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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5권과 로마 문명의 종말에 대해.

작성자마법의활|작성시간08.12.16|조회수2,128 목록 댓글 63

 ............ 물론 로마인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작입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시오노 나나미의 통찰력은 간혹 순진한 제도권 석학들이 못 보는 면까지 뚫어보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르주 뒤비에 선생께서는 갈바의 피소 양자 입적을 로마인의 양자 입적 습관의 예시로 활용하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해석처럼, 원로원 지지를 얻는 데에만 집착했던 피소의 무리수라고 보는 게 더 진상에 가깝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전방 경험을 안 해본 마르쿠스나 안토니누스의 경험이 통치에 미친 영향..... 시오노 나나미의 이 말은 분명 설득력이 있습니다. 시오노 말고 이 문제를 찝은 사람들이 한 사람도 없다는 데서, 시오노의 작가적 통찰력은 과연 예리합니다.

 

(그 당시의 로마가 위기에 빠진 건  전염병에 의한 유닛 손실이 가장 중대한 이유였지만.....저것도 분명 그보단 훨씬 못하지만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대체 그때까지 그 어느 누가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로마 공학과 제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겠는가?

(로마인 이야기 10권! 15권중 최고의 역작이라 자신있게 말합니다. 그 어느 누구도 감히 10권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더군요. )

 

 등등등...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인 이야기 옹호론들이 다소 좀 엉뚱한 데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혹가다 비판론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빠져나가는 건데, 예를 들어 저 본인에 대한  주된 공격 중 하나가  

 "작가가 그렇게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찌질한 비잔틴 빠돌이 마법의활"

 

 ......일단 맞다고 가정해도 (-_-;) , 

 "작가가 그렇게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는 것"하고, "그 씌어진 내용이 FACT인가 아닌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들어가면, 나오는 건...... (뭐, 무슨 말들이 많은 지는 다들 잘 아시니까 넘어갑니다만.)

 

  다만 여기서 격조있는 분들이 지적하시는 게 있는데,  "로마 문명의 종말"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만.

사실 서로마 제국은 망했어도 이탈리아의 체제(=서로마 체제)는 그대로 잘 유지되고 있었고, 여전히 라인강 방어선의

로마 군단들은 건재하여 오도아케르 야만족 두목의 통할을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잘못 알려진 시나리오가 야만족들 때문에 로마 체제가 붕괴했다는 건데, 오히려 야만족들이 들어가지 않은 곳들의

로마 체제가 급속한 붕괴 양상을 띄었습니다.

 (조지프 테인터 문명의 붕괴는 일단 서로마 제국 체제를 급속한 체제 붕괴의 좋은 예시로 활용합니다만,

프랑스 역사가가 20세기 초반엔가 내놓은 도시의 역사 저서 그리고 최근에 나온 사생활의 역사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을

보면, 그야말로 와르르...무너진 지역들은 서로마 지역 내에서도 일부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여 시오노 나나미께서도 로마 문명은 서로마 제국 멸망으로 결정타맞고, 명맥 유지하던 걸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가

콱콱 밟아 맹아를 없앴고, 무리한 시도를 한 동로마 제국이 이슬람 제국에게 무너지면서 로마 문명이 종말을 맞았다고 쓰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으로, 분명 동로마 제국이 이탈리아 지역에서의 서로마 제국 체제에 큰 손상을 가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구 로마 제국 내의 무역망, 인적 연결, 정치적 연결망은 그전과 별반 다름 없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즉, 로마 문명은 유스티니아누스의 무리로 인해 무너지진 않았다는 겁니다. 또한 게르만족들이 아리우스파만 믿은 거 같지만,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다들 너도나도 가톨릭 파로 개종을 하고 있었거나, 혹은 게르만 왕국의 아리우스 파들이 결국은 가톨릭파들에게 최종적인 패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정확한 말을 하자면, 고대 로마 세계는 동과 서가 더이상 바다를 통해 활발한 인적 지적 종교적 교류를 못할 때

끝난다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이 분께서는 어째 자꾸 결론을,  고대 로마 세계를 끝장낸 것은 기독교(및 기독교 신자인 자칭 로마 황제들)였다. 그리고 게르만족이다. 이렇게 몰아가시니..바로 이점이 근본적인 문제점입니다. 

 

 그리고 다른 더 근본적 문제.

 

 아니, 지중해 세계가 이슬람 세계가 된 것에 왜 일본분인 이분이 그렇게 언짢아하시는 지 그게 좀....

 

 분명 이슬람 제국이 융성하면서 시리아와 이집트를 탈취했을 때 로마 세계는 큰 금이 갔고, 그 다음 카르타고를 거쳐 에스파니아까지 제패했을 때 바로 그 때 동과 서의 연결 고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로마 세계의 일체감이 끝장나면서 고대 로마 문명은

크게 말라 비틀어졌긴 합니다만....

 

  이 위대한 제국은 로마 제국이 저지르고 있었던 가장 큰 잘못, 이학의 홀대를 바로 잡았고, 자연 과학과 의학 등에

놀라운 업적을 이뤄 근대를 이루는 맹아를 제공합니다.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일신교는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다는 게 결론인데, 이걸 인정하면,

전체 글의 논지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 밖으로 벗어나는 얘깁니다만, 베네치아의 역사적 역할은 그렇게 고대 로마 세계가 앞뒤 좌우에서

노르만과 이슬람에 의해 크게 짜부러졌을 때 동서가 소통한 몇 안되는 젖줄 중 하나였다는 데 있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건 베네치아의 동로마적 전통 때문이었고, 애초에 베네치아 도제란 것도 실은 유스티니아누스 - 마우리키우스 - 헤라클리우스 체제의 지방관에서 출발했었지요.

 

 근데 이분께선 베네치아의 합리적 사고와 그 동방 제국의 비합리성과 그 차이점만 강조하시니...

(대체 왜 그러실까? "작가가 왜 그랬는 지 모르는 찌질한" 저로써는 여전히 알길이 없습니다. )

 

베네치아가 그 역사적 중요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애로 사항이 꽃피기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십자군 시대가 열리면서

그 독점적 지위가 하락하면서부터입니다. 4차 십자군은 이걸 단번에 일시 만회한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음..쓰다보니 얘기가 삼천포로.....;;;;

 

  일단 이 얘기는 여기서 끝. ;;;(논점 외적인 부분이라 좀 그렇군요.)

 

   다만 다른 방면의 의미심장한 요소가 있다면...... 왜 로마 체제가 동에서만 보존되고 서에서는 점점 마멸되어갔는가?

똑같은 단절과 궁핍을 동서가 모두 경험했는데.

 

  이유인즉슨, "돈이 당장 되지 않는 학문을 통치 계급에게 일부러 돈 들여 수련시키는 전통"이 단절되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습니다.

 

  법학, 철학, 수사학, 논리학, 수학 등등등..... 서에서도 이건 보존되었습니다만, 게르만 족 지배자들은 학문은 고사하고

글 익히는 것도 귀찮아 했었지요. 때문에 교양있는 로마인을 아버지로 둔 아들이 학문 따위 내팽개치고 칼질부터 수련하는

일이 갈리아에서 왕왕 벌어졌다고 합니다. "아버지, 요즘 시대엔 그런 거 쓸데 없습니다. 돈이 안 됩니다."

아버지 ".....(할말없음)"

 

  반면 동에서는....

 황제 "야! 저 말 따다부따 하는 성직자들 말을 이길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라! (말로 상대가 안 돼 제기랄)"

          ".......제대로 할 줄 아는 놈이 없는데요."

 황제 "이 넓은 제국에 인재가 그렇게 없....아니, 왜 세금은 또 누가 이따위로 빵구를 내놨어? 누가 장부 이 따위로 작성하래?"

     "산수 제대로 할 줄 아는 애들이 없어요."

 황제 "아니, 애들이 왜 다 이 모양이야? 누가 이렇게 만들어놨어?"

   "그게 예전 황제 때 학과 통폐합하고 돈 안되는 학과들 다 쳐없애서 등등등...."  (극동 어느 나라가 이거 하고 있다지요.)

 황제 "이거 나라가 산으로 가는 지 강으로 가는 지 원...돌대가리들 밖에 없으니..."

  이슬람 칼리프들 "푸하하.....무식한 것들..."

   황제 "!!!!! 이러다 큰일나겠다. "

 

    기독교보다, 게르만족보다 더 무서운 건, 당장 돈 안되는 학문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의 만연함이었습니다.

 

    이것이 기독교 포교, 야만족 침략에도 끄덕없던 로마 체제를 최종적으로 마멸시킨 주범이었습니다.

 

   도시의 역사  (키비타스와 부르구스 운운하는 서적인데, 이 게시판에도 예전에 어떤 분이 요약해서 올린 바 있습니다.)

   조르주 뒤비에 저 사생활의 역사

   워랜 트레드골드 저   비잔틴 제국의 역사

   조지프 테인터 저   문명의 붕괴

   에드워드 기번   저  로마 제국 쇠망사

    저자 까먹음. (찾아서 보충하겠습니다;;)   이슬람의 과학과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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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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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마법의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12.17 2. "리플에 리플을 달아 반박하는 것은 독선적인 개신교인임을 증빙하는 한 증거다"라고 주장하시는 데, 양자가 별반 관련이 없습니다. ==> 결론: 확실해지는 것은 외려 지고의 황제님이 가지신 개신교인에 대한 편견이자 선입견으로, 여기서 "종교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바로 지고의황제님이 분명해집니다. ||| 궁극적 결론: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로군요.
  • 답댓글 작성자프랑켄 | 작성시간 08.12.17 지고의 황제// 글쓴이가 말하고 있는 것은 기독교가 로마 멸망의 주범이다 등등 단편적인 류가 아니라 복합적인 이유를 들고 있는데, 여기서 기독교의 어떠어떠한 면이 이렇게 작용해서 로마가 쪽박찰 수 밖에 없었다 란 류의 글이 있었습니까? 님이 그 유명한 '난독증 환자'이군요.
  • 답댓글 작성자cruciare | 작성시간 08.12.17 좋은 글인데 이상한데서 태클걸진 맙시다.
  • 작성자테리우스 | 작성시간 08.12.17 모든 행위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며 모든 행위는 모든 결과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물론 미치는 영향에 그 차이는 있겠지만. 작은 원인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친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죠. 여러분의 배설물이 오존층을 파괴해서 환경을 파괴한다고 여러분들은 스스로 자책하며 살지는 않죠. 큰 영향이 될수도 아닐수도 있죠. 다만 스스로의 주장을 만고의 진리인양 서로에게 강요해서는 안될것입니다. 그 시대에 그 세계에 살지않은 이상 인간으로서 현존하는 모든 사람들은 다만 추측할 뿐이며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노력만 하면 될것입니다. 모두 뛰어난 지성을 갖추신 훌륭하신 분들 같은데 부끄럽지않은글 남겨주세요
  • 작성자데미르 카라한 | 작성시간 08.12.18 마법의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런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메로비치떄 이상한 알파벳이 카롤링거에 와서 오늘날의 알파벳 소문자가 된 걸 보면 기똥차죠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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