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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배운 교훈을 적용시켰다가 쫄딱 망한 사례들 (1)사마씨의 진제국

작성자creios|작성시간05.03.02|조회수826 목록 댓글 7
클럽 여러분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하는 글을 많이 올리셨더군요. 그래서 저도 몇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흔히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고 거기에서 뭔가를 배워서 지금 이 시대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교훈이란 걸 현재에 적용시키는 건 더더욱 힘든 일입니다. 실제 역사를 보면 "무작정 역사적 교훈을 현재 시대에 적용시키려 하다가" 패가망신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밑에 있는 것들은 아무런 고려도 없이 무조건 역사적 교훈을 적용시키려다 망한 사례들입니다.




1)진(晉)제국의 사마씨 왕조
첫번째로 보시게 될 것은 삼국시대 위왕조를 멸망시키고 진왕조를 세운 사마씨입니다.
중국 한제국은 힘있는 황족들 사이의 다툼이 끊이질 않았고(대표적으로 오초 7국의 난) 이는 한제국의 수명을 단축시켰습니다. 그 뒤를 이어 세워진 삼국시대 조조의 위왕조는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거울로 삼아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세웠습니다. 황족들에게 힘이 있거나 마음대로 내버려두면 황제에게 해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조씨 황제들은 황족들을 철저히 억압하고, 어떤 힘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옴싹달싹도 못하게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없애버렸습니다. 그 결과 조씨 황족들 중에서는 지나친 억압에 견디다 못해서 차라리 보통 귀족이 되기를 갈망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사태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서, 어느 사이인가 위왕조 내에서 사마중달을 대표로 하는 사마씨 세력이 권력을 잡기 시작하더니 결국 쿠테타를 일으켜 왕위를 찬탈해 버리는 사태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진왕조가 새로이 수립됩니다. 진왕조가 수립되자 사마씨 황제들은 그들의 왕조가 영원히 계속되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왜 위왕조는 사마씨 세력에게 그렇게 쉽게 무너져 버렸는가?"를 연구합니다.




그 결론은 "사마씨 세력을 억제할 황족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조씨 황족들이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사마씨 세력이 그렇게 커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고, 황족들이 군대를 가지고 있었다면 사마중달이 쿠테타를 일으켰다고 해도 진압했을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마씨들이 황제를 갈아치울 때도 그동안 억눌릴 대로 억눌린 위씨 황족들은 그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고 전혀 저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마씨 세력이 그렇게 쉽게 찬탈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황제를 수호할 황족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그렇게 되자 사마씨 황제들은 그 역사적 교훈을 거울로 삼게 됩니다. 즉 장래에 있을지도 모를 반역자를 막기 위해 황족들에게 힘을 주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마씨 황족들은 막강한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고, 그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대규모 군대를 보유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해버립니다.




이 "역사적 교훈"을 살린 정책이 무엇을 가져왔을까요? 바로 대규모 내전과 국가 멸망입니다. 어리석은 황제 "혜제"가 즉위하자 지방에서 대군을 거느리고 있던 황족들은 황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게 되고, 그로 인해 진제국은 대혼란에 빠져 버립니다. 이를 "8왕의 난"이라고 부릅니다. 황족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국가의 방어에 사용해야 할 군대를 권력 다툼에 동원했습니다. 황족들이 저마다 정규군을 거느리고 있었기에 내전은 어마어마하게 커져 버렸고 날마다 황족들의 군대들이 싸우는 통에 진제국을 초토화시켜 버립니다. 국가 방어에 동원해야 할 군대는 나날이 소모되어 갔고, 도시는 파괴되었으며, 논밭은 황폐화되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권력싸움을 벌일 군대가 부족해지자 황족들은 흉노족, 갈족 등 북방 유목민족들을 권력싸움에 끌어들였다는 겁니다. 계속된 전쟁으로 군대가 줄어들자 황족들은 서로 다투어가며 북방 민족들을 중국에 끌여들여 자신의 군사력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목민족들은 일제히 중국으로 쳐들어가게 되고 결국 진제국은 멸망해버립니다. 그 후 수백년 동안 중국은 유목민족들의 지배하게 놓이게 되며, 그리하여 암흑시기인 "오호 16국 시대"가 시작되는 겁니다.




즉, 진제국은 이전 위왕조에서 배운 역사적 교훈을 너무 무리하게 적용시키다가 망한 겁니다. 만약 황족들에게 군사력을 쥐어주지 않았다면 이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는 역사적 교훈을 너무 성급하게 적용시켰다간 어떻게 되는지 보여줍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흔히들 과거의 역사적 교훈을 현재에 적용시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섯불리, 또는 너무 고지식하게 역사적 교훈을 현재에 적용시키려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먼저 "과거에는 왜 그런 행동을 하면 그런 결과가 생겼는지"부터 이해한 후에야 역사적 교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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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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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혁수 | 작성시간 05.03.02 진 왕조는 역사적 교훈을 잘못된 방법으로 풀었기 때문에 망한 것입니다. 추구하는 바는 같다고 해도 그 '방법'이 다르면 결과는 달라지는 법이죠. 역대 지나 왕조의 멸망은 중앙 정부의 통치력이 현저히 떨어져 지방의 분권력이 커지거나 중앙과 지방의 세력 균형이 역전되었을 때의 결과입니다.
  • 작성자이혁수 | 작성시간 05.03.02 '어떻게 하면 중앙 집권을 할 수 있을까?'의 방법 논의가 '황족의 권한 강화'로 연결되지만 그것은 매우 잘못된 선택입니다. 황족들이 왕으로서 지방에 부임하면 그들이 곧 지방의 분권세력이 되는 것을........조선은 왕실의 번영을 추구했지만 왕족들의 국정 관여를 철저히 엄금(예외는 있었지만)했습니다.
  • 작성자이혁수 | 작성시간 05.03.02 윗글처럼 역사가 주는 교훈을 어떤 방법으로 적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어렵습니다. 자~ 서울역까지 가는데 가는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그 방법은 무수히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 중에 어느것이 그럭저럭 최선인지 찾아가는 것이 위정자들이 갖추어야 하는 능력인 것이죠.
  • 작성자흑태자 에드워드 | 작성시간 05.03.02 정正에서 나온 폐해가 바로 반反으로 극복되지는 않는 법이지요. 적어도 합合의 경지에 올라야 그럭저럭 극단적인 폐해는 줄어들죠.
  • 작성자엘 테무르 | 작성시간 05.03.02 로마랑 비슷한 케이스로 망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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