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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들

지고도 이긴 전투.

작성자마법의활|작성시간08.06.23|조회수1,778 목록 댓글 27

  구약 성서에 나오는 사울 왕.

대부분은 잘난 다윗을 괴롭힌 질투의 화신에 개찌질이로만 나오지만, 그것은 단순히 한 일면만 본 것이고,

실제로는 다른 좋게 볼 면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플리셋에게 지배당하던 이스라엘은 그 무기 체계가 극도로 열악한 점도 있고 해서 (....스스로 철제 무기도 못 만들 정도였다면

말 다한 것입니다. -_- 국가 체제도 여전히 열악한 부족 연합 체제를 면치를 못했...습니다. ) 여전히 플리셋의 종속국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사장 사무엘 때 반짝 했던 모양이지만, 그건 플리셋에게 다른 외적인 이유가 있어서지 이스라엘에 정말로 어떤 군사적인

면에서 플리셋을 극복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 때 혜성처럼 나타난 사나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지파에서 가장 수도 적고 세력도 없는 베냐민 지파 출신의 젊은 청년....즉, 사울이었습니다.

 

 사울 왕은 측근과 가족 그리고 그때그때 임시로 모집한 청년들을 잘게 소부대로 짜개서 주로 기습과 게릴라 전법으로 일관하여, 촌락에 거주한 플리셋 주둔군을 하나하나 각개격파하는 전술을 썼던 듯 합니다.  무기와 갑옷은 주로 그들에게서 노획한

것을 사용하고. 사울 왕 자신이 검을 잘 쓰기로 이름난 체구가 장대한 거한이었기 때문에 이 전법은 상당한 효과를 거둡니다.

 

 물론 그 유명한 골리앗이 죽은 전투도 있었지만, 이것도 정정당당한 전술과 전술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다윗이 시간을 끄는 동안 이스라엘 군의 별동대가 목숨을 걸고 플리셋 군 뒤로 우회하고 있었습니다. (EBS에서 보여줬는데 프로를 까먹었습니다..;;제길. 하지만 기억은 납니다. ) 물론 다윗이 골리앗의 목을 벤 것은 그야말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고 마침 절묘하게도 이스라엘의 별동대가 플리셋 군을 기습한 게 그 시점하고 맞물려서 플리셋이 자신만만해하던 회전에서 패하긴 했지만.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사울 왕은 왕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일종의 인기있는 의적에 가까운 사람이었던 듯 합니다. 

플리셋에서 보기에는 일종의 마적패 두목에 불과했던 것 같고.

 

 그런데....역시 이런 게릴라 전법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플리셋이 정색하고 전투력을 집중하고 정예 대군을 보냈고,

사울은 결단의 순간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사실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여기서 피하면 플리셋이 그 사이 간신히 해방구로 만들어놓은 이스라엘 각지에 점령군을 보낼 거고, 그러면 평생에

걸친 그의 과업이 다 무너질 위험이 있었습니다. 예전같이 게릴라 전법하면서 바닥부터 시작하면 되냐.... 것도 말도

안되는 소리인게, 플리셋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똑같은 수법에 당할리도 없었지요.

 

 근데 그렇다고 싸워? 싸우면, 무기도 장비도 빈약한 이스라엘 군은 패할 게 뻔했습니다.

당연히 패배해도 앞서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겠지요. 여기서...사울은, 결심합니다.

 

 결국 플리셋과 최후의 일전이 벌어졌고, 이스라엘 군은 회전에서 플리셋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사울의 친위대는 사울 그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 전멸했습니다.

 

  그런데..여기서 특기할 만한 점.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나 저는 봐도 모르는 고고학자들 얘기를 보면 이스라엘 측의 전력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손실을 입은 것같지는 않습니다. 사울의 사촌 동생 아브넬도 살아 있었고.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사울의 친위대가 사울 자신을 포함해서 전장에서 최후까지 도망치지 않고,  동포들이 도망칠 수 있도록 아득바득 남아 시간을 벌어주었던 것입니다.  성서에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사울이 모든 병사를 잃고 당번병 하나와 함께 도망가는 장면인데,

아마도 그의 아들 셋을 포함한 오랜 전우가 다 죽는 동안 요행히 그만 포위망을 뚫고 나온 게 아닌가 하고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결국 추격을 뿌리칠 수 없다는 것을 안 사울은 포로가 되는 치욕을 피할 수 있도록 당번병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고, 당번병이 차마 못하는 사이 땅위에 칼을 놓고 엎어져서 자결합니다. 

 

  하필이면 그가 죽은 길보아 산 근처의 전쟁터는 바로 몇십년전 그가 왕으로 옹립되었던 바로 그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이 참패 이후 이스라엘은 사울이 왕이 되었을 때보다 더 심한 종속 상태에 빠지고야 말았습니다. 사울도 마찬가지. 그는 죽음 이후에도 최악으로 치욕스러운 순간을 맞아야만 했습니다. 플리셋 인들은 그의 시체를 발가벗겨서 성벽 위에 못을 박아 전시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그럼 대체 사울이 무슨 결단을 내렸는 지 모를 일입니다만... 사울은 애초부터 전투에서 살아남을 생각이 없었던 것같습니다.

이스라엘 왕은 동포들을 지키기 위해 최후까지 전장에서 남아 싸우다가 죽었다는, 메시지만 남겨놓으면 그걸로 족했던 거지요.

 

 비록 사울은 참패해서 죽었지만, 사울의 비참한 영웅다운 최후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플리셋에게 무한한

적개심을 품게 하기에는 넘치도록 충분했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사울의 막내아들 므비보셋과 컴백한 다윗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지만, 적어도 플리셋에 관한 건이라면

전체 이스라엘이 힘을 합쳐 상대해야 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플리셋은 이기고도 진 셈이고, 이스라엘은 반대로 지고도 이긴 셈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전쟁사를 대강 훑어보면 그 외에도 이스라엘 상대편으로써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가 몇 개 더 있습니다.

 

 훈련도 제대로 못받고 갑옷도 무기도 형편없는 이스라엘 잡보병 오천명이 시리아 제국 정규병 보병 3만에 기병 4천의 지원까지 받는 시리아 군을 정규 회전에서 패배시킨 기적.....광신적인 사기가 작전, 전략, 병참, 보급, 훈련도, 장교 우수도 같은 모든 요인을 일거에 뒤집어 엎을 수도 있다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쓰다보니 중언부언이 되었지만..여하튼, 이스라엘 역사는 그 자체로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어서

정말 흥미롭습니다. 존재하는 공식 외에 계속 다른 뭔가가 튀어나온다고나 할까.

 

 슈퍼로봇대전에서나 볼 수 있는 "주인공 전용 커맨드"가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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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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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타마누님 | 작성시간 08.06.25 뭐 아주 생구라라고 볼 수 없는게, 카데시 전투는 사실상 무승부쪽에 가깝.. 히타이트의 기습.선제공격의 성공과 람간지의 경이적인 반격...
  • 답댓글 작성자신격카이사르 | 작성시간 08.06.25 히타이트랑 평화조약맺을 정도이고...전투의 경과만 보아도...역전으로 무승부시킨 전투니까...'위대하신(?)' 람세스로서는 대승리라고 뻥을 좀 칠만도 -ㅅ-;
  • 작성자무브유얼애즈 | 작성시간 08.06.25 유대인들 나름대로 전투종족인거 같음 ㅋㅋ
  • 답댓글 작성자입닥제국 | 작성시간 08.06.25 초오사이이이아아이이이인! [-_-.............;;;;]
  • 답댓글 작성자진셍티 | 작성시간 08.06.25 인구수백만인데 아랍수억을 관광시키니 전투종족중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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