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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군의 쇠퇴와 두가지 대안

작성자Aetius|작성시간11.10.03|조회수1,646 목록 댓글 43

* 이 글은 Arther Ferrill의 The Fall of Roman Empire: The Military Explanation 에서 따온것과 제 생각을 버무린겁니다.
* 지적 환영합니다.

강성했던 로마제국의 기반은 전통적인 군의 우수성에서부터 시작되어집니다. 공화정 시절의 급속한 팽창부터 제국 말기까지 로마 문화는 말 그대로 군의 힘으로 세워지고 번영하였으며 그 끝도 결정적으로는 외침으로 인해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로마군은 엄격한 규율과 엄청난 훈련량, 공병대의 우수한 기술력과 보급체제, 그리고 지휘관들의 탁월한 전략적-전술적 능력으로 수세기 동안 지중해를 둘러싼 로마의 평화를 수호합니다. 옥타비아누스의 제위 등극 이후로 제국은 수도 없이 외침을 겪었지만 전술적으로 패배한 적은 있어도 전략적으론 거의 무적에 가까웠습니다. 그나마도 전술적인 패배는 극히 소수였으며 대부분은 로마군의 승리로 매듭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인가 제국은 겉과 속이 곪기 시작합니다. 378년 제국군은 아드리아노플에서 황제가 전사하고 정예 기동군이 무참히 살육당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였고 그로부터 십여년 후 페르시아에 침공 중 삽질을 거듭하며 굴욕적인 평화를 맺은 결과 제국군은 더이상 무적이 아닌것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물론 5세기 초반 스틸리코와 그의 서로마군이 알라리크와 서고트인들, 그리고 기타 야만족들을 무찌르기 하였지만 흐름을 바꾸기엔 이미 늦은거 처럼 보였습니다. 스틸리코의 테오도시우스의 방침을 이어받은 전략마저 로마군의 야만화에 크게 기여하고 맙니다. 그는 야만 동맹군들, 소위 federate라고 불리우는 충성심이 의심스런 동맹군들을 군사작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맡게 하였으며 이는 기원후 410년에 로마시가 서고트인들에게 약탈당하는 수모를 겪게하는 일련의 대사건의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베게티우스(Publius Flavius Vegetius Renatus)는 자신이 쓴 De Re Militari 에서 제국의 무너지는 방위선의 현실과 개인적 의견이 담긴 대안을 남겼습니다. 베게티우스는 로마군의 기병은 만족의 그것만큼이나 훌륭하고 뒤지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보병의 수준은 예전 같지가 않다고 한탄합니다. 여기서 그는 로마군에 있어서 군율과 기강, 그리고 가장 중요한 훈련의 전통이 사라졌음을 지적합니다. 

"보병들은 기본적으로 흉갑과 투구를 착용한다. 하지만 태만과 게으름으로 인해 연병장에서의 훈련이 사라졌고 병사들은 갑옷마저 입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처음엔 황제에게 갑옷착용을 거부하였고 나중엔 투구마저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의 병사들은 고트족과에 싸움에서 머리와 흉부를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켰고 종종 궁수의 사격에 격퇴되고 말았다. 훌륭한 도시들을 잃는 일들 만큼이나 불행한 재앙들이 많았지만 아무도 우리 보병들에게 갑옷과 투구를 장비하라고 지시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병사들이 전투에 임할 때 갑옷의 부재로 자주 부상을 당하였으며 이는 병사들이 남아서 싸우기 보다는 목숨을 구하려 도주하게 만들었다"

이 인용이 과장이 없다고 하기엔 어려운 것이 스틸리코가 로마군과 동맹군을 이끌고 알라리크의 침공에 저항하고 패퇴시킨 그 순간에도 예전의 규율은 지켜지고 있었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틸리코의 병사들이 패퇴하여 무질서하게 도망가는 적들을 추격하는 대신 약탈품에 신경이 쓰여 알라리크마저 여러번 놓치는걸 보면 확실히 군의 기강과 사기가 예전같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요.


베게티우스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대안도 종종 내놓기는 하지만 그의 주요 골자는 훈련과 훈련, 또 훈련입니다. 그는 나태해지고 사기가 떨어진 제국군을 고대의 공화정과 초기 원수정의 강력한 군단으로 복구시킬것을 주장합니다. 훈련과 규율이야 말로 전투에서 승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이죠.


한편 어떤 무명의 작가가 쓴 De Rebus bellicis 에서는 좀더 색다르고 흥미로운 대안을 가지고 옵니다. 그는 몇가지의 비현실적인 대안을 늘어놓고 나서는 그의 논점을 밝힙니다. 





그는 로마군의 범접할수없는 기술적 우수성을 자신하며 제국을 구할 것은 이러한 superweapon이라고 주장합니다. 20세기의 나치 독일이 패퇴하는 와중에 히틀러의 망상이 담긴 비밀무기가 연상될정도로 엉뚱하고 기괴한 무기들이 그의 저서에 묘사되어 있지요.
첫번째 그림은 그의 창의적인 생각이 담긴 군선입니다. 풍차가 돌아가는 원리로 소들을 원 방향으로 돌게하여 패달을 돌리며 추진력을 올린다는 생각은 언뜻보면 기발하지만 실제 해전에서 그리 유용할지는 의심이 갑니다. 두번째 그림은 보다시피 마갑으로 중무장한 말들로 커다란 쇠뇌를 발사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여기서 로마 토탈워를 즐긴 분들이시라면 단번에 이 유니트가 떠오르지 않을까요.

처음엔 이것이 무슨 물건이고 하였는데 이제와서 보니 저자의 망상을 실현시킨것 같습니다 =_=


여하튼 그 무명의 작가가 제시한 대안은 재미있지만 후기 제국의 몰락을 감내하기에는 너무 얼이빠지는 대책이 아니였을까 싶네요. 아무래도 말기 제국이 필요했던 것은 저런 기상천외한 무기들이 아니라 베게티우스가 말한 대로 군의 기강과 끊임없는 훈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이러니 한 점은

"제국의 방위선은 1마일 마다 든든한 방벽을 가진 요새와 강력한 탑을 촘촘히 배치하여야 한다 (중략) 감시병과 초계병들을 계속해서 주둔함으로써 평화를 누리고 있는 지역은 방어선을 겹겹이 둘러싸고..." (뒷부분은 해석이 잘 되지 않아 남겨놨습니다...^^ 글 뒷부분에 따로 이 인용만 남겨놓겠습니다)

마치 제국 전성기 당시의 방위선이 연상되는 이 묘사는 그 엉뚱한 상상력을 나타낸 무명의 작가가 남긴 글이란 것입니다 -ㅅ-














*원문 "Their safety will be better provided for by a continuous line of forts constructed at intervals of one mile with firm walls and very powerful towers ... with watches and pickets kept in them so that the peaceful provinces may be surrounded by a belt of defences, and so remain unimpaired and at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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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마법의활 | 작성시간 11.10.05 거참...... 그리고 군대의 질이 떨어졌으니 망했다니...그럼 똑같이 군대의 질이 잠시 갑자기 수직 낙하한 적 있었던 공화정 후기 로마는 왜 안 망했는 지가 설명이 안 됩니다. 그리고 로마 제국의 적들은 훈련을 게을리 해서 로마 제국을 못 넘보았나? 파르티아나 사산조 페르시아도 아주 훈련이 잘된 군대를 보유했고 그 누미디아도 열심히, 아주 열심히 훈련시켰는데 결국 다 로마한테 안 되었죠. 로마는 훈련시켜서 잘 되었는 데 나머지 애들은 그렇지 않더라....이건 좀....
  • 답댓글 작성자마법의활 | 작성시간 11.10.05 로마사 전공했다는 분들이 저따위보다야 훠얼씬 식견이 높고 당연히 시오노 나나미도 저같은 피래미는 감히 명함도 못내밀 정도지만, 하나같이 뭔가 좀 결정적인 부분에서 이상합니다. "그 뒤 역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관심이 없는 나머지 자꾸 엉뚱한 결론만 내놓는다는 그런 것. 하나같이 공통점들은 "AD XXX 년 이후 로마 역사는 보지도 않았어"들입니다. 그게 몇 년까지 로마인지에 따라 다릅니다만 대동소이하더군요. 사실 제가 하는 얘기 상당수는 로마 제국 최후의 100년을 근거로 합니다만, 이 저자도 이상한 소리를 몇 번 하는데 딱 그 부분은 오도아케르 이후 동로마 지역에서 벌어진 역사를 몰라서 벌어지는 부분...쩝..-_-
  • 작성자이동준 | 작성시간 11.10.05 나름 당시 사람들 입장에서는 '군대의 훈련이 부족하고 뭔가 질이 떨어졌다.' 는 분위기가 심해진거 같습니다.서간문 보면 옛날에 금이 나오던 금광도 폐광이 되고 군인들의 고함소리가 들리던 훈련소도 썰렁해졌다 는 글도 있었던거 봐서는 '옛날이 좋았지'식의 기술일 수도 있지만 완전 무시하긴 힘들듯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마법의활 | 작성시간 11.10.05 야만족 자체의 전투력과 기율도 향상되어 있었으니, 사회 구조가 형편없었던 2세기 로마군이 야만족에 대해 거두던 승리만 생각하면 그렇게 보일 수 밖에...하지만 그 시절 사람들 중에는 야만족 자체가 이미 야만족이 더 이상 아니게 되었던 현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어 외에는 그렇게 크게 고려할 여지가 있어보이진 않습니다.
  • 작성자프란츠 | 작성시간 11.10.16 야만족들의 성장에 포인트를 맞추는 게 요즘 로마 몰락 원인 찾기의 대세 아닙니까? 그 방향과 반대로 가는 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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