현은 되지 않았지요... 사기를 깎는 정도로 표현 된거 같은데
  • 작성자째영▷◁ | 작성시간 05.01.03 전차하고 코끼리-_- 최악의 유닛들이죠. 파르티아로 게임 할 때 제일 아햏햏했던 놈들이 셀루시드 낫전차하고 카르타고 갑빠코끼리-_-
  • 작성자청4대황제강희제 | 작성시간 05.01.05 ㅡ_-);
  • 작성자SuleymanIV | 작성시간 05.01.05 크하하.. 크로스 라인 프롬헬..! 표현 元츄입니다! 전차 바퀴부분에 잔디스키같이 만들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